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엥겔지수 '20년 만에 최고'…"장보기도 벅찼던 한해"
가계지출 중 식음료 13%…통계청 조사선 17% 육박
코로나19에 식탁물가 급등 겹쳐…체감경제 '꽁꽁'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식·음료품에 쓴 비중이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우리나라의 '엥겔지수'가 지난해 치솟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이 힘들어지면서 집밥 소비는 늘었던 반면 농축수산물을 비롯한 밥상 물가는 급등한 여파로 풀이된다. 많은 국민이 코로나19로 일자리와 소득을 잃어가는 와중에 장바구니를 채우기도 벅찼던 한 해였다.
10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목 소비지출 851조5137억원 중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품 지출은 109조6480억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의 12.88%를 차지했다.
이는 2000년(13.29%)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비중이다.
국내 소비지출 가운데 식·음료품 비중은 1970년대만 해도 30~40%로 매우 컸지만 1990년대 들어 10%대 초중반으로 줄었다. 이후 1997~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13%에서 14%로 잠깐 올라섰다가 2000년부터 다시 빠르게 진정됐다.
지난해 엥겔지수는 이 당시(2001년 12.45%)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엥겔지수는 일정 기간의 가계 소비지출 총액에서 식료품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이를 통해 가구 생활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엥겔지수가 높은 저소득층은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필수 식생활에 쓰는 반면 엥겔지수가 낮은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엥겔지수 급등 현상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도 포착됐다. 해당 자료는 표본가구가 직접 쓴 가계부 내용에 기초해 작성한다.
지난해 3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4만4884원으로, 그중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지출이 16.94%(49만8778원)를 차지했다.
이는 가계동향조사를 도시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 실시한 2003년 이래 최대 비중이다. 조사에 참여한 표본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기존 최대치인 2004년 3분기(16.76%)를 뛰어넘어 17%에 달했다.
가계 소비지출 가운데 식·음료품 비율은 작년 4분기에도 16.41%로 매우 높은 편에 속했다. 이밖에 2분기 15.60%, 1분기 15.47%였으니 한 해 전인 2019년의 13~14%대를 연간 내내 큰 폭으로 웃돌았던 셈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가계 소비는 1년 전보다 매분기 감소 또는 정체됐다. 그럼에도 식료품에 쓴 돈은 한 달에 7만8000원(3분기 기준)꼴로 급증했다.
이러한 식료품 지출 증가 원인으로는 거리두기에 따른 외식 자제와 함께 '식탁물가 급등'이 꼽힌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총지수는 전년비 0.5% 상승에 그친 반면 신선식품지수는 9.0%나 올랐다.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가격은 4.4% 급등했다.
엥겔지수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해 최장 기간 장마를 비롯한 기상 악화로 국내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가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국제적으로도 곡물 가격이 9개월 연속 오르는 등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조짐이 엿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9일 이런 내용의 보고서에서 "최근 글로벌 애그플레이션 영향으로 수입 물가의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어 향후 엥겔계수 상승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곡물 가격 상승은 국제적인 요인이, 채소류 등의 상승은 계절적이고 국지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이달부터 오는 5월까지는 밥상 물가 상승이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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