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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펴낸 강남길 "관련국 모두 가봐…사진 수만장" [책과 사람]

'강남길의 명화와 함께 후루룩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1, 2, 3권 출간 인터뷰
"아이들에게 쉽게 알려 주고 싶었다…독자들도 재밌게 '후루룩' 읽었으면"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23-01-24 07:00 송고 | 2023-04-07 08:39 최종수정
편집자주 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책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책은 전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부터 각 분야 유명인사와 스타들 및 이웃들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기반으로 탄생합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각양각색의 도서들을 만들어 낸 여러 저자들 및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책은 물론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연기자 겸 작가 강남길 / 뉴스1 김정한 기자 © 뉴스1
연기자 겸 작가 강남길 / 뉴스1 김정한 기자 © 뉴스1
연기자이자 작가인 만능 재주꾼 강남길(65)이 이번엔 예상 밖의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웬만한 전문가도 출간을 시도하기 어렵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3권의 책으로 펴냈다. 본인 말로는 "꽤 건방진 도전"이었다. 

강남길은 이미 책을 낸 경험이 있다. 지난 1998년에 나온 'TV보다 쉬운 컴퓨터'은 50만부 이상 팔린 출판계의 히트작이다. 2004년에는 영국 생활을 담은 '강남길의 오 마이 고드'도 발간했다.
그런 그가 또 한 번 책을 냈으니 딱히 이채로울 건 없다. 하지만 이번 책 '강남길의 명화와 함께 후루룩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델피스튜디오)는 의외다. 기존에 나온 많은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책들과는 규모나 결까지 다르다.

'명화와 함께 후루룩'이란 제목도 담은 이번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 전체를 총망라하고 1500장의 그림까지 수록하는 등 방대한 작업을 통해 총 3권으로 완성했다. 무려 14년에 걸친 자료 수집과 정리의 산물이다.

강남길을 직접 만나 왜 '그리스 로마 신화'란 거대한 주제를 왜 선택했고, 명화와 함께 다뤘는 지 등에 대해 들어봈다. 
-이번 책의 시작은 어땠나. 

▶지난 2000년 초 두 아이(아들과 딸) 뒷바라지를 위해 영국에서 4년간 지낼 때 집이 트라팔가 광장과 가까운 곳에 자리했다. 주변에는 대영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를 비롯한 많은 문화 시설이 있었다. 이곳을 자주 드나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을 많이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도자기의 원초적인 모습을 담은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것이 점점 섬세한 그리스의 인체 조각으로 옮겨가 그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 그러나 결국 그리스 로마 신화 그 자체로 관심이 수렴됐다. 

-그래도 단순한 관람객 입장에서의 감상이나 느낌만 가지고 책 집필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면.

▶맞다, 당시 아이들이 각각 초등학교 3학년, 6학년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전시물에 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또 이따금 한국에서 오는 지인들과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동행할 때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서구 문명의 근간인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이들과 지인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조금씩 공부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재미가 들리고 더 많이 알고자 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유적지도 일일이 찾게 되고, 사진 자료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전문 가이드가 돼 있었다.
현장 답사 중인 강남길. 2013년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앞(델피스튜디오 제공)
현장 답사 중인 강남길. 2013년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앞(델피스튜디오 제공)
-실제로 방문한 곳은 어디이고, 얼마나 많은 자료를 수집했는지 궁금하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영국을 물론이고, 스페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등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 있는 곳이라면 모조리 가봤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수십 차례 방문했다. 이렇게 다니면서 모인 사진 자료가 수만 장이고, 동영상도 엄청나게 찍었다. 기껏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미 방문했던 장소를 다시 찾아간 일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여정에서 죽을 고비도 수 차례 넘겼다. 한 번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10여일간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다. 당시 손을 땅에 짚으면 덜 다칠 수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손이 카메라를 감싸며 보호하고 있어서 몸을 다쳤다.

-책을 집필하는 데 14년이나 걸린 이유와 가장 크게 중점을 둔 부분은.

▶우선 내가 전문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공부하면서 자료를 수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 영국 생활은 아이들 뒷바라지가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그 일이 우선이었고, 남는 시간에 책을 진행하는 일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놔두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차 때문에 주로 밤에 아이들과 통화를 하기 위해 잠을 안 자고 기다리면서 짬짬이 작업을 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절대 작업시간보다는 꾸준히 중단하지 않고 책을 완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래서 14년이나 걸렸는데, 아무튼 나도 신기하다.

-책을 출간 과정에서 그동안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성장해온 자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물론 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윤문이나 표지 디자인 등에서는 전문 작가와 전문 디자이너의 도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사실 우리 가족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인 내용은 주로 내가 썼지만, 글을 정리하거나 편집디자인을 하는 많은 부분에서는 아이들의 손을 거쳤다. 그간 수집한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도 아이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책은 물론 멀티미디어로 활용될 수 있는 일종의 '패밀리 아카이브'가 구축된 것이다. 이 책은 애당초 내가 아이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들려주듯이 아주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구성된 것이고, 글의 문체도 그러한 기준에 일관되게 충실했다. 아마도 우리 가족, 그리고 정말 우리 가족 같은 지인들이 없었다면 이 책의 출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장 답사 중인 강남길. 2016년 여름 튀르키예 에페소스 도서관 유적지(델피스튜디오 제공)
현장 답사 중인 강남길. 2016년 여름 튀르키예 에페소스 도서관 유적지(델피스튜디오 제공)
-이 책은 관련 미술 작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데.

내가 공부하다 보니 깨달은 게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내레이션 그 자체도 물론 가치가 있지만, 그와 관련된 명화 없이는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림 한 점이 글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그림이라면 아낌없이 넣었다. 다소 끔찍하거나 선정적이어 보이는 그림도 과감하게 수록했다. 이 책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체적인 맥락 이해에 가장 중점을 둔 것임을 아는 독자라면 그 이유를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떤 면에서 매력적인가. 그리고 독자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헬레니즘으로 대표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기독교의 헤브라이즘과 함께 서구 문화의 원천이라고 한다. 내가 경험해 보니 정말 그렇다.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대영박물관도 가고, 루브르 박물관도 가고, 내셔널 갤러리도 간다면 얼마나 재밌겠는가. 하지만 이 방대한 신화를 쉽게 접근하기란 만만치 않다. 대부분은 어릴 때 잠깐 본 동화나 만화, 좀 더 관심 있는 사람도 많은 이야기가 삭제된 요약본에서 그친다. 그래서 내 책에서는 그동안 아동이나 청소년용으로, 혹은 국민 정서상 삭제되었던 이야기들도 과감하게 넣었다. 그래야 인간 같은 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리스 로마 신화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그동안 어렵게 느껴졌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재밌고 가볍게 '후루룩' 읽어주면 고맙겠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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