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이게 한국이다" RM도 반한 '달항아리' 작가 권대섭의 사발에 대하여

권대섭 개인전 '사발' 박여숙화랑서 10월22일까지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10-01 10:00 송고
권대섭 도예작가.© 뉴스1 이기림 기자
권대섭 도예작가.© 뉴스1 이기림 기자
'사기로 만든 국그릇이나 밥그릇. 위는 넓고 아래는 좁으며 굽이 있다.' 국어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사발'의 의미다. 사발은 과거부터 우리 일상에서 널리 사용됐다. 음식을 차릴 때 너무 당연하게 쓰이는, 그래서 별 볼일 없다고 여겨지는 그릇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사발'이 조금은 다르게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던 사발은 일본으로 넘어간 이후 차를 마시는 데에 사용되는 '다완'(찻사발)이 된 것이다. 소박하지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진 우리의 사발은 질 좋은 도자기를 만들지 못하던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도공들을 납치하고, 수많은 도자기를 훔쳐갈 정도였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박여숙화랑에는 바로 이 '사발'이 100여점 전시돼 있다. 전시작들은 모두 권대섭 작가의 개인전 '사발'에 나온 작품들이다. 다만 여기에 있는 사발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다완'이 된 사발이 아닌, 조상들이 쓰던 용도의 사발로 자리했다.

권대섭 '사발' 전시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권대섭 '사발' 전시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권대섭은 사발에 우리 조상들의 정신과 얼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백자, 분청 등 사발의 종류도 중요하지 않고, 그저 두고 바라보는 작품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실생활에서 쓰면서 느낄 수 있는 가치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사발,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사발의 의미를 되찾길 희망하고 있다. 권대섭은 "젊은 도예가 중에는 찻사발에 몰두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젠 찻사발을 넘어 우리 특유의 맑음이 담긴 식기 자체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권대섭은 사실 순백색에 유려한 곡선을 가진 영롱한 달항아리의 대가로 더 유명한 도예가다. 박여숙화랑에 따르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RM(본명 김남준)은 김환기 윤형근에 이어 권대섭 작가에게 "이게 바로 한국이구나"라고 감탄했다고.

실제 RM은 개인전에 오거나, 작품을 구매할 만큼 권대섭 작가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RM이 달항아리를 안고 있는 사진이 SNS에 올라왔는데, 이 또한 권대섭 작가의 작품이며 RM이 구매한 작품이다.
RM이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껴안고 있는 모습.(방탄소년단 공식 SNS 캡처)© 뉴스1
RM이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껴안고 있는 모습.(방탄소년단 공식 SNS 캡처)© 뉴스1
이처럼 달항아리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그는 사발을 만들기가 더 어렵다고도 말한다. 권대섭은 "사발은 한 번에 만들어야 해서 수정이 어렵다"라며 "동양화에서 획을 한 번에 그어야하는 것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사발에 작가의 모든 실력과 내공이 담기기 때문에, 거짓말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작가가 옛날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다. 권대섭은 우리의 맑은 정신이 담긴 사발을 많이 써보고, 다시 음미하면서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권대섭의 사발에 대한 생각, 태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작가의 내공과 조상들이 쓰던 사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로 기대가 모아진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lgirim@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