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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햇반' 만드는 CJ제일제당이 플라스틱 만든다고? 무슨 일이…

[지구의날]④사료·식품·아미노산서 쌓은 미생물 발효 기술 활용
생분해 플라스틱(PHA) 등 '화이트 바이오' 공략 박차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2021-04-23 06:49 송고
편집자주 1970년 4월22일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지구의 날'이 어느덧 51주년을 맞았다. 전세계 150여개 국가가 참여하는 지구촌 최대 친환경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물론 'ESG 경영'이 최대 화두가 된 기업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구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지구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현장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CJ제일제당 블로썸파크(R&D센터) © 뉴스1
CJ제일제당 블로썸파크(R&D센터) © 뉴스1

'1만년 vs 2~3년'

일반 플라스틱과 생분해 플라스틱(PHA)이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일반 플라스틱은 사실상 자연상태에서는 분해가 안되는 셈이다. 
PHA처럼 석유·화학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화이트 바이오'라고 부른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CJ제일제당이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화이트 바이오를 낙점하고 그룹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먹거리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화이트 바이오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화이트 바이오' 거스를 수 없는 대세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표 화이트 바이오 산업인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시장 규모는 현재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5년 내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진출한 업체도 많지 않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화이트 바이오는 옥수수·콩·사탕수수·목재류 등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을 원료로 한다.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회색과 검정색 매연을 흰색으로 바꾼다는 의미로 화이트 바이오라는 명칭이 붙었다. 기존 화학산업 소재 대신 식물 등 재생 가능한 자원과 미생물·효소 등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화이트 바이오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바이오 플라스틱은 사용 후 일정 시간이 경과되면 미생물이 배출하는 분해요소에 의해 자연 분해된다. 

대신 생산에 고도의 기술이 필수적이라 진입장벽이 높고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고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 

규제가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화이트 바이오 산업을 대표적 규제 사업으로 구분하는 이유중 하나다. 소비자 인식도 변화하고 있지만 자발적 인식 변화만으로는 속도가 느리다. 규제로 인해 시장이 급성하고 있다.

CJ제일제당_PHA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 © 뉴스1
CJ제일제당_PHA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 © 뉴스1

CJ제일제당은 이같은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기존에 영위하고 있던 사료와 식품, 아미노산 등 '그린 바이오'의 미생물 발효기술 경쟁력을 화이트 바이오 사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화이트 바이오 사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 말 바이오사업부 담당 조직을 신설했고 지난달에는 이 조직을 '화이트바이오CIC'로 전환해 독립시켰다. 조직원만 100여명에 이른다.

2016년에는 약 100억원을 들여 미국 메타볼릭스사를 인수했고 생분해 플라스틱(PHA) 기술 개발을 본격화 했다. 메타볼릭스사의 원천 기술과 CJ제일제당의 발효 기술을 접목해 가정과 토양은 물론 해양에서도 분해되는 PHA를 개발했다.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소재인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안에 쌓아놓는 고문자 물질이다. 거의 모든 환경에서 90% 이상 생분해되는 세계 유일의 플라스틱 소재다.

주요 생분해 소재 생분해도 수준 및 특징 (CJ제일제당 제공) © 뉴스1
주요 생분해 소재 생분해도 수준 및 특징 (CJ제일제당 제공) © 뉴스1

◇독보적 기술력으로 개발한 'CJ PHA'

기술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은 인도네시아 파수루안에 있는 바이오 공장에 PHA 전용 생산 라인을 신설하고 연간 5000톤 규모의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연내 본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당 공장의 주력 품목인 아미노산과 PHA 생산에는 미생물 발효 기술이 공통적으로 사용돼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대량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은 미국의 '다니머', 일본의 '카네카', 한국의 CJ제일제당 등 3곳이 유일하다. 본생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연간 생산량을 뛰어넘는 물량을 선주문 받은 상태다.

CJ제일제당의 PHA가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공신력있는 친환경 인증인 'TÜV 생분해 인증'을 취득했고 높은 유연성과 가공 편의성을 두루 갖춘 장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인증은 소재가 생분해되는 환경에 따라 분류되는데 CJ제일제당의 PHA는 △산업 △가정 △토양 △해양 등 네 가지 인증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해양 생분해' 인증은 국내 최초이자 글로벌 기준으로도 극소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 야경 © 뉴스1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 야경 © 뉴스1

이를 바탕으로 CJ제일제당은 우선 올해 1조원, 향후 5년 내 약 3배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을 노린다.

유럽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규제가 늘고 '환경 보호 = 인류의 건강'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친환경 소재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비닐로 시작해 빨대와 페트병, 포장재, 나아가 섬유에 이르기까지 생분해 소재의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성장성이 매우 크다.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 기반 확보에 나서면서 향후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도 세웠다. 코카콜라가 2030년까지 전체 페트병의 50%를 친환경 원료로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나이키도 친환경 재생 소재로 만든 운동화를 출시하는 등 수백조원에 이르는 1회용 플라스틱 시장이 친환경 소재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PHA와 PLA 혼합 생분해 포장재를 적용한 첫 제품(왼쪽)과 100% PLA 생분해 포장재 적용 제품(오른쪽) © 뉴스1
PHA와 PLA 혼합 생분해 포장재를 적용한 첫 제품(왼쪽)과 100% PLA 생분해 포장재 적용 제품(오른쪽) © 뉴스1

CJ제일제당은 PHA 외에도 친환경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화이트 바이오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방침이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 연구소를 중심으로 R&D를 지속하는 한편, 해외 혁신 기업과 협업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PHA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CJ제일제당이 '비비고'와 '햇반'으로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했듯 'CJ PHA'로 글로벌 산업 소재 시장의 패러다임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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