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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부동산정책 25전25패, 시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집값 90% 상승…시장 불안 커져
벼락거지·전세난민 등 신조어 난무…26번째 대책도 '난항'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2021-08-10 06:30 송고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 단지. 2021.8.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 단지. 2021.8.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집 없는 사람은 벼락거지가 돼서, 집 있는 사람은 높은 세금 때문에 악감정만 쌓일 대로 쌓인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이름으로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자, 다수 네티즌은 댓글을 남기며 뼈아픈 일침을 쏟아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과 분노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장의 차가운 반응은 반복된 정책 실패에 기인한다. 2017년 출범한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 투기 수요 차단'이라는 정책 기조를 내세워 25번의 크고 작은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집값은 대책 발표 이후 잠깐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다시 폭등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대출규제와 세제강화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집값 상승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무주택 실수요자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 가격은 지금 정부 들어 4년여 동안 09% 올라 11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전셋값도 평균 6억3000만원으로 치솟았다. '내 집 마련을 서두르지 말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기다린 무주택자들은 스스로를 '벼락거지'라고 부르고, 전셋값 급등으로 외곽으로 몰린 세입자는 '전세난민'이라며 박탈감에 빠져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납득할 만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책임자는 지금까지 발표해온 대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심지어는 집값이 고점에 있다며 곧 하락할 것이라고 국민에 읍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달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는 이번 대국민 담화에서 새로운 부동산 대책이 나오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의 섣부른 대책은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것이란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의 '수수방관'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지난 주 수도권 아파트값은 일주일 만에 0.37% 오르면서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의 26번째 대책인 '2·4 공급대책'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대책에서 제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은 주민의 참여가 필요한데, 정부의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으로 곳곳에서 반발이 커지는 탓이다.

정부로선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재 시장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4년간 정책 실패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반성도 필요하다.

정부가 매주 주택공급 브리핑을 열며 시장과 접점을 늘리고 있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대국민 담화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장의 불안만 부추기는 발언을 내놓기에 앞서 그들의 목소리부터 새기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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