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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재구성] 1시간 반 계모의 참혹한 폭행…13세 아이는 그렇게 꺾였다

수년간 학대는 일상…이혼 과정에 '욱' 의붓딸 향한 폭행
장기 파열로 하늘나라로 '제2의 정인이'…계모 징역 30년

(창원=뉴스1) 강대한 기자 | 2022-06-26 06:00 송고 | 2022-08-17 15:38 최종수정
경남 남해에서 중학생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해 6월25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빠져 나가고 있다. 2021.6.25/뉴스1 © News1 한송학 기자
경남 남해에서 중학생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해 6월25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빠져 나가고 있다. 2021.6.25/뉴스1 © News1 한송학 기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지난해 1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정인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며 한 말이다. 정인이는 생후 8개월 때 입양됐다가 장기간 심한 학대를 받고 16개월 때 싸늘한 주검이 돼 하늘나라로 갔다.
정인이를 학대한 양모는 징역 35년을 확정 받았다. 양부는 징역 5년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희망하며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 3월부터 ‘정인이법’이 시행됐다.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그러나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뒷전이라는 듯 불과 3개월여만에 다시 ‘제2의 정인이’가 나왔다. 경남 남해에서 계모(42)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한 의붓딸(13)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계모는 처음으로 정인이법이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2021년 6월22일 오후 10시10분 남해군 한 아파트에서 ‘퍽퍽’ ‘쿵, 쾅’하는 큰 소리가 울렸다. 이 소리는 11시37분까지 약 1시간27분동안 수차례 울려 퍼졌다. 계모가 의붓딸을 때리는 소리였다.

부엌 냉장고 옆에 세워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복부를 걷어찼고, 어깨를 밀쳐 넘어뜨린 뒤 복부를 강하게 밟아댔다. 다시 화장실 한쪽에 세워 손으로 이마를 때려 피해 아동이 화장실 벽과 변기에 머리를 부딪치게 하기도 했다.
모진 폭행에 꽃피워보지도 못하고 결국 숨진 의붓딸은 몸무게 36㎏로 또래 평균 체중 46.1㎏에 크게 못미치는 왜소한 체격이었다.

사건당일 피해 아동이 순대 등 간식을 먹고 식탁에 구토하고, 포켓몬 카드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이뤄진 학대였다.

그러나 실상은 가정불화로 3개월 전부터 별거 중인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다가 홧김에 자행한 폭행이었다. 쓰러진 의붓딸은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방치되다가 십이지장 파열 등 복부 손상 등으로 눈을 감았다.

40대 계모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10대 여중생이 지난해 6월23일 오전 4시10여분쯤 경남도 남해군 고현면 한 아파트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경남소방본부 제공)2021.6.23. © News1
40대 계모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10대 여중생이 지난해 6월23일 오전 4시10여분쯤 경남도 남해군 고현면 한 아파트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경남소방본부 제공)2021.6.23. © News1

평소에도 계모는 남편에게 원망을 품고 있었다. 남편이 자녀들 양육을 자신에게 미루고 외도하고 있다고 의심했으며, 시댁에서도 별달리 도움은 주지 않으면서 시어머니 칠순 관련 돈 얘기만 꺼내서였다.

이 때문에 평소 피해 아동의 머리나 뺨을 수시로 때렸다. 복부를 강하게 밟거나 하는 심한 학대는 2020년8월부터 2021년 6월 사이 4차례 있었다.

피해 아동은 같은해 4월에는 가출했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5월에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할아버지댁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5월에서 6월 중 건강이상 증세로 학교에서 수차례 조퇴하거나 결석하기도 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한계에 다다랐던 것으로 짐작되며, 어른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지속적인 폭행에 피해 아동의 몸 상태는 자연스레 악화됐고, 병원을 찾으면 의사가 상급병원 정밀검사를 권하기도 했지만 계모는 이마저도 무시했다.

가정불화로 3개월 전부터 별거 중이던 남편과는 이혼을 합의하고 6월22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을 찾아 이혼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날은 피해아동이 세상을 떠난 그날이다. 잔인한 폭행 후 뒤늦게 연락을 받은 남편이 자수를 유도하고, 피해아동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수사기관에서 계모는 ‘배 안쪽에 장기가 파열될 강도로 밟았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을 정도의 강도로 밟았다”고 진술했다.

재판에서 법의학자는 “교통사고 정도의 세기의 강력한 둔력이 작용해 십이지장 손상이 발생했고, 다만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 그보다는 다소 적은 힘으로도 그와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계모는 “의붓딸을 밟은 것은 사실이나 '비비면서 눌러' 신체적으로 학대하지 않았다. 남편에 대한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살해한 것은 아니고, 의붓딸의 신체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학대행위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제1형사부(정성호 부장판사)는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계모에 대해 징역 30년과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관련기관 10년 취업제한 등을 선고했다. 우리나라 첫 ‘정인이법’적용 사례였다.

1심 판결에 대해 계모는 재차 살해 고의가 없었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남편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진주지원에 넘겨져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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