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짝퉁?…유통 경로 복잡해지자 소비자 혼란

직구·리셀 뒤섞인 시장…"위조상품과 구분 어려워"
마트…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 주의 필요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병행수입과 해외직구, 구매대행, 리셀 등 다양한 유통 방식이 확산하면서 정품과 위조상품을 혼동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최근 한 유튜버가 병행수입 의류를 구매한 뒤 가품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의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기면서 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해당 유튜브 쇼츠 영상에는 "병행수입 제품은 믿을 수 없다", "아울렛 제품도 가품 아니냐"는 댓글이 이어진 반면 "병행수입과 짝퉁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반박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일부 사례가 병행수입 시장 전체에 대한 오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행수입·직구·리셀 뒤섞인 시장…"위조상품과는 법적 성격 다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병행수입은 해외 공식 유통망에서 판매되는 정품을 국내 공식 수입사가 아닌 제3의 사업자가 수입해 판매하는 합법적인 유통 방식이다. 상표권자가 해외에서 적법하게 제품을 판매한 경우 해당 물품에 대한 상표권 통제력이 소진된다는 '권리소진 원칙'에 따라 허용된다. 소비자는 공식 수입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정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위조상품은 상표권자의 허락 없이 등록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해 제조·유통하는 불법 제품이다.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며, 병행수입과는 법적 성격 자체가 다르다.

유통채널마다 판매 방식도 다르다. 백화점은 공식 수입사를 통해 수입된 상품을 취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명품 브랜드 유치가 어려운 소형 점포의 경우 병행 수입 편집숍을 입점시키는 경우가 극소수로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5년부터 해외 명품 편집숍 탑스(TOPS)를 운영하며 바이어가 직접 선별한 상품을 직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병행수입 상품은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 회원사를 통해 사전 정품 검증을 거친 뒤 판매하며, 검사 확인서를 동봉하고 100만 원 미만 상품은 표본 감정을 추가로 진행하는 등 정품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온오프라인 상품 페이지와 매장에서 병행수입 상품임을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병행수입 상품 취급 비중은 전체의 1% 미만으로 일부 소형 점포의 편집숍에서만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점 업체가 자체 검수와 한국명품감정원 검증, 정품 보증서 발급 등을 통해 진품 여부를 관리하며, 가품으로 판정될 경우 환불과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경우 패션 병행수입 상품은 트레이더스에서만 취급하고 있으며, 해당 비중도 패션 상품의 10% 안팎 수준이다. 판매 상품은 모두 소싱팀이 직매입한 뒤 TIPA의 정품 검증을 거친 제품만 운영하며, 매장 내 안내문과 쇼카드 등을 통해 병행수입 상품임을 별도로 고지하고 있다. 환불과 교환은 일반 상품과 동일하게 영수증 확인 후 30일 이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병행수입, 해외직구, 구매대행, 리셀 등 다양한 유통 방식이 혼재하면서 정품 여부와 유통 경로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병행수입 제품에는 관련 표시가 이뤄지지만 '병행수입'이라는 문구만으로는 정품 여부나 공식 수입품과의 차이, 애프터서비스(AS) 가능 범위 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 경로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 중요…구매 전 통관 여부·AS 확인해야

업계에서는 병행수입 자체를 가품과 동일시하기보다 유통 구조에 대한 소비자 이해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병행수입 제품은 국내 공식 수입사의 AS나 교환·환불 정책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구매 전 보증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병행수입 시장이 확대되자 소비자가 적법한 통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병행수입물품 통관표지' 제도를 운영한 바 있다. 관세청은 2012년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친 병행수입품에 QR코드 형태의 통관표지를 부착하는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2014년에는 대형마트와 홈쇼핑, 주요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QR코드가 단순히 '세관 통관 사실'을 확인하는 표시임에도 일부 소비자들이 이를 '정부의 정품 인증'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잇따랐고, 일부 위조상품에도 통관표지가 부착돼 유통됐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해당 제도는 폐지됐다. 현재는 민간 기관과 유통업체들이 자체 검증과 정품 보상제도 등을 통해 병행수입품의 신뢰도를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도 판매자의 수입신고 여부와 유통 이력, 정품 보증 여부 등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병행수입'을 내세우는 경우에는 정품 보증서와 통관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