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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한시름 던 韓…전기차 보조금 문제도 '기대'

미,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강화조치서 삼성·하이닉스 1년 유예
내년 시행 '전기차 제조 시 핵심광물·부품도 북미산' 보조금 규정도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022-10-13 06:30 송고 | 2022-10-13 09:22 최종수정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반도체대전(SEDEX 2022)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회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설계, 설비기업 등 반도체산업 생태계 전 분야에서 250여개 기업이 참가한다. 2022.10.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반도체대전(SEDEX 2022)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회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설계, 설비기업 등 반도체산업 생태계 전 분야에서 250여개 기업이 참가한다. 2022.10.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중국에 대한 반도체 기술·장비 수출을 금지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선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면서 우리 기업으로서는 한시름 놓게 됐다.

미-중 경제패권 다툼 속 보호무역주의로 철벽을 친 미국으로부터 우리나라 입장을 일정부분 반영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번 유예 조치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제 전기차 보조금 차별법으로 불리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미국의 전향적인 움직임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반도체·반도체 생산장비에 대한 대(對)중국 수출통제 강화조치를 관보에 게재했다.

세부 제재 내용은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4㎚ 이하 비메모리칩(로직칩) 등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관련 장비 등을 수출할 때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실상 중국으로의 반도체 관련 기술 수출이 모두 통제되는 셈이다.

이번 제재 조치로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서면을 통해 중국 공장에 대한 기술·장비 수출통제 1년 유예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우리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승인이 없어도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개별 심사로 장비 반입을 허용하겠다는 기존 원칙에서 한 단계 더 완화한 수준의 제재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유지하되 한국 기업에 피해를 주진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시적 유예 조치라고는 하지만,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으로서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 역시 한시름 던 모습이다.

'반도체 과학법', 'IRA법', '바이오산업 행정명령'까지 최근 보호무역주의 일변도의 강력한 통상정책을 추진 중인 미국의 드라이브에 번번이 '늑장 대응' 지적을 받아온 정부로서는 이번 수출 통제 조치에까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 속 이뤄진 이번 미국의 수출통제 유예조치 결정은 정부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전기차 보조금 차별법으로 불리는 IRA법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변화에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의 IRA법 개정을 요구하는 부분은 내년부터 적용될 규정이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은 이미 시행 중으로, 미국의 법 개정절차나 중간 선거를 앞둔 정치적 상황 등으로 사실상의 입장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또 그나마 해당 규정과 관련해서는 현대·기아차가 조지아주에 신공장을 건설 중인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감내 가능한 수준의 위기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인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 핵심광물이나 부품도 북미산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40~50% 이상 충족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현대모비스 미국 오하이오 크라이슬러용 섀시모듈 공장(사진제공=현대모비스)© News1
현대모비스 미국 오하이오 크라이슬러용 섀시모듈 공장(사진제공=현대모비스)© News1

현대·기아차의 조지아주 신공장 건설을 앞당기더라도 전기차 제조 시 쓰이는 광물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 우리 기업들로서는 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현재 우리 통상당국은 미국과 이와 관련한 실무협의를 진행 중으로,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한 설득 작업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를 방문, 존 오소프 조지아주 연방상원의원과 팻 윌슨 경제개발부 장관을 만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시기를 3년 이상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구 회장은 존 오소프 상원의원에게 "한국의 제1위 투자대상국이 바로 미국"이라며 "한국이 미국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방위적인 법 수정 요구에 미 측에서도 우리 입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가시적인 성과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동맹과 관련한 세미나에서 크리스토퍼 스미스 미국 하원의원(공화당·뉴저지)은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가 오직 북미산에만 적용되는 것은 한국과 다른 국가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필요한 정밀 조사 없이 의회와 정부가 이 법을 처리한 것은 명백히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자동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언급, "현대차는 조지아에 공장을 짓기를 원하며 그것은 상당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거론하면서 "만약 현대차를 산다면 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 내가 미국산이나 캐나다산 전기차를 산다면 나는 75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내가 어디로 갈 것 같으냐. 이 경우 나는 현대차는 안 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미스 의원은 "제 생각에 이것은 한국에 있는 우리 친구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한 대 때린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IRA의 개정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올해나 아니면 내년에 법 일부가 수정될 필요가 있다"며 "이제 사람들은 이 법을 바꿀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그럴 수도 있다. 정치적 압력에 따라 이것을 뒤집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겠지만, 애초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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