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특구 노동특례 대화 시작…'52시간 예외·기간제 2+2' 합의 진통 예고

경영계 "특례 필요" vs 민주노총 "제로베이스"…노동시간·기간제 입장차
노동특례 법안 포함도 불투명…민주노총 7일 대의원대회 변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9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메가특구 특별법 관련 사회적 대화 제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메가특구특별법 노동 특례에 대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2026.9.15 ⓒ 뉴스1 이종덕 기자

(세종=뉴스1) 김우진 기자 = 민주노총까지 참여한 메가특구특별법 노동특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실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노사정은 2차 회의에서도 메가특구의 개념과 방향성 등을 공유하는 데 그치면서 주 52시간제 예외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등 핵심 노동특례 논의에는 본격적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경영계가 연구개발(R&D)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특례 도입을 요구하는 반면 노동계는 52시간제 예외와 비정규직 확대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노사 간 입장차가 뚜렷하다. 민주노총 내부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이견도 변수로 꼽히면서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사정은 지난 2일 '(가칭)메가특구특별법 관련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제2차 실무협의체를 열고 정부로부터 메가특구의 개념과 방향성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노총·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노동부·국무조정실·재정경제부·산업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노사정 실장급 인사가 참석했다.

메가특구 내 노동규제 예외 적용 여부 등 핵심 의제는 이날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먼저 제도의 큰 틀을 공유한 만큼, 구체적인 의제 논의는 이후 회의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례 '필요' vs '저지'…노동시간·비정규직 문제 정면충돌

핵심 쟁점은 고소득 연구개발(R&D) 인력 등에 주 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과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근로자 합의 시 2년 더 늘리는 '기간제 2+2', 파견 업종 확대 등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사회적 대화를 제안하면서 핵심 의제로 노동시간 문제와 '2+2'로 불리는 고용 관련 문제를 꼽았다. 이 두 의제가 노사 간 가장 큰 대척점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영계는 특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7월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468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과반이 메가특구에 가장 필요한 노동 특례로 'R&D 인력 근로 시간 유연화'를 꼽았다.

노동계는 대화에는 참여하되 특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 이후 6년 만이다.

참여 목적부터 '특례 저지'에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에 들어가서 52시간 예외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추진을 막고 4.5일제를 추진하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메가특구 내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과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차 회의를 앞둔 지난달 30일에도 성명을 내고 "무엇을 풀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참여가 노동특례 수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노총은 메가특구가 실제로 가동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지금 특례를 서둘러 논의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 뉴스1 DB
법안 노동특례 '안갯속'…민주노총 내부 여론도 변수

정부·여당은 대화 결론과 별개로 특별법 연내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목표였던 9월 발의는 무산됐다. 소관 상임위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정무위원회로 바뀌면서 노동특례 초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주 52시간 예외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당정은 법안 명칭을 '초광역특구특별법'으로 바꾸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동계와의 대화가 진행 중인 만큼 노동특례가 법안에서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노동계와 논의 없이 법안이 일방적으로 발의되면 대화 참여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내부 상황도 변수다. 민주노총은 오는 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1999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27년 만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포함한 사회적 교섭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원포인트 대화와는 별개 안건이지만, 사회적 대화에 대한 내부 반대 기류를 가늠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7일 서울 전국노동자대회 등 장외 투쟁도 예고했다.

2020년엔 대의원대회서 합의안 부결…"대화 자체가 목적"
2020년 김명환 당시 민주노총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및 향후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7.10 ⓒ 뉴스1 민경석 기자

민주노총이 참여한 직전 사회적 대화인 2020년 코로나19 노사정 대화는 끝내 결실을 보지 못했다. 당시 노사정은 40여 일 논의 끝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해고 금지' 미명문화 등에 반발한 강경파의 반대로 김명환 당시 위원장이 협약식에 불참했다.

민주노총은 이후 온라인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합의안은 반대 805명(61.7%)으로 부결됐고 집행부는 총사퇴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이 사례를 의식하고 있다. 김 장관은 대화를 제안하면서 "대화 자체가 목적"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 "사회적 대화 기구가 입법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 여부와 별론으로 국회의 논의 과정에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은 실무협의체를 주 1~2회 열고 차관급 운영협의체를 병행하기로 했다. 3차 실무협의체는 오는 8일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다.

woojink3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