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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1억 당첨복권 위조한 100세 노인?…인생도 위조였다

20대부터 복권 위조로 교도소 들락날락
신분 세탁 후 재범 들통…징역 1년 선고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2022-04-06 06:00 송고 | 2022-08-17 15:45 최종수정
1억 위조복권 당첨금 수령 위해 복권방 찾은 남성 © News1
1억 위조복권 당첨금 수령 위해 복권방 찾은 남성 © News1

"욕심 안 부리면서 알맞게 먹고 살면 되는 거야.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알면 내 몸이 건강할 수가 있지."

2012년 전국노래자랑 최고령 참가자 98세 노인 A씨가 밝힌 건강 비결이다.
국내 최고령 MC 송해씨에게 동생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너스레를 떤 A씨는 무대 곳곳을 뛰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인 덕에 인기상까지 수상했다.

연말 결선에서도 인기상을 한 번 더 수상했고, 교양프로에 출연해 건강 비결을 설명하기도 했다.

99세가 되던 다음 해 A씨는 복권을 위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A씨의 모습은 너무도 수상했다.
옷차림은 물론 백발에 긴 수염, 치아 없이 잇몸만 남은 모습은 누가 봐도 90대 노인이었다. 하지만 젊은 경찰보다 계단을 빨리 오르면서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고령에 복권을 아주 정교하게 위조했다는 점도 의심스러웠다.

과거 유사 사건을 검색한 경찰은 1999년에 주택복권 수백 장을 위조해 구속된 40대 남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둘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닮았고, 급기야 열 손가락 지문까지 모두 일치했다. 경찰은 A씨가 신분을 속여 살아왔던 사실을 밝혀냈고 그는 결국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됐다. 주민등록 역시 말소됐다.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했던 A씨 © 뉴스1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했던 A씨 © 뉴스1

어떻게 된 상황일까. A씨의 사연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20대부터 복권을 위조했다가 수차례 교도소 신세를 졌다. 2004년 출소해 노숙 생활을 하던 그는 주변에 자신을 90대라고 소개했다.

'나이가 많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주변인의 말에 A씨는 자신의 법적 신분을 실제로 세탁하기로 마음먹었다.

고아 행세를 한 A씨는 청주 한 교회 목사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나이와 이름을 받을 수 있었다.

법원이 허가한 출생연도는 1915년생. 실제 나이보다 38살 많고, 법적으로 진짜 90대 노인이 된 순간이었다.

그는 신분이 들통날까 손가락 끝에 접착제를 발라 지문을 지웠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 2년 간 2300만원에 달하는 기초노령연금과 장수수당, 기초생계비를 받아 챙겼다. 전국노래자랑에서 본인의 얼굴을 알린 시점도 이때다.

2013년 복권 위조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신분세탁극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출소 후에도 그의 범행은 계속됐다.

2016년 출소한 그는 다른 동네로 이사해 여전히 1915년생으로 살아왔다. 주민등록이 말소되면서 수입이 없었던 그는 2018년 다시 복권을 위조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소액 복권을 위조해왔던 그동안의 범행과는 달리 이번에는 1억원의 거액 복권을 위조했고, 이를 수상히 여긴 복권방 주인의 신고로 다시 경찰에 검거됐다.

청주지법은 유가증권 위조와 위조유가증권 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도 "내 나이는 100살이다. 공소장 속 60대 인물과는 다른 사람이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vin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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