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현실이 된 휴머노이드, 피할 수 없다면[기자의 눈]
포르쉐 '카이엔 일렉' 공장 가보니…로봇팔 430대가 차체·차대 생산
AI 접목시 자동화율 100% 육박할듯…생산직→관리직 전환 교육 필요
- 김성식 기자
(브라티슬라바=뉴스1) 김성식 기자 =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에 위치한 폭스바겐그룹 공장. 공장 내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의 차체와 차대를 만드는 전용 시설인 '플랫폼 홀'에는 총 430대의 로봇팔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같은 시각 플랫폼 홀에 있는 직원은 40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로봇팔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고장 시 소프트웨어와 부품을 정비하는 엔지니어들이었다. 로봇팔에 각종 공정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도 조만간 적용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AI 모델이 로봇팔과 공정 전반에 접목돼 '피지컬 AI'가 실현되면 현행 90% 수준인 자동화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마르쿠스 크로이텔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이사회 회장은 피지컬 AI발(發) 일자리 위협을 우려하는 기자에게 "앞으로 자동차·부품 공장은 과거와 같은 대규모 생산 인력 대신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등 관리 인력 위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며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일자리의 종류가 바뀌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자리 재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인간의 정밀한 육체노동은 당분간 로봇과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제는 현실이 된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반발한 것도 일자리 잠식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휴머노이드의 공장 투입은 바꾸기 힘든 흐름이다.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제품 품질과 생산성과 직결된 문제여서다. 다른 기업들이 휴머노이드로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흐름에서 뒤쳐진다면 생존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테슬라는 텍사스 전기차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범 도입했고, 중국 샤오미는 베이징 전기차 전용 공장을 사람 없는 '다크 팩토리'로 가동 중이다. 휴머노이드 도입 자체를 막겠다는 주장이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질서 있는 도입으로 일자리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생산 인력을 휴머노이드에 노하우를 전수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전환하는 교육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단순히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담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도 보장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해 저출산·고령화를 겪는 많은 선진국에 자동화는 적합한 모델이 될 것이다"
크로이텔 회장의 지적처럼 지금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고령화와 로봇 물결을 어떻게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두 흐름 모두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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