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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사태' 진실은…'불공정 계약' vs '합당한 대가 지급'

대책위 "원작자 보호도, 적정한 대가도 못 받아"
형설앤 "합의에 따른 계약 결과 법적 문제 없어"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이정후 기자, 박상휘 기자, 박혜연 기자 | 2023-04-06 05:00 송고 | 2023-04-06 08:57 최종수정
뉴스1DB © News1 최창호 기자
뉴스1DB © News1 최창호 기자

만화 검정고무신의 그림을 그렸던 고(故)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분쟁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작가는 자신이 그렸던 검정고무신 캐릭터의 사업화를 위해 저작권 일부를 출판사 대표에게 양도했으나 이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원작자인 자신이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이 작가가 '불공정 계약'을 주장하며 세상을 뜨면서 만화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그와 캐릭터 사업권계약을 맺은 출판사 대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 작가 사후 한국만화가협회 등 만화가 단체를 중심으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대책위)가 구성됐다. 대책위는 이 사건을 사례를 '불공정 관행'으로 일어난 참사로 규정하며 이 작가와 사업권계약을 맺었던 장진혁 형설출판그룹 대표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와 저작권 지분 포기를 요구했다. 여론이 들끓자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서 검정고무신 사태에 대해 특별조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장진혁 대표와 그룹 산하에서 캐릭터 사업을 맡았던 형설앤 측의 입장은 이 작가, 대책위 측의 주장과 상반됐다. 업체 측은 이우영 작가와의 계약은 모두 정당하게 체결이 됐으며 이에 합당한 대가를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형설앤은 이 작가가 최초 다른 원작자들과 맺은 계약을 위반하고 독자적으로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을 출품하면서 갈등이 생겼고 현재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 설명했다. 

<뉴스1>은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기반으로 대책위와 출판사 양쪽의 주장이 상반되는 쟁점들을 정리했다. 해당 쟁점들은 이미 양측이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서도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사항이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검정고무신 저작권 지분 설정에 대해
▶기초사실: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이우영 작가와 이영일 작가(스토리 작가)는 2008년 사업화를 위해 장진혁 대표와 검정고무신 캐릭터 9개에 대한 지분권한을 나눠가지기로 계약한다. 지분율은 이우영 27%, 이영일 27%, 징진혁 36%, 이우진 10%로 결정된다. 이후 장 대표가 이영일 작가의 지분 17%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53%로 최대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대책위: 장진혁 대표가 원작자인 이우영·이우진·이영일 작가로부터 '사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득하며 지분을 양도받았으나 이에 대해 계약금 등의 대가는 일절 지불된 바 없다. 더불어 장 대표는 검정고무신 창작 또는 제작에 전혀 참여한 바 없는데 저작권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위법한 등록이다. 특히 장 대표는 저작권자로 이름을 올린 뒤 자신이 창작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형설앤: 작가들이 지분양도 대가로 장 대표에게 요청한 대가는 크게 3가지로 △애니메이션 4기 제작에 대한 투자 △검정고무신 신간 도서의 지속적 출간 △타 출판사에서 계약 종료된 절판도서의 복간이다. 회사는 애니메이션에 투자와 신규 도서 계약금에 약 10억원을 썼다. 작가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신의 저작권을 나누어줬다는 주장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상당한 투자금이 들어갔고 사업의 성패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장 대표는 최소한의 보험 차원에서 지분을 요구했고 원작자들의 동의로 배분받게 됐다.

-사업권 설정 계약에 대해 
▶기초사실: 장직혁 대표와 형설앤 측은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이우영, 이영일 작가와 3차례에 걸쳐 사업권 설정 계약서를 작성했다. 1, 2차 사업권설정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5년이었지만 지분 배분 이후 저작권자들 사이에 체결된 3차 사업권설정계약에서는 계약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때 설정한 사업권에는 '검정고무신 원저작물 및 그에 파생된 모든 이차적 사업권'이 포함됐다. 

▶대책위: 핵심이 되는 3차 사업권설정계약서에 계약기간이 설정되어 있지 않고 계약금도 없었다. 또 계약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계약서에는 사업 진행 시 원작자들의 동의 규정도 없다.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에도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고 판례도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계약은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형설앤: 1, 2차 사업권설정계약은 작가들과 회사 사이의 출판과 관련된 계약이었기 때문에 기간이 설정됐다, 하지만 3차는 개인인 이우영·이우진·이영일 작가와 장진혁 대표 4명이 체결한 계약이다. 4명의 개인이 지분을 나눠가지기로 했고 사업을 담당할 사람을 정한 것이며 사업 수행할 사람으로 정 대표를 지정한 것이다. 이후 사업 추진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데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공정이라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리고 해당 계약서의 세부 내용들은 당시 4자가 모두 합의하고 서명한 것이며 강제로 이뤄진 것도 아니다.

만화 '검정고무신'의 작가 故 이우영 씨의 동생이자 공동 저작권자인 이우진 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휴서울미디어노동자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3.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만화 '검정고무신'의 작가 故 이우영 씨의 동생이자 공동 저작권자인 이우진 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휴서울미디어노동자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3.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캐릭터 사업 진행에 대한 통보의 문제에 대해
▶기초사실: 저작권자들 사이의 사업권설정계약에 따라 정진혁 대표는 자신의 사업장인 형설앤을 통해 캐릭터 사업을 추진했다. 형설앤은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4기 제작,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피규어, 마트 행사 등의 사업을 실시했다. 

