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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살인 예고' 왜?…'범죄 예고'만으로 처벌할 수 있나

"불특정 다수에 공포감 유발해 희열…모방범죄 증가할 수도"
장소·표적집단 특정하면 살인예비·음모죄 성립 가능성 있어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2023-07-27 05:20 송고 | 2023-07-27 08:28 최종수정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 추모 메시지와 조화가 놓여 있다. 2023.7.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 추모 메시지와 조화가 놓여 있다. 2023.7.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흉기 난동이 벌어진 신림역 인근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와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공개된 공간에서 범죄를 예고하면 살인예비 음모죄 등으로 형사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25일 오후 10시쯤 '신림역 일대에서 여성을 성폭행·살해하겠다'는 협박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는 신고를 받고 순찰차 11대를 투입해 신림역 일대를 수색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도 게시글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앞서 24일에는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이 흉기 구매 내역과 함께 올라왔다. 경찰은 작성자를 협박 혐의로 긴급 체포해 2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예고글 유포를 보상심리 또는 모방범죄 징조로 해석한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불특정 다수에게 두려움·공포감을 유발하며 심리적 보상을 얻거나 흉기 난동을 모방하려는 마음이 강해질 때 예고글을 올린다"며 "장소를 특정하고 흉기 구매 내역을 인증하는 것도 그같은 심리의 연장"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롯데타워 폭발물 대피 소동처럼 이들은 흉기 난동이 실제 일어나 시민의 경계심이 강해지면 외부 위협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경찰 등 사법기관의 대대적인 순찰 활동을 널리 알려 시민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범행 대상과 장소를 특정해 범죄 예고글을 공개적으로 올리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진규 변호사(법무법인 파운더스)는 "살인 등 일부 강력 범죄는 예비, 음모 단계부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장소와 대상을 특정해 살인을 예고하면 살인 준비 단계까지 간 것으로 간주돼 범행 착수 전이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도 "살인은 생명을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에 절도 등 여타 강력범죄와 달리 준비 단계에서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정신질환 등 병력을 내세워 감형받을 수 있지만 그같은 이유로 처벌 수위를 낮추는 사례가 최근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모씨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7.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모씨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7.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살인예비음모죄가 성립하려면 장소·대상이 더욱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으로 인정받는 특정성의 요건이 제한적인 만큼 게시글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살인예비음모죄나 정보통신망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가 되려면 표적 대상이 확정적이거나 장소가 상당히 구체적이어야 한다"며 "현행법으로 처벌하려면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테러방지법 개정 등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러는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를 공격해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로 정의된다"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살인 예고글도 테러 전 예비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테러방지법은 테러단체 구성죄에만 처벌 규정으로 두고 있어 예비 행위가 처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살인 예고글을 올리는 행위도 테러 예비 및 협박 행위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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