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는 고(故)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 2021.6.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성추행 피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모 공군 중사가 생전 피해사실을 가장 먼저 털어놨던 선임 부사관이 사건의 핵심증거가 될 수 있는 '통화 녹취'를 일부러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해당 '통화 녹취' 삭제 공모한 등의 혐의(증거인멸)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정보통신대대장 김모 중령과 같은 대대 김모 중사를 2일 각각 기소했다고 밝혔다.이 중사 유족 측과 국방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숨진 이 중사는 20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2일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이 사실을 같은 부대 선임이던 김모 중사에게 전화로 처음 알렸다.
이 중사는 이튿날 20비행단 군사경찰이 성추행 피해 신고를 정식 접수한 뒤에도 김 중사와 연락하며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를 비롯해 노모 준위·노모 상사로부터의 합의 종용 등 '2차 가해' 사실을 토로했다고 한다. 김 중사는 이 중사가 20비행단 근무시절 "가장 믿고 지낸" 인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중사는 이 중사가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된 뒤 이 사건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합동수사·조사가 진행되자, 자신이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이 중사와의 통화녹취 파일 중 일부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심지어 김 중사는 2차 가해자 노 준위·노 상사에게 자신과 이 중사와의 통화녹취 파일 중 두 사람에게 유리하게 쓰일 수 있는 부분을 넘기기까지 했다.
해당 파일엔 이 중사가 성추행 사건 다음날인 3월3일 노 상사에게 피해사실을 보고한 뒤 김 중사와의 통화에서 "노 상사가 화가 난 것 같다.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얘기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관련 2차 가해자 노모 상사(줄무늬 상의)가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6.12/뉴스1 © News1 김정근 |
이와 관련 노 상사는 지난달 12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중사에게 넘겨받은 해당 녹취파일을 증거로 제시하며 자신에게 적용된 2차 가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김 중사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이 중사와의 통화녹취 일부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단은 또 대대장 김 중령에 대해선 김 중사가 휴대전화 녹취 파일을 삭제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오히려 김 중사를 도와 삭제 흔적을 없애려 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단의 공소장엔 이 중사 유족 측이 지난달 18일 김 중령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노 준위·노 상사의 2차 가해 사실을 파악하고도 징계하지 않았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제기한 부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검찰단은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김 중령이 "피·가해자 분리를 정상적으로 조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해 '성실의무 위반'을 징계 혐의 사실로 통보할 예정이다.
김 중령과 김 중사 기소로 현재까지 이 중사 사건으로 검찰단에 기소된 인물은 장 중사, 노 준위, 노 상사, 그리고 1년여 전 20비행단 파견 당시 이 중사를 성추행한 윤모 준위를 포함, 모두 6명이 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외에도 이 중사 성추행 사건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20비행단 군사경찰이 김 중사와의 통화녹취 파일이 존재하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확보해 사건 수사에 활용하지 않은 사실 등과 관련,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 A씨와 수사계장 B씨를 각각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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