"뉴욕 맨해튼에서 이걸 한다고?"…다리 위 달리고, 하늘 위서 요가

센트럴파크·브루클린 브릿지…뉴요커처럼 달려보는 뉴욕
베슬 런부터 스카이 하이 요가까지…관광명소의 새로운 경험

오전 6시 30분 뉴욕 허드슨야드 엣지에서 진행하는 스카이 요가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뉴욕=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뉴욕을 여행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지하철을 타고 유명 명소를 찾아가고, 전망대에 올라 아찔한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푸른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뉴욕을 즐기는 또 다른 매혹적인 방식이 있다.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진짜 뉴요커처럼 도심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다.

공원 트랙을 달리고, 다리를 건너며 도심을 가로지르며, 전망대에서 아침 요가를 즐기는 일. 눈으로만 담아두는 관람을 넘어 뉴요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가 직접 몸을 움직여 체감한 뉴욕은 사진 한 장보다 오랫동안 가슴 깊이 남는다.

센트럴파크에서 러닝을 하는 사람들ⓒ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센트럴파크부터 하이라인까지…뉴욕은 '달리는 도시'

뉴욕의 아침을 열어주는 것은 관광객만이 아니다.

아침 햇살이 차오르면 센트럴파크는 러닝복 차림으로 공원을 가르는 이들로 장관을 이룬다. 공원 외곽을 감싸는 약 9.8㎞의 루프와 저수지 주변 산책로는 뉴요커들의 거대한 트랙이다. 외지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걸음을 옮기는 사이, 뉴요커들은 자기 페이스대로 공원을 신나게 달린다.

유모차를 끌고 달리는 러너들도 볼 수 있다.ⓒ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휴식을 취하는 이들부터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까지.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매일 땀 흘리며 숨 쉬는 생활 공간인 셈이다.

맨해튼 웨스트사이드를 따라 이어지는 고가 산책로 '하이라인'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관광객들이 천천히 걸으며 도심을 감상하는 사이, 러닝복을 입은 현지인들이 그사이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관광객에게는 꼭 방문해야 할 명소가 뉴요커에게는 아침 운동길이 되며, 외지인이 자연스럽게 뉴요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맨해튼 웨스트사이드를 따라 이어지는 고가 산책로 '하이라인'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뉴욕의 러닝 코스는 공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뉴욕의 러닝 문화를 이끄는 비영리단체 뉴욕로드러너스(NYRR)는 센트럴파크를 비롯해 로어맨해튼, 브루클린·맨해튼 브리지, 퀸스 워터프런트 등 도시 곳곳을 달리는 코스를 소개한다. 유명 관광지를 잇는 대신 달리면서 동네와 명소를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시 전체가 러닝 무대가 되는 행사도 있다. 스태튼아일랜드에서 출발해 뉴욕 5개 자치구를 달리는 '뉴욕시티마라톤'부터 주요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개방하는 '서머 스트리츠'(Summer Streets)까지다. 뉴욕에서 달리기는 운동인 동시에 도시를 경험하는 일상의 한 방식이다.

뉴 욕 투브릿지 러닝 투어ⓒ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관광객도 달린다…브루클린 브릿지에서 덤보까지 7㎞

이러한 뉴욕 특유의 러닝 문화를 여행자의 시선에서 직접 경험해볼 수도 있다.

오전 8시, 로어맨해튼에 모인 사람들이 운동화를 고쳐 신었다. 이날은 '투 브릿지스 러닝 투어'(Two Bridges Running Tour)에 참여하는 날이었다.

코스는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시작해 맨해튼 브릿지와 덤보(DUMBO), 차이나타운, 파이브포인츠를 거쳐 시티홀로 이어지는 약 7㎞ 구간. 전문 가이드가 앞장서 달리고, 주요 스폿마다 멈춰 서서 지역의 역사와 명소를 설명해 준다.

직접 달려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여행 내내 이어진 도보 일정으로 다리는 무거웠고 특히 브루클린 브리지로 향하는 오르막 구간에서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달리는 러너ⓒ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뉴욕의 대표 사진 명소인 덤보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도 잠시, 절로 고개가 들어졌다.

다리 위로 올라서자 탁 트인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펼쳐졌고, 맨해튼 브릿지를 지나 덤보에 들어서자 두 다리 사이로 뉴욕이라는 도시가 거대한 액자처럼 시야에 들어왔다. 지하철을 타고 무심코 지나쳤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풍경이다.

관광지를 찾아간 것이 아니라, 관광지와 관광지 사이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달린 시간. 스쳐 지나는 이방인이 아니라 이 도시를 달리는 뉴요커가 된 듯한 감각과 함께 숨이 차오르는 만큼 뉴욕이라는 도시가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

베슬 런을 즐기는 사람들ⓒ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랜드마크의 변신…계단 오르고 1100피트 위서 즐기는 요가

뉴욕에서는 아예 거대한 관광명소 자체를 운동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벌집을 닮은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한 허드슨야드의 '베슬'(Vessel)에서는 계단을 천천히 오르는 대신 아예 뛰어오르는 피트니스 프로그램 '베슬 런'(Vessel Run)을 운영하며 조형물을 거대한 트레이닝 장으로 활용한다. 명소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올라가고 뛰어다니며 경험하는 공간으로 확장한 셈이다.

허드슨야드의 '베슬'(Vessel)ⓒ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허드슨야드의 또 다른 명소인 야외 전망대 '엣지'(Edge) 역시 색다른 변신을 보여준다.

오전 6시 30분, 전망을 보기 위해 외지인들이 밀려들기 전 이른 아침부터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1100피트(약 335m) 높이의 야외 데크에 매트를 깔고 진행되는 '스카이 하이 요가'(Sky High Yoga)다.

엣지에서 진행되는 스카이 요가를 준비하는 참여객들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엣지에서 진행하는 스카이 요가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엣지는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조망하는 전망대인 동시에 고급 바와 레스토랑, 라운지 등이 밀집한 유흥과 휴식의 공간이다.

보통의 여행자라면 밤에 야경을 바라보며 칵테일을 마시거나 근사한 식사를 즐길 법한 장소다. 그런 고급 라운지 한복판에서 이른 아침부터 운동복을 입고 요가 매트를 펼치는 풍경은 낯설면서도 오직 뉴욕이기에 가능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눈앞으로는 까마득한 맨해튼의 아침이 펼쳐진다. 관광객이라면 그저 사진 한 장 찍고 내려왔을 풍경 앞에서, 진짜 뉴요커처럼 온몸을 늘이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