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행'이면 모를까, '네이버은행' 나온다 한들…'은행 철옹성' 흔들까

금융당국, 신규 은행 도입 검토에…금융권 "현실성 의문" 지적
"은행 규제 까다로워 수요 미미할 것"…경쟁 촉진에도 의문 제기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정부가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은행을 도입하거나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신규 플레이어'를 시장에 진입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금융권은 현실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자본금 등 진입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진입을 허용한다고 해도 플레이어들의 참여 수요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업을 잘게 쪼갠 스몰 라이선스나 특화은행 역시 대형 은행에 밀려 '메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과 함께 건전성 관리에 난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를 열고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했다.

실무작업반은 은행의 경쟁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신규 은행 추가 인가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시중은행을 포함해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을 추가로 도입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저축은행 또는 지방은행을 각각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테이블에 올랐다. 은행이 추가로 생기는 만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심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입 요건이 까다로운 은행업 특성상 새 은행을 도입한다는 TF의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은행법상 은행을 설립하려면 최소 100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한데, 업계에선 영업망을 비롯한 관련 인프라까지 갖추고 대형 은행과도 경쟁하려면 수조원의 자금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자본 총계는 평균 29조원, 국내 은행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곳도 자본 총계가 5조원을 넘어선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돼 산업자본이 들어오면 모를까, 수조원에 달하는 돈을 끌어올 금융자본이 현재 과연 존재할지 의문"이라며 "외국계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어서, 시중은행을 새롭게 도입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 이유로 참여 수요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금 요건은 250억원으로 은행보다 문턱이 낮지만, 물적·인적 설비까지 갖추려면 최소 3000억원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장 규모가 작은 인터넷전문은행도 자본 총계가 8200억원에 달한다. ICT 사업자가 이 정도 규모의 자본을 끌어모으려면 시중은행의 도움이 필요하나, 이미 주요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충청권 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 방식으로 설립을 추진하려 했으나, 자본금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력과 고객 확보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가 그나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나, 그간 네이버가 주로 '제휴' 방식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은행업에 발을 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해 검토 중인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지방은행의 저축은행 전환도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한도 규제를 고려하면 쉽지 않다. 은행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4% 넘게 보유할 수 없다. 지방은행은 15%로 비교적 넉넉하며, 저축은행은 아예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은행은 동일인 주식보유 한도(은행 10%·지방은행 15%) 규제도 맞춰야 한다. 시중은행 또는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려면 지분정리에 비용이 드는 만큼, 나설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중 대형사나 증권계열 저축은행들은 영향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지방은행으로의 전환을 원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 중엔 소유주가 있는 업체들이 많은데, 그런 경우 지분 정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실무작업반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기업대출 전문은행, 주택담보대출·지급결제 특화은행, 중·저신용자 전문은행 등 은행이 수행 중인 업무 범위를 세분화해 특화은행을 설립하는 방안과 은행의 여·수신 또는 외국환 등 업무 기준, 영업점 등 영업형태별로 진입 규제를 쪼개는 스몰 라이선스 도입 방안도 같이 검토했다. 금융당국이 비금융주력자 규제에 대해 지금 당장은 손대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플레이어들의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혹여나 방안으로 채택된다 하더라도 은행법 개정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신규 플레이어를 진입시켰을 때 당국의 구상대로 은행의 과점체제가 해소되고 경쟁이 촉진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오히려 건전성 리스크를 키우고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이 새롭게 생겨나도 기존 대형은행과의 체급 차이로 경쟁을 촉진하기엔 역부족이며, 외려 은행이 난립하면서 업계 전반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의 여신(대출)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스몰라이선스를 예로 들면, 카드사나 캐피탈과 같은 지금의 여신금융전문회사와 다를 게 없는 만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지난 2일 실무작업반 회의에선 논의 안건의 필요성보다는 현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신규 플레이어에 관해서는 가능성보다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며 "'빨리 해보자'보다는 '이게 정말 되겠나'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업권별 이해관계'가 아닌 금융소비자의 효용 관점으로 논의 과제에 대한 검토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매주 실무작업반 회의를 통해 논의 과제를 좁혀나가면서 6월 최종 결과물을 발표할 계획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논의되는 과제를 모두 채택할 수도 있지만, 전부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국민의 효용 증진 차원에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제도를 만들어놓으면 수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번 TF처럼 금융당국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있는 '날 것'의 아이디어를 대중에 공개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내부에서 실현가능성을 비롯해 다각도로 논의를 거쳐 '확정된 사안'만 언론 등을 통해 발표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실현하기 어렵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최대한 소상하게 설명하면서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알리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논의 과정을 일일이 공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TF가 6월에 공개할 제도개선 방안엔 당장 뚜렷한 결과물보다는 '장기적인 과제'가 담길 수도 있다"면서 "당국이 검토 중인 모든 사안을 공개한다는 건 그만큼 의지가 있다는 뜻이니, 은행 입장에선 충분히 압박감을 느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