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기상여 통상임금에...삼성·LG·SK그룹은 '느긋'

2014년부터 정기상여금 통상임금에 노사합의로 산입
운수, 차관련 업종, 공기업에 밀집...산별대응도 원인인 듯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서명훈 송상현 이헌일 기자 =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1심 판결후에도 삼성과 LG, SK 등 상위권 대기업그룹은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년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갑을오토텍 판결이 나온후 노사합의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작업을 원만히 진행해온 덕분이다. 대체로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합의한 경우가 많다.

현대기아차 처럼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 시각차가 크고 관계가 대립적인 곳에서는 소송을 포함해 갈등이 오래 지속돼 왔다. 업종별로는 차업종·조선·기계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에서 가장 활발하고 운수와 공기업에서도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 삼성·LG·SK...2014년부터 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

3일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SK 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부터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을 정책적으로 추진했다. 중위권 그룹에서는 LS, 신세계 그룹이 비슷한 정책을 취했다.

2013년 대법원이 갑을오토텍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의 형태로 정기상여금 처럼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어도 일정기준 이상의 근로자에게(일률성), 별다른 지급조건없이(고정성) 주어지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합당하는 판단을 내놓은데 따른 것이다.

LG 계열사의 경우 2014년 노사합의를 통해 LG화학·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 등이 기본급 800% 수준으로 지급되던 정기상여금중 명절분을 제외한 600%를 통상임금으로 산입했다. 이로 인한 인건비 증가 부담은 임금인상 억제, 소급분 미지급 등으로 최소화했다.

삼성의 경우도 비슷한 시기에 노사합의를 통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하는 시도를 했다. 전자계열사를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전통이 강하다보니 정기상여금이라 할만한 것은 설과 추석때 기본급 100%씩 지급하던 것이 전부였다. 삼성전자는 이를 모두 통상임금을 포함시켰다. 이외 계열사별로 소급분 지급여부, 연봉동결 여부 등을 고려한 통상임금 확대방안을 추진했다. 이중 삼성중공업과 한화에 매각된 구 삼성테크윈 등은 합의가 원활하지 못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SK의 경우 SK텔레콤이 선도적으로 2014년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SK하이닉스는 합의가 원만치 않아 노조가 소송을 냈다가 2015년 패소했다. 통상임금 기준중 고정성 요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나 이후 노사는 임금체계를 바꾸는 노력을 지속, 2016년 성과급형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성과연동형 연봉제 도입은 노조가 있는 생산직 사업장으로서는 두번째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이 진행중이나 '재직요건' 등 지급조건의 존재로 고정성 요건이 약해 노조가 승소할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정유업계는 연봉구조가 비슷해 SK이노베이션이나 현대오일뱅크 등 경쟁사의 소송결과에 따라 같이 움직일 가능성이 많다. 비록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해도 다른 방식으로 노사가 문제를 풀어갈 가능성도 적지않다. 정유업계는 기본 800%의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 통상임금 소송, 제조업서 가장 활발… 운수·공공기관도 다수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6월말까지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제기된 사업장은 192곳 수준에 이른다. 이 가운데 77곳은 소송이 마무리됐고 115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대한항공, 삼성중공업 등 통계에서 빠진 곳이 적지않아 소송중인 회사는 더 된다.

통상임금 소송이 제기된 192곳 사업장중 제조업이 73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운수업(47곳)과 공공기관(45곳)이 그 뒤를 이었다. 제조업 가운데서는 자동차와 그 관련회사가 가장 많고 조선, 기계, 금속업종이 다수 포함돼 있다.

5개 완성차 업체중에서는 르노삼성을 제외한 4개사(현대차, 기아차, 한국GM, 쌍용차) 모두 들어있다. 부품 및 관련회사로는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를 포함해 크고 작은 업체들이 무더기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노사합의로 통상임금 문제를 푼 곳이다.

대기업 그룹중에서는 현대차그룹과 두산그룹 계열사가 가장많이 들어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외에도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비엔지스틸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두산그룹에서는 두산건설·엔진·중공업·인프라코어 4개사에서 소송이 전개되고 있다.

초과근무가 일상화돼 있으면서 통상임금에 대해 노사간의 시각차가 크고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곳들이 주류를 이룬다 할 수 있다. 기아차의 경우 2008년8월~2011년10월분에 대한 노조원의 청구액만1조926억원에 달했다. 이중에는 이미 지급한 심야근무수당, 휴일 근로에 대한 중복할증 청구까지 들어있었다. 법원에서는 이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4223억원만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차업종 등 특정업종에 소송이 몰리는 것은 산별 노조를 중심으로 움직인 경우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계 관계자는 “임금 체계나 근무 여건 등이 업종에 따라 유사한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자동차나 운송 등 일부 업종에서 소송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하려면 실익이 예상되고 승소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운수업종이나 병원·보건업 등 과로가 우려될 정도로 야근이 많은 업종은 승소할 경우 실익이 적지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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