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섭 도예작가.© 뉴스1 이기림 기자 |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사발'이 조금은 다르게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던 사발은 일본으로 넘어간 이후 차를 마시는 데에 사용되는 '다완'(찻사발)이 된 것이다. 소박하지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진 우리의 사발은 질 좋은 도자기를 만들지 못하던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도공들을 납치하고, 수많은 도자기를 훔쳐갈 정도였다.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박여숙화랑에는 바로 이 '사발'이 100여점 전시돼 있다. 전시작들은 모두 권대섭 작가의 개인전 '사발'에 나온 작품들이다. 다만 여기에 있는 사발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다완'이 된 사발이 아닌, 조상들이 쓰던 용도의 사발로 자리했다.
권대섭 '사발' 전시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
무엇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사발,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사발의 의미를 되찾길 희망하고 있다. 권대섭은 "젊은 도예가 중에는 찻사발에 몰두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젠 찻사발을 넘어 우리 특유의 맑음이 담긴 식기 자체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권대섭은 사실 순백색에 유려한 곡선을 가진 영롱한 달항아리의 대가로 더 유명한 도예가다. 박여숙화랑에 따르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RM(본명 김남준)은 김환기 윤형근에 이어 권대섭 작가에게 "이게 바로 한국이구나"라고 감탄했다고.
실제 RM은 개인전에 오거나, 작품을 구매할 만큼 권대섭 작가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RM이 달항아리를 안고 있는 사진이 SNS에 올라왔는데, 이 또한 권대섭 작가의 작품이며 RM이 구매한 작품이다.
RM이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껴안고 있는 모습.(방탄소년단 공식 SNS 캡처)© 뉴스1 |
그렇다고 작가가 옛날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다. 권대섭은 우리의 맑은 정신이 담긴 사발을 많이 써보고, 다시 음미하면서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권대섭의 사발에 대한 생각, 태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작가의 내공과 조상들이 쓰던 사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로 기대가 모아진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