▶대책위: 장 대표는 검정고무신 캐릭터 사업 진행에 대해 작가의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았다. 특히 4기 애니메이션 제작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으며 애니메이션 제작 계약서에 날인도 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해 계약금 등 원작료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 사업권계약을 체결하며 장 대표 측은 원작자들에게 사업과 관련 사항을 열람할 수 있게 한다고 약속했으나 해당 약속을 지켜지지 않았고 원작자들은 아직도 형설앤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형설앤: 원작자들의 동의를 구해서 이차저작물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으며 캐릭터 상품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따른 부가사업이었다. 이런 부가사업에 대한 권한은 애니메이션 제작자에게 있다. 예를 들어 영화사가 웹툰 원작을 구입해서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DVD 등 관련 상품을 제작 판매할 때마다 웹툰 원작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나. 4기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도 애초에 지분율을 나눌 때부터 이우영 작가가 제작을 요구했고 이에 응해 제작을 하게 됐다. 이 작가는 제작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원작료 정산의 문제에 대해
▶기초사실: 검정고무신의 저작권자들은 사업권설정계약을 통해 '수익은 제반 비용 및 대행수수료 30%를 제외한 순수익을 원저작자 지분율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한다'고 합의했다. 더불어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계약에서는 원작자에 대한 원작료를 매출의 3%로 설정했다. 

▶대책위: 회사는 분기별 1회로 어떤 항목으로 얼마가 들어왔는지에 대한 A4용지 한 장 분량에 정산서만 보냈고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 정산 내역을 보내지 않은 적도 있었다. 작가들은 형설 측이 검정고무신으로 어떠한 사업들을 했고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저작권자 4인은 검정고무신과 관련된 사업 매출액에서 수수료 30%를 제외하고 남는 수익을 원작자들에게 배정해야 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장 대표 측은 검정고무신 사업이 모두 애니메이션 제작에 따른 사업으로 간주했고 애니메이션 제작 계약에 따른 3%의 수익만 원작자에게 배분했다. 또 회사 측은 사업권설정계약에 따라 선인세를 지급했다고 하지만 인세는 작가들에게 주어야 할 당연한 돈으로 사업권 분배금이 아니다. 이 작가가 200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검정고무신 사업으로 실제 통장에 지급받은 정산액은 이우영이 1225만9992원이다. 그중 이우영의 정산액이 1000만원을 넘은 것도 소송제기 이후에나 제공된 것이다. 

파주출판단지 내 형설출판그룹 전경. /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파주출판단지 내 형설출판그룹 전경. /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형설앤: 정산은 분기 단위로 지분율에 맞춰 이뤄졌다. 사업 저조로 지급이 안 됐던 적도 있지만 이외 지급은 정확히 이뤄졌다. 검정고무신 캐릭터 사업은 애니매이션 제작과 그에 따른 부가사업이다. 애니메이션 케릭터의 사업권은 이를 제작한 제작사와 투자사에 있으며 원작자들에게는 매출의 3%를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3% 중 이우영 작가의 저작권 비중이 27%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원작료가 지급이 됐다. 해당 계약 내용은 KBS가 제작을 맡았던 1~3기 애니메이션 때와 동일한 비중이다. 오히려 이우영·이우진 작가 측이 다른 저작권자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이용한 출판물을 출간했다. 

2008년 사업권설정계약을 했지만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사업 권한은 2014년까지 1~3기를 제작한 KBS 측이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형설앤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시기는 2015년부터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형설앤이 지급한 원작료는 약 8600만원이다. 이를 이우영 작가의 지분 27%로 환산해 2323만6751원이 지급됐다. 원작료 지급이 적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1~3기 애니메이션 사업이 이뤄진 1998년부터 2014년까지 16년 동안 KBS가 원작자들 몫으로 지불한 930만원 대비 적은 금액은 아니다. 원작료 배분 등 원작자들에게 동일한 대우를 했지만 이영일 작가 측에서는 불만을 제기하지 않아왔다. 

-저작권 소송에 대해
▶기초사실: 검정고무신의 스토리 작가인 이영일 작가와 장진혁 대표는 2019년 이우영, 이우진 작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이영일 작가와 장 대표는 이우영 형제 작가가 공동 저작자인 자신의 허락 없이 수차례 독단적인 작품활동을 했음에도 이에 대한 수익 배분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우영·이우진 작가는 자신들의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저작권 침해 금지 반소를 제기했다. 

▶대책위: 이우영 작가가 계약의 불공정성과 원작료 지급의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가 이영일 작가와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원작자들 사이에는 검정고무신 저작물을 자유롭게 창작하기로 했으며 이견이 없었다. 이영일 작가가 단독으로 작품을 출품한 적도 있으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없다. 별도 출간한 작품에 대한 수익배분 요구도 거절한 사실이 없으며 각자 창작한 작품에 대해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 기여도에 따라 배분했다. 이에 더해 이우영, 이우진 작가가 검정고무신과 관련해 창작활동을 한 것도 계약 위반이 아니다. 애초에 장 대표는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영일 작가가 장 대표 측에 선 것은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금전적 보상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형설앤: 이우영 작가가 20여권의 독자 출판물을 발간하면서 원작자들 사이의 갈등이 생겼고 회사는 이를 중재해 왔다. 결국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했고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이영일 작가가 대응을 요구해 공동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창작자들의 창작활동은 자유롭게 하기로 했지만 이를 활용해 수익 활동을 할 경우 저작권자들의 합의가 있어야 했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동해·박혜연·이정후 기자)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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