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 보고, 무대·전시 속으로"…뉴욕에 빠져드는 법

마차 거리에서 세계 최고 공연가로…100년 브로드웨이 극장 지구
고전 미술관 기행부터 오감 자극하는 최첨단 미디어아트까지

뉴욕 타임스퀘어 앞ⓒ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뉴욕=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센트럴파크를 헐레벌떡 가로지르는 '명소 도장 깨기'식 여행만으로 뉴욕을 다녀왔다고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진짜 모습과 숨 막히는 에너지는 랜드마크의 겉면이 아닌, 무대 위와 전시장 안에서 끊임없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500석 이상의 대형 극장만 41개에 달하는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도심 곳곳의 소극장 수백 개, 여기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과 현대미술관(MoMA), 미국 자연사박물관 등을 포함한 100여 개의 박물관·미술관과 최첨단 몰입형 전시장까지 밀집한 뉴욕에서 공연과 전시는 선택이 아닌 '절대적인 필수 코스'다.

지난달 5일 유나이티드항공이 '인천~뉴어크' 직항 노선에 신규 취항하면서, 맨해튼 도심으로 향하는 뉴욕 여행길도 한결 수월해졌다.

40여 개의 극장과 공연장이 밀집한 뉴욕 브로드웨이ⓒ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맨해튼 전체를 가로지르는 길…40여 개 극장이 만든 공연 생태계

뉴욕에서 공연을 경험하지 않고 돌아오는 것이 유독 아쉬운 이유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공연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흔히 브로드웨이라고 하면 타임스스퀘어 인근의 특정 도로나 몇 개 블록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브로드웨이는 맨해튼 섬 남단부터 북쪽 끝까지 전체를 사선으로 횡단하는 가장 길고 오랜 대로(Avenue)다.

이 거대한 길을 따라 40여 개의 공식 브로드웨이 극장과 수많은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장이 밀집하며, 세계 공연 산업을 상징하는 '극장 지구'(Theater District)로 완성됐다.

저녁 시간이 되면 각 극장마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줄지어 있다.ⓒ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출발점은 사뭇 달랐다.

19세기 후반 이 일대는 런던의 마차 지구에서 이름을 따온 '롱에이커 스퀘어'(Longacre Square)라 불리며 마차 관련 상점과 제작업체가 모여 있던 곳이었다. 도시가 북쪽으로 확장되면서 극장들도 로어맨해튼에서 유니언스퀘어, 헤럴드스퀘어를 거쳐 지금의 타임스스퀘어 일대로 올라왔다.

전기가 보급되면서 극장 간판과 대형 광고판이 밤거리를 밝히기 시작했고 브로드웨이는 '그레이트 화이트 웨이'(Great White Way)라는 별명을 얻었다.

1904년 뉴욕타임스가 새 본사를 세우며 '타임스스퀘어'라는 지명을 얻었고, 같은 해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사람과 극장, 상권이 폭발적으로 집결해 오늘날 세계 최고의 공연 생태계를 형성했다.

뮤지엄 오브 브로드웨이에서 볼 수 있는 킹키부츠 소품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박물관서 무대 뒤 세상 보고, 밤엔 실제 무대 속으로

이 거대한 극장가의 숨은 역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타임스스퀘어 인근의 '뮤지엄 오브 브로드웨이'(Museum of Broadway)다. 뮤지컬 팬이라면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요소가 가득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공연 대기실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음과 조명 연출이 가슴을 뛰게 한다. 로어맨해튼에서 시작해 현재의 위치로 이동한 극장가 지도를 지나면, 한 편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기까지의 거대한 비하인드가 펼쳐진다.

뮤지컬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뮤지엄 오브 브로드웨이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뮤지컬 라이온킹의 소품ⓒ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브로드웨이 뮤지컬 물랑 루주!(Moulin Rouge! The Musical)의 무대 디자인 미니어처 모형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메이킹 오브 어 브로드웨이 쇼'(Making of a Broadway Show) 구역에서는 배우 뒤에 숨은 스태프들의 생태계를 조명한다. 무대 디자인 스케치부터 핸드메이드 의상, 소품, 음향·조명 콘솔까지 한 편의 쇼를 만드는 수백 명의 숨은 노고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시카고', '위키드', '킹키부츠' 등 시대를 흔든 명작들의 기록과 특별전으로 열린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대형 무대 인형 제작 과정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뮤지컬 시카고 안내 책자에 한국 배우 아이비의 프로필이 담겨 있다.ⓒ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관람석이 가득찬 뮤지컬 시카고 공연장ⓒ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박물관을 나와 몇 시간 뒤 앰배서더 시어터에서 마주한 실제 뮤지컬 '시카고'(Chicago)의 열기는 현장감의 정점이었다.

한국 배우 아이비의 마지막 무대였던 이날, 객석은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환호로 가득 찼다. 관객들은 맥주 한 잔과 간식을 손에 든 채 편안하게 호흡했고 1막이 끝나자, 극장 밖으로 나와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다 다시 객석으로 들어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인파는 바로 떠나지 않고 인근 식당과 타임스스퀘어 거리로 흘러들었다. 뮤지컬 한 편이 극장 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날 밤 전체의 문화로 이어졌다.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관람을 넘어 체험으로"…100여 개 미술관과 몰입형 전시의 전율

공연에서 느낀 전율은 전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 현대미술관(MoMA), 미국 자연사박물관, 구겐하임, 휘트니 등 100여 개가 넘는 뉴욕의 세계적 박물관과 미술관, 갤러리들은 뉴욕을 찾았을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문화 자산이다.

인류의 역사와 예술을 감상하는 전통적인 박물관·미술관 기행도 훌륭하지만, 최근 뉴욕에서는 작품과 공간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몰입형 전시가 더해지며 여행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사우스스트리트 시포트 틴빌딩(Tin Building)의 '벌룬 뮤지엄'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거대한 공기 조형물과 풍선 사이를 어른과 아이가 함께 뛰어다니는 거대한 예술 놀이터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로어맨해튼 머서 랩스(Mercer Labs)의 '매스트로스 앤드 더 머신스'(Maestros & The Machines)는 다빈치, 모차르트, 호쿠사이의 작품을 빛과 소리, 영상으로 재해석한 15개 공간을 선보인다. 작품 설명을 가만히 읽는 대신 거울과 빛 사이를 누비며 눈앞에서 움직이는 미디어아트에 온몸을 내던지게 된다.

사우스스트리트 시포트 틴빌딩(Tin Building)의 '벌룬 뮤지엄'(Balloon Museum)은 누적 800만 명을 끌어모은 인플레이터블 아트 전시로, 거대한 공기 조형물과 풍선 사이를 어른과 아이가 함께 뛰어다니는 거대한 예술 놀이터다.

첼시에 자리한 한국 디스트릭트의 '아르떼뮤지엄 뉴욕'(ARTE Museum New York) 역시 빛과 소리, 향으로 자연을 구현하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더한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