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대신 일본"…설 연휴 '엔고'도 못 막은 日 사랑

여행객 2명 중 1명은 '무조건 일본'…스카이스캐너 검색량 51.6% '과반
하나투어, '전통의 강호' 동남아 제치고 일본 1위 탈환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AFP=뉴스1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짧은 설 연휴를 맞아 '귀성 전쟁' 대신 일본행 '티켓 전쟁'이 벌어졌다. 엔화 가치가 오르고 중국이 무비자로 문턱을 낮췄지만, 한국인의 유별난 일본 사랑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2025년 사상 최대 방문 기록(945만 명)을 갈아치운 일본 여행 열풍이 올해 설 연휴까지 이어지며, 해외여행객 2명 중 1명이 일본으로 향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는 물론 전통의 강호 동남아마저 밀어내고 명실상부한 '설 연휴의 승자'가 됐다.

29일 주요 여행사 및 플랫폼의 올해 설 연휴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자유여행과 패키지 시장 모두 일본이 타 국가를 압도하는 수치로 1위를 싹쓸이했다.

2명 중 1명은 '일본' 클릭… 제주도 4위로 밀려

개별적으로 항공권을 끊고 떠나는 자유여행(FIT) 시장에서 일본 쏠림 현상은 가히 폭발적이다.

글로벌 여행 앱 스카이스캐너가 분석한 '2026년 설 연휴 인기 여행 국가' 순위에서 일본은 전체 검색량의 51.6%를 차지하며 과반을 기록했다. 2위인 중국(12.7%)과 베트남(12.7%)의 수치를 합쳐도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격차가 컸다.

여가 플랫폼 놀유니버스의 데이터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놀유니버스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2월 13~16일 출발 기준) 일본행 예약 인원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도시별 선호도를 보면 '초근거리' 쏠림이 뚜렷하다. 스카이스캐너 집계 결과 후쿠오카(1위), 오사카(2위), 도쿄(3위)가 최상위권을 독식했으며, 국내 대표 여행지인 제주(4위)는 일본 주요 도시에 밀려났다.

놀유니버스 예약 데이터에서도 오사카(1위), 나리타(2위), 후쿠오카(3위) 순으로 나타났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동남아 가던 가족들도 일본으로

가족 단위 여행객이 주를 이루는 패키지 시장의 판도도 뒤집혔다. 겨울철 따뜻한 휴양지를 찾던 수요가 대거 일본으로 이동했다.

하나투어(039130)의 예약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패권은 동남아에서 일본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설 연휴(1월 24~27일 출발) 당시 52%에 달했던 동남아 비중은 올해 37%로 급락한 반면, 일본은 지난해 20%에서 올해 38%로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전체 1위를 꿰찼다.

노랑풍선(104620)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설 연휴 패키지 예약률이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한 가운데, 일본(36.5%)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겨울철 특수를 누리는 '규슈'(온천)와 '홋카이도'(설경) 지역으로 예약이 몰리며 휴양(동남아) 대신 테마(일본)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945만명 갔는데 또 간다"…식지 않는 일본 앓이

이번 설 연휴의 '티켓 전쟁'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은 945만 96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종전 기록인 2024년(881만 명) 대비 7.3% 증가한 수치로, 사상 처음으로 '연간 9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특히 설 연휴 직전인 지난해 12월 방문객 수는 97만 4200명을 기록, 역대 월간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여행 심리에 불을 지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엔고 악재에도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한 것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구조적 현상"이라며 "최근 중·일 갈등 등의 여파로 일본 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 오히려 한국인에게는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자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