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공법'으로 푼다…오너 세금부담만 1조이상

정몽구·정의선 父子 순환출자 핵심 모비스 지분 직접 매입

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News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둘러싼 시장의 관측이 빗나갔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후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사 전환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현대차그룹은 단순한 방법을 택했다. 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총수 일가가 직접 사들이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1조원 이상의 세금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부담하겠다는 의미다.

◇ 경영권 승계·순환출자 해소 '정공법'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면 오너 일가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한다.

현대차 최대주주는 지분율 20.78%의 현대모비스다. 2대 주주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으로 지분율은 5.17%다. 모비스 지분은 기아차와 정 회장이 각각 16.88%, 6.96%를 나눠가지고 있는데 기아차 최대주주는 지분의 33.88%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다.

총수 일가가 기아차 보유의 모비스 지분 16.88%를 사들이면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해소와 함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지분 매입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세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거론됐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예상을 깨고 정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기아차 보유의 모비스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에 따른 지주사 전환으로 세금을 회피하거나 주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제대로 된 지배구조 재편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 현대모비스 사업분할, 지배구조 재편 시작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사업부문 분할합병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시발점이다. 이번 분할합병 결정은 2가지 의미를 가진다. 기아차 보유 모비스 지분매입을 위한 자금확보와 주주권익 보호다.

현대모비스로부터 AS 부품 및 국내 모듈제조 사업을 넘겨받은 현대글로비스는 외형 확대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 주식 873만여주(지분율 23.29%)를 가진 정의선 부회장은 지분 매각으로 4조원으로 추산되는 기아차 보유 모비스 지분(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보유분도 포함)을 사들일 예정이다.

정몽구 회장 지분(6.71%)까지 더한 오너 일가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주식가치는 2조원 정도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제철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다른 계열사 지분 매각도 함께 이뤄지겠지만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오너 일가 부담은 줄어든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배구조 핵심주에서 멀어진 대신 기업가치 제고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됐다. 사업부문을 내준 현대모비스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 기정사실화됐다. 총수 일가의 대규모 지분매입이 예정된 만큼 실질적 지배회사로서의 프리미엄을 가진다. 사업분할에 따른 주가하락 요인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 세금부담만 1조원 이상 추정 "투자부문 합병 지주사 전환 없다"

올해부터 대주주 대상 과세표준이 3억원 이상인 경우 양도세율은 주식을 매각해 생긴 소득의 22%에서 27.5%(주민세 포함)로 상향 조정됐다. 현대차그룹은 상향 조정된 세율을 적용했을 경우 현대글로비스 등 지분매각에 따른 세금 발생액이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세금부담에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정공법을 택한 것은 지배구조 재편 및 경영권 승계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후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자사주의 의결권이 살아나는 '인적분할의 마법' 등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이를 배제했다. 투자부문을 모으는 과정에서 합병비율에 따라 손해를 볼 수 있는 주주 피해도 막았다. 지배구조 재편에 따른 대부분 부담은 대주주가 지겠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후 현대모비스 등을 인적분할하는 방식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없다"며 "현대모비스 지분매입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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