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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전미도 "이무생과 관계, 불륜 아닌 선후배 사이라 생각" [N인터뷰]①

극 중 정찬영 역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2-04-06 07:00 송고 | 2022-04-06 10:02 최종수정
전미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 뉴스1
전미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 뉴스1
배우 전미도는 지난 3월31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극본 유영아/연출 김상호)으로 친구들을 얻었다고 했다. 1982년생 동갑내기인 손예진 김지현과 세 친구로 출연한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로, 마지막회가 8.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전미도는 극 중 배우를 꿈꿨던 연기 선생님 정찬영 역을 연기했다. 정찬영은 솔직하면서도 거침없는 매력이 넘치는 인물로, 극 초반 췌장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아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인 강남 피부과 원장 차미조(손예진 분), 백화점 코스메틱 매니저인 장주희(김지현 분)와의 작별을 예고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전미도는 슬프지만 담담했던 정찬영의 죽음을 그려내며 또 한 번 연기로 호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진석(이무생 분)과도 오랜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진석은 아내가 있던 인물로, 그가 결혼한 이후에도 정찬영은 쉽게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다. 정찬영과 김진석을 불편한 불륜 관계로 보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전미도는 이를 우려했다면서도 "선후배에 가까운 사이라 생각했다"고도 털어놨다. 전작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신경외과 의사 채송화로 인생 캐릭터를 남긴 데 이어 '서른, 아홉'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 전미도. 그와 만나 '서른, 아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전미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 뉴스1
전미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 뉴스1

-종영 소감은.

▶여운이 긴 것 같다.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것 같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서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나도 저런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인가 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주변의 많은 친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고,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된 것 같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후 차기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작품을 볼 때 전체적인 이야기와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본다. 찬영이가 불완전하다 해야 할까,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일로서도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불안하고 어찌보면 방황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자기 길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확신과 추진력에 있어서 나아가는 인물이 아니었는데 그게 채송화와 반대적으로 보인 게 매력이었다. 결국 그러한 인물이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주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 과정이 굉장히 큰 울림이 있을 것 같더라.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초반에 정찬영의 장례식이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장면을 본 소감은.

▶초반 장례식장 장면은 제가 안 나오다 보니까 거의 그 장면은 초반에 찍긴 했다. 영정사진이 아마 들어가 있었는데 당시 촬영하는 배우들은 제 사진이 없는 상태에서 찍었다고 후일담으로 들었었다. 저도 그 장면을 대본을 보면서 알고 있었음에도 방송을 보면서 저저 때문에 우는 장면을 보는데 '아 맞다, 먼저 죽는다는 게 나오지' 했다. 울컥했다.

-찬영이와 같은 시한부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찬영이와 비슷하게 0.8%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지금 생각으로는 찬영이와 비슷한 선택을 할 것 같다. 남은 시간 희박한 희망을 갖고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느니 남은 시간이라도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선택을 할 것 같다. 장례식 부고 리스트 장면에서 이건 굉장히 한 번 더 생각해볼 만한 사건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내가 언제 죽는지 모르게 마지막을 준비하지 못하고 가는 것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미리 작별 인사를 함으로써 남다른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찬영이만큼 담담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한다. 이 이야기가 찬영이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찬영이의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찬영이가 혼자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을 많이 다루진 않았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힘들어 하고 서로 너무 신파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서 작가님이 그렇게 의도하시지 않았을까 했다. 저 역시도 담담하게 그려내길 원했었다. 물론 어떤 순간에는 감정도 올라오긴 했다.

-이무생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극 중 정찬영과 김진석,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사이다. 그게 연인으로서든, 또 다른 관계였든 간에 관계를 맺어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지점에서 두 사람은 굉장히 편안했다. 많은 분들은 불륜의 설정으로 바라봐주셨지만 사실 선후배에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다. 남녀로서의 애로틱한 그런 것보다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봤다. 그런 점에서 연기하는 파트너가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이무생 배우여서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 느낌들이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현장서 정말 많은 얘길 나눈 것 같다. 얘기를 많이 한 만큼 시너지가 잘 나와서 더 좋았다.

-현장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나.

▶동선이나 이런 것들은 리허설을 통해 만들어낸 게 있는데 감정적인 건 오히려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게 많았다. 보통은 걷는다거나, 앉아서 이야기하는 신이 길다 보니까 그 호흡을 끝까지 감정선을 교류하며 가는 것까지가 중요한 작업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서로 얘기한 것도 있지만 얘기하지 않아도 가능한 것도 있었다.

