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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넘는 극악함" 법원도 충격 받은 마약 범죄…그날 대체 무슨 일이

[긴급점검 마약실태 下]필로폰 복용 후 내연녀 무참히 공격
'피해자 없는 범죄' 인식 잘못…"망상, 환시·환청 한꺼번에 찾아와"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2-07-12 06:00 송고 | 2022-10-31 10:27 최종수정
전국 외국인 마사지 업소를 거점으로 마약을 유통·판매한 일당 등이 지닌 필로폰, 소분용 지퍼백, 전자 저울.  <strong>사진과 기사는 관계 없습니다.</strong>© 뉴스1(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 제공)
전국 외국인 마사지 업소를 거점으로 마약을 유통·판매한 일당 등이 지닌 필로폰, 소분용 지퍼백, 전자 저울.  사진과 기사는 관계 없습니다.© 뉴스1(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 제공)

마약류 사범들은 "우리는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마약 복용으로 자신의 건강과 일상에 해를 끼칠 순 있어도 남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약류 범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음주 상태의 범죄에 비해서 횟수가 적지만 범행 피해는 비교가 힘들 정도다. 
◇"반인륜·반사회·반문화적 범행"

12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마약류 범죄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해운대에 살던 A씨(당시 35세)는 필로폰을 복용한 채 내연녀 B씨를 무참히 공격했다.유부남이었던 A씨는 아내가 내연 사실을 알게 되자 B씨와 한때 헤어졌었다. B씨는 부산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듬해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모텔을 전전하며 필로폰을 투약했다.

그날도 A씨는 주사기에 필로폰을 담아 희석했다. 네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몸에 투약한 그는 B씨의 남자관계를 추궁하다가 다음날 새벽 한바탕 다툼을 벌인다.
감정이 격해진 A씨는 흉기를 가져왔고 이후 광경은 차마 글로 다 옮길 수 없을 정도다. B씨의 신체가 크게 훼손돼 경찰이 그를 발견했을 당시에는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피해자는 무려 16시간에 걸쳐 봉합과 재건 수술을 받은 후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했다.

A씨는 마약 범죄 관련 혐의로 이미 두 차례 집행유예를 받았다. 2011년에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과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런 그가 B씨를 상대로 살인미수 범행을 저지른 것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100일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및 수법에서 상상을 넘을 정도의 극악함이 드러났다"며 "반인륜·반사회·반문화적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됐다.

◇"피해망상, 환시·환청 한꺼번에 찾아와"

약물 중독자 상담가 최진묵씨(47)는 "음주 후 범죄 비율과 마약 투약 후 범죄 비율을 비교하면 전자가 더 많겠지만 문제는 마약 복용 후 매우 강력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라며 "마약 중독자의 상태는 당사자 아니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최씨는 20년 이상 약물에 중독됐다가 회복해 마약중독 전문병원 인천참사랑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최씨는 "약에 중독되면 피해망상, 환시·환청이 한꺼번에 찾아온다"며 "누군가 자신을 도청한다거나 쫓아오는 것 같은 조현병 증세를 보이는데, 눈앞에 있는 헛것을 현실이라 인식하다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서울 구로구 아파트 앞 거리에서 40대 남성이 지나가던 60대 남성을 도로 경계석 등으로 무차별 폭행했다. 가해자는 당시 필로폰을 복용한 상태였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마약 환각 상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14건에 이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마약류 범죄는 사범마다 경향이 달라 일반화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인터넷 거래 등으로 일반인도 마약류를 직접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고통 겪는 가족이야말로 피해자"
    
무엇보다 약물 중독의 피해자는 중독자 본인과 그의 곁에서 고통을 겪는 가족이다. 임상현(71) 약물중독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은 "마약 이상의 고통을 겪는 가족이야말로 피해자고 일상이 무너진 자기 자신 또한 피해자"라며 "약물 중독자는 틱 장애 등 대부분 후유증을 보인다"고 말했다.

마약 전과 9범인 임씨는 과거 약물 중독으로 100억원대 재산을 탕진하고 감옥을 들락날락했다. 룸살룽과 성인 디스코 바를 운영하던 그는 조현병에 시달렸고 집안에서 흉기를 들기도 했다.

임씨는 "아내를 의심하고 부모를 의심하고 종업원까지 의심했다"며 "집에서 폭력적으로 변해 가족을 힘들게 했다"고 후회했다.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다르크 1층에는 치료 상담실이 있고 2층에는 침대 달린 생활관 네 곳이 있다. 20~30대인 입소자 등 총 12명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재활자들이 자신의 꿈을 떠올리며 그린 별과 태양, 나무, 하트, 새 모양 등이 벽면에 붙어 있다.

임씨는 "결혼 당시 모델을 할 정도로 세련됐던 아내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것을 보고 40년 마약 인생을 청산했다"며 "100억원대 자산가일 때보다 마약을 끊고 새 삶을 사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웃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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