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이사장 "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신중해야…정년연장이 모수개혁"

"노후 상대빈곤율 OECD 1위…2030세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불안"
"국고 조기투입해 미래세대 부담 줄여야…21세기까지 기금 소진 없게"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역센터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9일 "급여 삭감 성격의 (국민연금)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또 다른 노후 빈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역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독일과 일본은 보험료를 최대한 인상한 이후에도 재정불안을 해소하지 못해 선택한 수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54.5%로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 정도만 연금을 받고 있고, 노령연금 평균 수급액도 69만 7000원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이 경험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고령화와 저출산이 진행되면서 외부에서는 부자나라로 보이지만, 노후 상대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2030세대는 연금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현실적 불안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모수개혁을 통해 재정안정화의 첫 단계를 밟았지만, 향후 개혁은 소득보장 강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통한 모수개혁은 사회적 논의가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보험료율 논쟁은 잠시 접어두고 다른 재정 안정화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정년연장을 꼽았다. 김 이사장은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노동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늘고 소득이 발생하는 만큼 연금보험료 납입기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며 "정년연장으로 의무가입연령이 상향되고, 노인에 대한 법정연령 조정까지 이어진다면 가장 큰 모수개혁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군 복무·출산 크레딧 제도 개선과 국고의 조기 투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현행 크레딧 제도는 군 복무나 출산·양육 시점이 아니라 연금 수령 시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미래세대에 넘기는 구조"라며 "크레딧 발생 시점에 국고를 투입해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1조 원을 조기에 적립하면 수익률 10% 기준으로 1조 1000억 원이 되고 이후에도 계속 운용된다"며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면서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출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금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수급 기준 조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기초연금 도입 당시 소득 하위 70% 기준은 월 40만 원이었지만, 현재는 247만 원으로 크게 달라졌다"며 "20년간의 환경 변화를 제도의 틀이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하위 70%를 적용하다 보니 고가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도 수급자가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급여 대상을 단순히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수급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퇴직연금 개편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충분한 노후소득 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아래로는 기초연금, 위로는 퇴직연금을 쌓는 다층 소득보장체계가 필요하다"며 "퇴직연금은 적립이 의무화돼 있지만 운용은 사적 영역에 머물러 있어 일시금으로 소진되거나 노후소득 기능이 약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운용 참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민간 금융기관뿐 아니라 공적 운용기관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참여하더라도 독점이 아닌 제한적·다양한 참여를 통해 수익률 경쟁을 유도하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부연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하나만 갖고 노후생활은 할 수 없고, 세금을 더 걷을 수도 없다"며 "국민 부담을 높이지 않으면서 소득보장할 수 있는 건 퇴직연금밖에 없다. 높은 수익률은 기금 규모와 장기투자에 있는 만큼 목표를 거대기금으로 하면 제2의 국민연금 기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국가적으로 보면 2개 거대 기금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를 국제적으로 운용하면 국부펀드처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수익률 제고, 국고의 조기 투입 등을 통해 21세기 말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소진 걱정없는 제도를 만들어보려고 한다"며 "연금은 노후소득 보장 강화와 재정안정화라는 이중과제를 안고 있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과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