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길어지는 공관장 공백 피해자는 국민이다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캄보디아 한국인 감금'과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의 공통점은 사건이 발생한 현지 공관에 책임자가 없다는 점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173개 재외공관 중 공관장이 부재한 곳은 총 42곳이다. 대사 공석은 25곳, 총영사 공석은 17곳으로 대사대리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여파와 윤석열 정부 때부터 공석인 곳도 있지만, 지난 6월 말 미국·일본·러시아·유엔 등에 후임 인사 지정 없이 '2주 내 이임'을 급하게 지시한 영향도 있다.
인사가 늦어지는 배경에 대해 외교부는 속 시원한 대답을 못하고 있다. 다만 외교가에선 "정치권 인사들의 줄서기 경쟁 심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치적 요소'가 고려된 특임공관장 인사가 먼저 이뤄지고, 남은 자리에 직업 외교관에 대한 인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모든 절차가 꼬인 모습이다.
'2주 내 이임'은 인사 쇄신을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외교 현장의 연속성을 끊어버린 셈이 됐다. 캄보디아의 불법 감금 사태나 조지아주 구금 사건처럼, 초기 외교 대응이 중요할 때 책임자가 부재했던 이유다. 한국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국가 지역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베트남 다낭 총영사관, 일본 삿포로, 후쿠오카 총영사관도 여전히 공석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공백을 채우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새로 임명한 공관장은 강경화 주미대사·노재헌 주중대사·이혁 주일대사·차지훈 주유엔대표부 대사뿐이다.
이러한 미온적 기조가 계속될 경우, 연말에는 공관장이 없는 공관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직업 외교관들은 퇴임 전 마지막 커리어로 재외 공관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 12월 31일 정년에 다다르는 인원이 상당하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리더십이 부재한 공관이 최대 60곳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외교부 본부 인사가 비정상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현재 두 달 넘게 차관보 및 차관급인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공석이다. 또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 자리도 비어있다. 전임 배종인 실장은 차지훈 주유엔대사를 보좌하기 위해 주유엔 차석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주유엔 차석대사 직을 거친 바 있는 배 차석대사는 정년을 3년 남기고 외교 경험이 전무한 차 대사를 보필하기 위해 실장에서 국장급으로 사실상 '강등'된 것인데 이는 외교부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위기 대응의 첫 순간부터 마무리할 때까지 모든 현지 소통과 판단 등은 공관장의 몫이다. 그런 자리들이 비어 있는 지금, 현장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빈자리 외교'가 장기화할수록 해외 국민 보호망은 약해지고,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신뢰 훼손도 우려된다. 정권의 인사 셈법에 갇힌 외교, 그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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