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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지금]②"우리는 끊임없이 싸울 것…민주화 반드시 온다"

얀나잉툰 미얀마 민족통합정부 한국 대표부 특사 인터뷰
"국민 모두가 투쟁 중…국제사회의 관심과 연대가 절실"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박동해 기자, 박혜연 기자, 이정후 기자 | 2022-12-14 06:00 송고
편집자주 미얀마 문민정부가 군부의 쿠데타로 무너진 지 1년 10개월이 지나갑니다. 지구촌 한 편에서는 월드컵이라는 최대 축제가 펼쳐지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미얀마 시민들은 지금도 군부의 총칼에 사망하고 있습니다. 뉴스1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희망하며 미얀마의 현 상황을 조명하고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획물 3편을 송고합니다.
얀 나잉 툰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특사가 10일 오후 인천 부평구 경인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얀 나잉 툰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특사가 10일 오후 인천 부평구 경인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누군가에게 미얀마는 아직도 싸우는 국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쿠데타로 이미 민주주의가 무너져 버린 국가로도 인식할 것이다. 제3국의 전쟁 상황은 쉽게 잊힌다. 특히 지구 한 편에서 스포츠 최대 이벤트가 열릴 때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미얀마는 여전히 싸우는 중이다. 어느덧 내전만 2년째. 누구는 잊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따뜻한 봄을 꿈꾸며 투쟁 중인 상황을 전하기 위해 얀나잉툰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특사(52)를 만났다. NUG는 미얀마 군부에 맞서 지난해 4월 만들어진 민주진영의 임시정부다.
NUG 대표부는 전 세계 7개 국에만 존재하며 한국은 지난해 9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표부 사무실을 만든 나라다. 인천 부평구 주한 NUG 대표부에서 만난 얀나잉툰 특사는 연대와 관심을 당부했다.

아울러 얀나잉툰 특사는 희망찬 눈빛과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미얀마에 민주주의는 반드시 옵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연방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할 때까지 싸우는 것입니다."
미얀마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연방제 정부가 수립됐지만 소수민족 간 갈등과 경제 혼란이 벌어졌고, 1962년 네 윈이 일으킨 쿠데타로 군부 독재의 역사가 시작됐다. 미얀마 국민들은 1988년 8월 8일, 이른바 '8888혁명'으로 민주화 투쟁을 벌였으나 총칼로 무장한 군부는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양곤에서만 200명이 죽고 전국적으로는 약 3000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실제 희생자는 2만 명에 달한다는 증언도 있었다. 항쟁이 실패로 끝난 결과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고문은 이듬해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그럼에도 수치 고문을 중심으로 한 민주진영의 투쟁은 계속됐고 국제사회의 압력과 대중의 요구에 군부 정권은 일정 부분 타협했다. 그 결실은 2015년 11월 총선에서 결과로 나타났다. 총선에서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은 압승했다. 인터넷 검열은 사라졌고 집회의 자유도 보장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20년 11월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이 또다시 압승을 거두자 위기감을 느낀 군부는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켜 민족민주동맹 정부를 무너뜨렸고 시민들은 또다시 기나긴 투쟁의 길에 들어섰다.

얀나잉툰 특사는 "처음에는 아주 미약한 군사력으로 투쟁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시민방위군(PDF)이 군부에 맞서고 있다"며 "앞으로의 투쟁이 점점 치열해질 수 있다고 예상하며 우기가 끝나는 내년 4월까지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는 쿠데타 초기 이들의 투쟁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나 이내 시들해졌다. 하지만 국내외에 분포해 있는 민주진영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투쟁이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의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얀나잉툰 특사는 강조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성동구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군부의 민주인사 사형집행 승인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6.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성동구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군부의 민주인사 사형집행 승인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6.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지난해 6월부터 한국에 와 있는 미얀마 노동자들은 자신의 월급에서 하루치를 기부하는 '원데이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달 모이는 돈은 원화로 1억 원에 이릅니다. 원데이 챌린지로 모인 기금은 NUG 기획재정부로 전달되고 예산으로 쓰입니다. 캠페인 외에도 별도 단체가 모으는 기금과 자발적인 기부까지 포함하면 매달 2억~3억 원 규모가 미얀마로 전달되고 이는 곧 투쟁의 자금으로 쓰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일하는 미얀마 노동자들이 모으는 돈은 대부분 무기 구입으로 이어진다. 다만, 여전히 NUG가 국제사회에서 공식 정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민주진영 역시 블랙마켓을 이용,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국경을 통해 무기를 반입하고 있다.

