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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 사람이 하는 소묘"…김종훈 도예가가 말하는 '정호다완'

학고재 전시 '춘추 IV. 황중통리: 김종훈 도자' 12월27일까지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11-26 16:43 송고
학고재 '춘추 IV. 황중통리: 김종훈 도자' 전시에 소개된 김종훈 작품들.© 뉴스1 이기림 기자
학고재 '춘추 IV. 황중통리: 김종훈 도자' 전시에 소개된 김종훈 작품들.© 뉴스1 이기림 기자
조선의 사발은 일본에서 '명품'으로 취급됐다. 조선에서는 다양한 용도로 쓰였지만,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찻사발'(다완)로 주로 활용됐다. 일본은 이런 사발 등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도공들을 강제로 끌고가기도 했다. 도공들은 조선에서 천민과 양민 사이 정도로 취급받던 것과 달리, '기술직' 사무라이로 대우받으며 일했다. 결국 조선에 남았던 도공들이 '스카우트'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조선의 찻사발은 당시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명품'으로 대접받는다. 그 중에서도 이도다완이라고 불리는 '정호다완'(井戶茶碗)은 최고로 취급받는다. 정호다완은 막사발과 생김새가 비슷해 같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정호다완은 14~16세기 소량 제작된 귀중품이다.
김종훈 도예가(48)는 바로 이 정호다완을 20여년간 연구하고 제작하며 한국 도예의 맥을 이어온 작가다. 그는 이를 만들기 위해 일본을 수십 차례 방문했다. 일본에 있는 국보 및 보물급 20여점, 개인이 소장한 300여점의 다완을 15년에 걸쳐 실사하고, 내면에 용해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춘추 IV. 황중통리: 김종훈 도자'에는 이런 김 작가의 이해를 통해 그만의 방식으로 작업한 찻사발 75점과 백자대호 6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에 있는 찻사발과 백자대호를 보고 있으면 흔히 찻집이나 집에서 볼 수 있는 도자기를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자기들이 다른 모습, 다른 색깔을 취하고 있다. 자연의 흙, 도예가의 손길, 가마의 고온 등을 거쳐 나온 자기들은 그 자체로 명품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왼쪽부터 우정우 학고재 실장, 김종훈 도예가.© 뉴스1 이기림 기자
왼쪽부터 우정우 학고재 실장, 김종훈 도예가.© 뉴스1 이기림 기자
또한 김종훈의 작품은 다르다. 그의 찻사발에는 단순히 정호다완의 외형만 따라한 게 아니라, 과거 이를 만든 장인들의 생각까지 담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가 찻사발을 대하는 태도에서 특별함이 나온다.

김종훈은 그의 찻사발에 대해 "차를 담으면 그 차가 (찻사발에) 스며들어서 켜켜이 쌓인다"며 "차를 마시는 사람이 하는 소묘"라고 말했다. 이어 "차 그릇의 완성은 그들의 이야기가 담기면서 이뤄진다"고 했다.

찻사발은 매끈한 도자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차를 마실 때마다 흔적이 남고, 그 시간들과 이야기가 쌓여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된다는 말이다. 김종훈의 이런 생각은 전시장 한편에 갓 만든 사발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색이 변한 사발을 나란히 전시해놓은 것을 통해 쉽게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조선 시대 다완 3점과 달항아리 1점을 함께 전시해 김종훈의 작품과 함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전시는 12월27일까지.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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