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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반중 언론사주 구속하자 주가 1100% 끌어올린 홍콩개미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20-08-11 17:57 송고 | 2020-08-12 08:04 최종수정
홍콩 반중 언론계 거물인 지미 라이가 10일  홍콩 자택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홍콩 반중 언론계 거물인 지미 라이가 10일  홍콩 자택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홍콩 당국이 대표적인 반정부 언론사인 ‘빈과일보’(Apple Daily)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를 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자 홍콩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그의 회사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방법으로 그를 응원하고 있다.

홍콩 개미들이 빈과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 디지털’의 주식을 매집하자 주가가 지미 라이 체포 이후 이틀 만에 1100% 폭등해,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넥스트 디지털 주가 추이 - 블룸버그 갈무리
넥스트 디지털 주가 추이 - 블룸버그 갈무리

홍콩의 민주화 시위대가 코로나19와 보안법으로 거리 집회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주식매집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개발해 낸 것이다.

지난 10일 홍콩 당국은 라이를 외세와 내통했다며 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후 홍콩의 개미들이 넥스트 디지털의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이는 홍콩 시위 참가자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포럼인 'LIHKG'에 라이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넥스트 디지털 주식 매입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라이는 넥스트디지털 지분 71%를 보유하고 있다. 11일 마감가 기준으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37억 홍콩달러(약 5657억원)까지 올랐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시위자들이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집회의 자유가 축소된 상황에서 거리를 점령하는 대신 주식 거래라는 새로운 무기로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시민들의 라이 돕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빈과일보를 구독해 주는 방법으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11일 빈과일보가 1면에 사주의 체포 사진과 함께 “계속 싸울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11일 빈과일보가 1면에 사주의 체포 사진과 함께 “계속 싸울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원래 빈과일보는 하루에 7만부가량 찍는다. 그러나 11일에는 55만부를 찍었다. 55만부가 1시간 만에 완판됐다.

빈과일보는 11일자 1면에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라이 관련 소식을 전하며 “계속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라이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인사로 민주화 시위에 거액의 자금을 대고, 공산당을 공개 비판하는 등 중국 공산당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그는 1948년 광둥성 광저우에서 태어났다. 그는 12세 때 단돈 1달러만 가지고 홍콩으로 밀항했다.

이후 의류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매니저가 되고,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인수해 1975년 우리에게도 익숙한 브랜드인 ‘지오다노’를 창업했다. 지오다노는 현재 30여 개국에 2400여개의 매장을 둔 거대 의류업체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그가 언론인으로 변신한 계기는 1989년 천안문 사건이었다. 그는 천안문 사건 직후 정론직필의 민주언론이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넥스트 미디어’(넥스트 디지털의 전신)를 설립한 뒤 주간지인 ‘넥스트 매거진’을 출판했다.

1995년 본격적으로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어 ‘빈과일보’를 창간했다. 이후 빈과일보는 반중 민주화 노선으로 홍콩 민주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보안법으로 구속되기 전인 6월 16일 찍은 지미 라이의 얼굴 사진. 당시 AFP기자가 그의 사무실을 방문해 인터뷰를 하면서 찍었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보안법으로 구속되기 전인 6월 16일 찍은 지미 라이의 얼굴 사진. 당시 AFP기자가 그의 사무실을 방문해 인터뷰를 하면서 찍었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보안법 제정 이후 체포 1순위가 바로 지미 라이였다. 그는 체포될 것을 미리 예견하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내가 중국인임이 자랑스럽고 내 조국 중국을 사랑한다. 불행한 것은 내 조국이 공산당이란 사악한 집단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그를 홍콩의 개미들은 주식 매집으로 응원하고 있다. 한국에 ‘동학’개미가 있다면 홍콩에는 ‘민주’개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필자는 30년 정도 기자생활을 하고 있지만 주식 매수가 민주화운동이 되는, 이런 희한한 광경은 처음 본다. 홍콩인들의 민주화 염원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들과 똑같이 간절한 심정으로 외쳐본다. “Free Hong Kong”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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