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2.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 폐지를 하겠다는 계획에 반대하고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전에 이어 오후 퇴근길에도 취재진과 만나 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에서 법무부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법무부장관이 가진 검찰 예산편성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주는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통제권을 약화시키는 공약을 낸 바 있다.박 장관은 14일 오전 <뉴스1>과 만나 "지금 시점에서 제 견해를 밝히는 게 맞고 더 늦어지면 혼란이 있을 수 있어서 말씀드리려 한다"고 운을 뗐다. 앞서 박 장관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해왔다. 

박 장관은 "윤석열 당선인은 수십 년간 검찰에 재직했고 다수 검사와 인연을 맺고 있다"면서 "눈빛만 봐도 금방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오히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식적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장치가 수사지휘권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 일선의 수사경과와 결과, 결정을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절차적 정의, 공정한 철학의 안착, 그리고 조직문화의 민주적 개선이 이뤄져야 '독립성'이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검찰총장의 예산 편성권 확보에 대해서도 "(특활비 등 검찰의 예산집행) 투명성을 확보하는 조치가 함께 논의돼야 예산 편성권의 독립도 가능할 것"이라며 "조건부 긍정"이라고 밝혔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여야가 특별검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박 장관은 " 대장동 사건을 비롯한 여러 현안 사건을 결론 내지 않고 20대 대통령 정부에서도 중요한 시빗거리로 이어지는 것은 나라와 국민에 불행한 일"이라며 "어느 쪽도 시비 걸 수 없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당선인 두 분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할 대목이 아닐까. 제가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대답을 피했다.

박 장관은 이날 퇴근길에서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는 조금 더 고민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대안들을 연구하고 정착시킨 뒤에 폐지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6월1일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대전시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박 장관은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문재인 정부와) 함께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검사 파견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직인수위 소관"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요청에 따라 적절한 인사들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3기)가 인수위에 파견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윤 당선인이 특별감찰관 재가동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가운데 박 장관은 "공수처가 출범하면서 특별감찰관제가 의미가 있느냐 하는 논의가 있었으나 특별감찰관이라는 것은 꽤 의미가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특별감찰관법은 2014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박 장관이 대표 발의해 통과시켰다. 이 제도는 박근혜 정부에서 최초 시행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특별감찰관은 계속 공석이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