아울러 여전히 군부에 비해서는 군사력과 조직 면에서 열등하다. 공시적으로 미얀마 군부는 대략 30만 명에 달하지만, 민주진영과 함께 하고 있는 방위군은 3만~4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소수민족 반군까지 합쳐도 10만 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얀나잉툰 특사는 군부가 민간인 학살 등으로 방위군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PDF의 게릴라 전략으로 군부의 군사 작전이 실패하면 이들의 민간일 학살은 더 심해집니다. 군부는 PDF 소탕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마을을 공습하고 마을 전체를 불태워버리기도 합니다. 특히 민간인 학살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실제로 지난 5일에는 수도인 양곤에서 로힝야족으로 추정되는 시신 13구가 쓰레기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 같은 무자비한 학살은 미얀마 내에서 이미 흔한 일이 됐다.

"군부는 미얀마 국민들의 평화로운 시위를 유혈 진압했고, 민주인사들은 정당한 재판도 받지 못한 채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군부가 이렇게 시민들을 공포 정치로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미얀마 국민들은 위협에 개의치 않고 스스로 시민방위군이 되고 있고, 끊임없이 싸울 것입니다."

아직은 열세이긴 하지만 민주진영이 희망과 이 같은 자신감을 가진 데에는 이유도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줄어들었지만 제재는 여전하기에 군부도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정을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적지 않게 약해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미얀마 군부의 병력이 30만 명이라고는 하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고 최근에는 탈영병이 늘어 최대 1만 명 이상이 군부에서 이탈했다는 소식까지 나온다.

민주진영의 휴민트도 가동되고 있다. 군부 내에서도 민 아웅 흘라잉 정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주로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익명의 관계자는 전했다.

이 때문에 얀나잉툰 특사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미얀마 국토의 60%는 NUG가 통치하고 40% 정도만 미얀마 군부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카린주, 카친주 등 지역에서는 스스로 통치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곳은 양곤, 만달레이, 네피도 등 대도시이지만 그곳 역시 우리는 반격에 나설 것입니다. 따라서 현 상황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미얀마를 향한 연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비롯해 NUG를 지지해 주는 나라들에게 감사합니다. 다만, 우크라이나처럼 미얀마에도 무기를 지원해 준다면 현 상황을 변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의 수감 전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의 수감 전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아울러 얀나잉툰 특사는 NUG의 최종 목표에 대해 연방민주주의 국가 건설이라고 말한다. 이는 그동안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소수민족 간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도 내포돼 있다.

되돌아보면 수치 고문의 민족민주동맹도 소수민족 차별에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2017년 미얀마 군부가 저지른 로힝야족 학살 당시 수치 고문 역시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

민주진영은 이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NUG에는 소수민족들과 적극적인 연대를 꾀하고 있으며 4개의 소수민족 무장단체(EAO)들이 합류해 있다.

"NUG의 최종 목표 중 첫 번째는 군사독재 체제 종식. 두 번째는 미얀마에 있는 소수민족들과 어울리는 연방민주주의 국가 건설입니다"라고 말한 얀나잉툰 특사는 모두가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미얀마를 강조했다.

얀나잉툰 특사는 과거 혐오와 갈등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민족끼리 혐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자치권과 민주적 통치를 위한 로드맵이 있습니다. 연방제라는 통치 시스템이 분열된 미얀마를 통합할 수 있는 해결책입니다. 한국에서 그랬듯 미얀마도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 중이고 투쟁하는 곳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지지와 연대가 곧 힘입니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동해·박혜연·이정후 기자)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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