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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을지면옥' 냉면 먹을 수 있을까?…"계속 장사할 것"

주변 노포 전부 철수…을지면옥 홀로 영업 계속
시행사 사업 진행 예고…주변 건물은 철거 진행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2-04-11 06:30 송고 | 2022-04-11 09:08 최종수정
지난 6일 낮 서울 중구 을지면옥 가게 앞에 '정상영업'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다. 2022.4.6/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지난 6일 낮 서울 중구 을지면옥 가게 앞에 '정상영업'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다. 2022.4.6/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지난 6일 낮 12시 서울 중구 입정동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에는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구역 내 건물 대부분에 철거를 위한 비계용 파이프가 설치됐고 황토색 가림막이 쳐져 있었지만 유독 냉면집 한 곳만 '정상영업 합니다'라는 입간판을 걸어두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구역 내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홀로 '영업중'임을 밝히고 있는 가게는 서울 3대 평양냉면 맛집으로 꼽힌다는 '을지면옥'이다. 찬 음식이 끌리는 한여름도, 본디 냉면의 제철이라는 찬 겨울도 아니었지만 가게 정문 앞에는 맛집답게 손님 10여명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 모든 상가가 문을 닫았지만 식당 안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직장인부터 흰머리가 수북한 노신사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수년째 철거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었지만 점심 장사 시간의 모습은 과거와 다를 것이 없었다.

1985년 현재의 위치인 중구 입정동에서 장사를 시작해 40년이 가까운 세월을 한곳에서 버텨온 을지면옥은 맛과 전통을 가진 '노포'로 언론에도 자주 소개됐다. 하지만 재개발로 인한 철거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2019년부터는 '음식'이 아닌 다른 주제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됐다.

을지면옥이 포함된 3-2구역은 2017년 4월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소유주들과의 보상협의가 진행되기 시작돼 2019년 하반기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해 초 을지면옥 등 해당 구역 내 노포들이 철거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반대 여론이 일면서 논란이 됐다. 특히 을지면옥은 서울시 스스로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어 행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뒤늦게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건물들을 원형으로 보존하겠다며 정비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뒤 2020년 서울시는 다시 을지면옥 등 노포들을 철거하고 3-2 구역 개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노포의 소유주들이 원형보전을 반대하고 신축 건물 입점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서울시 발표에 따라 곧 철거와 재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을지면옥 측이 "철거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양쪽이 대치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 낮 서울 중구 을지다방 입구에 휴업을 알리는 안내글이 붙어 있다. 2022.4.6/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지난 6일 낮 서울 중구 을지다방 입구에 휴업을 알리는 안내글이 붙어 있다. 2022.4.6/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재개발을 두고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을지면옥을 제외한 3-2구역의 다른 상점들은 자리를 옮기거나 문을 닫은 상태다. 을지면옥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을지다방에도 최근 '당분간 휴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을지다방은 뉴트로 열풍과 함께 지난 2020년 방탄소년단(BTS)이 다녀가면서 화제가 됐던 곳이다.

3-2구역 재개발 시행사인 한호건설그룹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해당지역에 20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짓는 공사에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 도심지역 재개발을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을지면옥이 시행사와 서울 중구청을 대상으로 세입자 대책과 보상 등의 문제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 철거가 일방적으로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을지면옥 측은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현재 장소에서 가게를 옮기지 않고 장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현재 을지면옥을 제외한 모든 건물에 대해서는 이주가 완료된 상황"이라며 을지면옥 외의 건물에 대해서는 철거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을지면옥과 중구청·시행사 간의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건물의 철거 여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뒤에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을지면옥은 1985년부터 현재 지하철 3호전 을지로3가역 앞 5번출구앞 입정동 161번지에 자리잡았지만 그 맛의 역사는 십수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을지면옥의 안주인인 홍정숙씨의 양친이 1969년 경기도 연천에 문을 연 냉면집이 시초가 됐다. 부모에게서 독립한 첫째 딸은 서울 중구 필동에 필동면옥을, 둘째딸은 을지면옥을 세웠다. 부모의 연천 가게도 1987년 경기 의정부로 넘어와 장사를 시작해 일명 '의정부계 냉면'라는 평양냉면의 계보가 세워졌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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