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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서버' 이 정도일줄…환전상이 송금한 돈만 '624억'

해외서버 추적 어려워…수사기관 의지 가져야
[프리한 도박] 범죄 생태계 이룬 도박서버…"돈이 되니까"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1-05-24 06:08 송고 | 2021-05-24 08:51 최종수정
리니지 불법 사설서버의 접속기, 최근 '도지코인' 열풍이 일자 서버이름을 '도지서버'라고 달았다. 일반적으로 불법 사설서버들은 신규 유저들을 모집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서버를 폐쇄하고 다시 개장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2021.5.21/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리니지 불법 사설서버의 접속기, 최근 '도지코인' 열풍이 일자 서버이름을 '도지서버'라고 달았다. 일반적으로 불법 사설서버들은 신규 유저들을 모집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서버를 폐쇄하고 다시 개장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2021.5.21/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온라인 게임의 불법 사설서버(프리서버)에서 도박장이 운영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불법서버들에는 적게는 100여명에서 많게는 2000~3000명의 유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서버 운영을 통해 얻는 수익금은 적으면 수억원, 많으면 수십억원이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7월 서울북부지법에서 국내에서 프리서버에서 환전상 역할을 한 A씨의 1심 선고가 이뤄졌다. A씨가 공범 7명에게 지시해 2018년 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환전한 금액만 약 624억원이었다. 
A씨 등은 환전한 돈들을 서버운영자에게 송금하고 송금액의 1%인 6억24000만원을 수수료로 챙겼다. 서버 운영자를 알 수 없어 전체 환전 금액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보통 프리서버 운영자들은 다수의 서버를 동시에 혹은 시간 차를 두고 운영하기 때문에 실제 유통된 돈은 더 많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불법서버에서 이렇게 큰돈이 오가면서 서버운영이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체계화되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운영자가 국내에 환전상들을 고용해 회원들로부터 받은 돈을 송금하게 하고 환정상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대포통장과 차명계좌를 구입해 이를 통해 환전 작업을 한다.

또 불법서버를 구축, 수리, 운영해주는 개발자들과 서버를 홍보를 위해 배너, 홈페이지를 운영해 주는 이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불법서버 홍보 사이트에는 개발자들과 광고 제작자들을 위한 구인·구직 게시판이 별도로 존재할 정도다.
더불어 금전적인 이익을 노리고 불법서버를 공격하는 조직이 생겨나기도 했다. 앞서 2014년 부산에서는 불법서버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주지 않으면 디도스 공격을 하겠다고 협박해 284명에게 3억2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김모씨(당시 37) 등 일당 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서버 개설 자체가 불법이라 운영자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것을 악용해 운영자들을 협박했고 돈을 보내지 않으면 미리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둔 일명 '좀비 PC'를 이용해 실제 디도스 공격을 해 영업을 방해했다.

지난 2019년 서울동부지법에서도 2018년 3월에서 2019년 6월까지 프리서버 운영자 1명에게 224회에 걸쳐 디도스 공격을 하겠다고 협박을 해 2235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된 사건이 있었다.

이외에도 불법서버의 환전 방식을 악용한 사기도 발생했다. 지난 2017년 B씨는 중고 컴퓨터를 판매한다는 허위글을 올리고 구매자들에게는 환전상의 계좌를 알려줘 돈을 입금 시킨 뒤 환전상에게는 자신이 돈을 입금했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약 1000만원의 범죄 수익을 챙겼다. 그는 동종의 사기 범행과 폭행 등의 혐의로 지난 2018년 10월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을 선고받았다.

여러 해 동안 불법서버 내에서 각종 범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이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 2017년 유창석 경희대 문화관광콘텐츠학과 교수와 김휘강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네트워크 기반 정보재의 불법 사설서버로 인한 피해규모 추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직간접적인 영향을 고려했을 때 불법서버로 인한 피해액은 연간 2조4385억원으로 추산됐다.

불법서버 단속을 위해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섰고 경찰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서면서 서버 운영자들이 여럿 검거되는 성과가 있었다. 더욱이 2017년 게임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 프리서버를 구축 운영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됐다.

리니지 불법 사설서버에서 진행하는 투견게임이 온라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중계 화면에는 홀짝으로 나눠진 몬스터들의 승률 등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2021.5.21/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리니지 불법 사설서버에서 진행하는 투견게임이 온라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중계 화면에는 홀짝으로 나눠진 몬스터들의 승률 등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2021.5.21/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하지만 여전히 프리서버는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도박과 같은 새로운 범죄로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실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후관리 심의회에 상정된 안건 중 사설서버에 관련한 안건은 2016년 3840건에서 2019년 5295건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한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 소스들을 너무나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서버들이 너무 많이 생겨난다"라며 별도의 팀까지 마련해 불법서버를 모니터링하고 계속해 신고를 하고 있지만 이를 완전히 뿌리 뽑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운영자들이 서버를 해외로 돌려 국내 수사기관의 수사망을 피하고 있는 것도 수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 중에 하나다. 특히 도박 서버의 경우에는 막대한 범죄수익금에 대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점 단위로 조직을 운영하며 환전상들도 서버 운영자를 알 수 없는 조직 구조를 구축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를 활용해 2016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사설서버' '프리서버'의 키워드로 검색된 45건의 사건의 판결을 분석한 결과, 불법서버 운영으로 처벌을 받은 36건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중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가 부여된 사건은 3건이었는데 이 사건 모두 서버 개설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어려움이 있기에 수사기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수사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다. 김기범 경찰대학교 교수는 2019년 발표한 논문 '온라인 게임 사설서버의 범죄실태와 형사정책 개선방안'에서 "수사기관이 사설서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단속이 적극적이지 않고 문체부 특별사법경찰은 게임산업법을 단속할 수 없어 단속 역량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수사기관의 인식 개선, 관련 법규 개정, 수사전문성 제고, 국제협력 역량 확대, 전담인력 증원을 통해 불법서버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불법서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경각심도 필요하다. 꼭 도박을 하지 않더라도 불법 사설서버 프로그램에는 바이러스나 악성 프로그램들이 심어져 있는 경우가 있어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 프리서버 클라이언트에 악성코드를 심어 해당 PC를 좀비PC로 만들고 이를 불법 사이트 홍보나 디도스 공격 등에 활용한 사례들이 적발된 바 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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