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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하루 확진 6000명…"군부, 팬데믹을 무기로 사용"

인도와 국경 지대서 델타 변이 유입된 듯
"중국산 백신 들여와 접종 계획"…시민들은 '불신'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1-07-22 16:43 송고 | 2021-07-22 17:11 최종수정
미얀마 만달레이 한 공동묘지에서 2021년 7월 14일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로 숨진 이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미얀마 만달레이 한 공동묘지에서 2021년 7월 14일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로 숨진 이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미얀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5400만 규모 미얀마의 전일 신규 확진자는 6093명, 사망자는 247명 발생했다.

22일 CNN은 현지 의료진과 봉사자들의 발언을 인용, 군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통계는 '빙산의 일각'으로, 선별검진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 검진만 하면 3명 중 1명이 양성판정을 받고 있는 미얀마의 현실을 조명했다.  
군부는 뒤늦게 중국산 백신을 들여와 대대적인 접종을 하겠다고 자신하지만, 시민들을 잔인하게 고문하는 군부가 생명을 구해줄 거라는 믿음은 없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의료진과 봉사자들은 군부가 산소 판매를 제한하고 군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거부하는 등 오히려 "팬데믹을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유행은 델타 변이의 동남아시아 확산과 함께 인도와 국경을 접한 친(Chin) 주에서 약 한 달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진단된다. 그러나 미얀마 군정의 팬데믹 대응 실패는 이미 쿠데타 발발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팬데믹 가운데 터진 군사 쿠데타…예견된 보건위기
미얀마 쿠데타는 전 세계가 팬데믹 대응에 허덕이던 올해 2월 1일 발발했다. 아웅산 수치 정부는 쿠데타 직전인 올해 1월 22일 인도 세럼인스티튜트로(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50만 회분을 들여와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4월까지는 접종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들어선 후 코로나19 선별검사와 예방 조치, 백신 접종 정책이 모두 혼란 속에 무너졌다. 백신접종계획 책임자였던 흐타르 흐타르 린과 양곤의대 응급의학과장으로서 코로나19 대응을 관리해오던 마우마우 우 등 정부의 팬데믹 대응에 관여한 의료진들도 체포됐다.

미얀마 군정 보건부가 국영 언론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올해 인구 50%에 백신을 접종하겠다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50만 명이 백신을 맞았고, 22일 중국에서 75만 회분을 들여오는 등 백신 수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가 생명을 구하는 주사를 줄 것이란 믿음이 없다고 말한다고 CNN은 전했다. 톰 앤드류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전체 의료 시스템이 엉망"이라며 "감염자 수가 치솟는데 아무도 군부가 정보 치료, 백신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이 싱할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 미얀마 대표는 "최근 검사를 받은 사람들의 약 3분의 1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전체 의료 시스템이 포화 상태"라며 "전국에서 더 높은 수준의 검진과 접촉 추적,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나 군이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환자들을 거부하고 있고, 겁에 질린 주민들은 집에서 자가 치료를 선택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코로나19 치료에 산소는 필수지만, 로이터통신에 다르면 군부는 시민들의 사재기를 막기 위해 민간 산소 공장에 산소 판매를 금지시켰다.  

◇시민불복종 주도했던 의사들, 숨어서 원격진료

미얀마 의사들과 의료진이 2021년 2월 11일 양곤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군사 쿠데타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미얀마 의사들과 의료진이 2021년 2월 11일 양곤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군사 쿠데타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병원에 부족한 건 물자만이 아니다. 미얀마 의사들은 쿠데타 직후 대규모 항의 시위를 촉발한 초기 시민불복종(CDM) 운동의 주역이었다. '흰 가운 혁명'으로 불렸던 시위에 시민들이 규합하자, 군부는 많은 의사들을 체포했다.

톰 앤드류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의료시설과 의료진에 대한 탄압은 240건 기록됐고, 지난주 기준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체포영장만 500여건 발부돼 있다"고 말했다. 치료와 봉사를 위해 병원으로 가면 언제든 체포돼 고문 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의사들은 숨어서라도 코로나19 치료에 임하고 있다. 지하 진료소와 전화 상담 서비스망을 구축, 매일 앱(애플리케이션)과 소셜미디어,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원격 진료를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하루 최소 150명 이상을 진료한다"며 "절반 이상은 발열과 후각 상실 등 코로나19 유사 증상을 호소하고, 절반은 중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정형외과 의사였지만, 현재 동료들과 이지케어(EZ Care)라는 원격진료 그룹을 꾸려 지난 한 달간 10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봤다.

그러나 팬데믹 앞에서 원격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는 "어제 우리가 상담하던 환자 2명이 산소 부족으로 숨졌다"고 했다. 의사와 자원봉사자라도 산소 조달은 군부에 의해 금지돼 있다. 산소 농도계, 산소 농축기, 인공호흡기 등 필요한 장비를 구하기도 어렵다.

양곤에서 방문 치료를 하는 또 다른 의사는 "환자들이 폐와 혈액에 산소가 끊겨 익사하듯 숨진다. 환자들이 숨쉬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슴 아프다"면서 "누구는 총에 맞아 죽고, 누구는 고문으로, 또 누구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고 있다. 이런 것들이 2021년, 21세기에 사람들이 죽을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얀마 양곤에서 2021년 7월 14일 사람들이 산소탱크에 코로나19 치료용 산소를 채우기 위해 줄 선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미얀마 양곤에서 2021년 7월 14일 사람들이 산소탱크에 코로나19 치료용 산소를 채우기 위해 줄 선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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