-정찬영과 김진석 사이를 선후배 관계처럼 받아들였다고 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불륜인지 여러 의견이 많았는데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잘못 생각하면 위험할 수 있겠다 우려가 되긴 했다. 전체적인 내용을 봤을 때는 완전하지 않은 찬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결론적으로 찬영이가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들이 이해가 되더라. 어쩌면 (시청자들을) 이해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에는 미조가 '불륜이야'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불륜으로 비쳐지지만 첫 회부터 찬영이는 그 관계를 끝내려고 한다. 육체적인 관계가 없는, 정신적 교류라고 할지라도 이 관계가 고통스럽고 서로에게 발전이 없는 것이라면 이젠 놔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한다. 사실 진석이에게 얘기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것 같았다. 그런 끝맺으려는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면으로는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감정신 고충이 많았을 것 같다.

▶그 생각은 했다.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 생각을 했다. 그걸 터트릴 수 없어서 사실 더 힘들었다. 차라리 그 감정을 쏟아내고 토해내면 더 속이라도 후련할 텐데 매번 눈물을 머금고 참고 있어야 했다. 왠지 촬영하면서 저까지 울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 나보다 더 울어주고 있으니까 나는 괜찮다는 것을 계속 뭔가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그걸 참아내는 게 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방송 보면서 실제로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지 이제서야 감정을 토해내니까 여운이 긴 것 같다.

-힘들었던 장면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진석이한테 췌장암이라는 사실을 얘기할 때였다. '나 췌장암이야'라는 얘길 세 번 똑같이 얘기하는데 모두에게 다 똑같이 표현할 수 없지 않나. 친구들에게는 담담했고, 진석이한테는 눈물을 머금고 말했고,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는 눈물이 나오는대로 흘렸는데 사실 다 말하면서 참기 힘들었다. 내가 그걸 고백했을 때 나오는 주변의 반응을 보니까 감정이 힘들었다. 메서드 연기를 한 건 아닌데(웃음) 생각보다 마지막 방송이 크게 남더라.

-정찬영처럼 부고 리스트를 써봤나.

▶저도 실제로 부고 리스트를 써봤다. 사실 더 많이 있었을 것 같았는데 극 중에서는 스무 명 정도 써서 스무 명 안에 (제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든 끼워넣으려고 했는데 '이거보단 더 있구나' 했다. 그걸 해보니까 진짜 내가 수많은 사람들과 작업하고 오고 가면서 인간 관계를 맺었지만 내가 사실상 마음 속에 중요하게 의미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구나 깨달았다. 리스트의 대부분은 작업하면서 중요한 관계를 맺었던 분들, 정말 친한 친구들이었다. 드라마가 끝나고나서는 그간 제게 만나자고 했던 분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정찬영은 배우로 성공하지 못한 연기 선생님이었는데, 정찬영의 상황에도 공감했나.

▶찬영이와 같은 상황이 있어보진 않았지만 주변에 찬영이와 비슷한 상황의 동료,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랬다가 좋은 기회가 생겨서 다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으시다. 배우들한테는 사실 굉장히 친숙한 상황 설정이긴 하다.

-특별출연한 임시완과도 사제 케미도 호평이 많았다.

▶원래 임시완씨는 되게 좋아하는 배우였다. 배우로서도 좋아했다. 작품도 많이 봤었다. 임시완씨 온다고 했을 때 저와 지현씨가 정말 들떠있었다. 평소에도 좋아한 배우이다 보니. (웃음) 정말 예상했던 대로 너무 예의 바르시고 친절하시더라. 그 짧은 순간에 감정을 캐치해오셔서 그렇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짧았지만 너무 재밌었다.

-시한부 삶을 사는 정찬영의 외적인 변화에 대해 고민한 부분도 있나.

▶극 중 찬영이가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이 두 번 정도 나온다. (작가님이) 그 병을 부각시켜서 드러내고 싶진 않으셨던 것 같다. 병이 멀쩡하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실제로 극 흐름에서도 잘 지내다가 아팠다가 괜찮았다가 아팠다가 한다. 그리고 해를 넘겨서 다음 봄까지 지낸다. 그래도 뭔가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긴 했다. (얼마나 감량했는지) 정확한 수치를 따지진 않았지만, 촬영하다보면 뒤의 신을 먼저 찍는 경우도 있고 앞의 신을 뒤에 찍기도 해서 (체중이) 왔다갔다 하더라.

<【N인터뷰】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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