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함정 해외 건조 길 열었다…필리 보유 한화 '최대 수혜' 기대
트럼프 "美 투자 조선업체, 최대 2척 자국서 건조 가능"
HD현대·삼성중공업 투자 잰걸음…의회 논의는 남은 숙제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함정 해외 건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향한 기대가 재차 불붙는 모양새다.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조선업체에 한해 자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필리조선소에 이어 오스탈 USA 인수까지 나선 한화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국가안보 대통령각서에 서명하고, 외국 업체가 미국 내 새 조선소를 짓거나 기존 조선소의 과반 지분을 확보하면 초기 2척의 함정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 함정부터는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참여 업체는 모국 조선소의 독자적 건조 기법과 기술을 이전하고, 건조·정비에 필요한 공급망도 현지에 구축해야 한다.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훈련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단순한 해외 발주가 아닌 해외 생산 역량을 미국 산업 기반으로 옮겨오는 대가로 초기 물량을 허용하는 구조다.
미국은 100년 넘게 자국 건조 원칙을 고수해 왔다. 1920년 존스법으로 자국 내 운항 상선의 미국 건조를 의무화했고, 1960년대 번스-톨레프슨법을 통해 해군 함정을 포함한 정부 선박의 자국 생산 원칙을 못 박았다.
각서는 해외 건조를 금지한 연방법 10편 8679조의 국가안보 예외 판단 권한을 국방장관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이 원칙에 우회로를 냈다. 개별 예외 결정은 의회 통보 후 30일이 지나야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칙을 깬 배경에는 미국 조선업 인프라의 쇠퇴가 있다. 함정 설계 역량은 갖췄지만 숙련공 부족과 공급망 약화, 낙후한 인프라 등으로 생산 차질을 겪어왔다. 현재 미 해군이 운용 중인 전투전력함은 291척으로, 법정 목표인 355척에 크게 못 미친다.
세계 1위 조선업을 발판으로 해군력을 빠르게 늘리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예외 허용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양 패권을 노리는 중국에 대응하려면 자국 건조 원칙을 깨고 동맹국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함 해외 건조 허용 원칙을 재차 밝히면서 국내 조선업체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기대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지 업계 안팎에선 미국 군함 건조 시장 전체 규모를 총 1조 750억 달러(약 1500조 원)로 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 줄 수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해군은 국내 조선 3사에 전투함과 급유함 관련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보냈고, 조선사들은 함정 설계와 건조 역량, 생산능력을 회신했다.
각서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곳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그룹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가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USA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조선사들의 미국 투자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HD현대(267250)는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과 조선소 인수를 포함한 현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공동 건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미국 의회 논의는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자리 이슈와 직결된 '해외 건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실제 미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6월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한 전투함 구매 계약에 해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을 승인했고, 해당 법안은 지난달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 보이는데, 만약 실제 발주가 있을 경우 한화오션 수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의회 승인 절차는 넘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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