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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열어준 북극권 개발…영구동토층이 흔들린다

얼어있는 영구 동토 급격히 지반 침하하는 '열 카르스트' 현상 발생해
캐나다 연구진, 파도 높이 2m이상 증가 전망…해안가 위협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0-07-09 06:26 송고
러시아 북부 크라스노야르스크주 노릴스크시(市) 카이예르칸 지역 기름 유출 사진 © AFP=뉴스1
러시아 북부 크라스노야르스크주 노릴스크시(市) 카이예르칸 지역 기름 유출 사진 © AFP=뉴스1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전반적인 기온 상승은 북극권 국가에게는 얼어서 쓰기 어려웠던 국토를 개발하고, 항로가 새로 뚫리는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 북극권 지역의 40%가량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 '2025년 러시아 극지방 사회경제 개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렇게 기후변화로 시작할 수 있었던 개발사업이 기후변화로 인한 땅 꺼짐과 파도 상승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29일 러시아 북부 크라스노야르스크주 노릴스크시(市) 카이예르칸 지역에서 세계 최대 니켈·팔라듐 생산업체 '노릴스크 니켈'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한 발전소 연료 탱크가 파손됐다. 노릴스크 니켈은 연료탱크가 위치한 영구 동토층이 녹으며 지반이 유실된 것을 원인 중 하나로 언급한 바 있다.
영구동토층은 여름에도 녹지않고 2년 이상 일 년 내내 얼어있는 퇴적물이나 토양 등을 말한다. 지구 표면의 14%가량을 차지한다고 추산되고 있다. 해저 및 육상 영구동토층에는 '불타는 얼음'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권의 평균 기온이 오르며 개발 접근성이 좋아져 비용은 줄어들었다. 그 결과 석유와 각종 광물에 대한 자원개발이 이뤄져 채취·처리시설, 운송시설, 송유관과 같은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영구동토층 인프라 개발과정에서 동결·융해·침하가 고려되고 있지만 '열 카르스트'(thermokarst)와 같은 급격한 지형 변화가 일어나기도 해 안심하기는 어렵다. 열 카르스트는 영구동토가 빠르게 녹아 기존 얼음으로 지탱되던 구조가 붕괴해 땅 꺼짐이 일어나고 물이 고여 호수나 연못이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제 13호 태풍 '링링'이 서해안을 지나 북상 중인 7일 오전 전남 신안군 송공항에서 거센 파도가 방파제를 넘고 있다. 2019.9.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제 13호 태풍 '링링'이 서해안을 지나 북상 중인 7일 오전 전남 신안군 송공항에서 거센 파도가 방파제를 넘고 있다. 2019.9.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지반 침식뿐 아니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도 북극권의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지난 7일 미국 지구물리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에 실린 캐나다 환경 및 기후변화(ECCC)의 기후 연구 본부 연구진에 따르면 북극권의 연간 최대 파도 높이는 점점 커져 21세기 말에는 지금보다 2m이상 높아질 것이다. 특히 그린란드 지역에서는 파도가 6m까지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평균 20년마다 한 번씩 발생하던 극단적으로 높은 파도에 의한 피해는 2년에서 5년 간격으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에 참여한 카사스-프라트(Casas-Prat)에 따르면 "(강해진 파도는) 해안 범람과 침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데, 해안선에 가까운 지역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파도 높이가 얼마나 높아질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불확실한 부분이 있지만 높아지는 경향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메사추세츠공대(MIT)의 기후학자 유다 코헨(Judah Cohen)은 "얼음이 녹아 북극해 표면이 점점 더 많은 바람에 노출돼 파도의 높이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알래스카 북부와 캐나다 북부가 만나는 해안 지역을 조사한 결과 파도 높이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러한 파도의 변화는 해안 침식과 범람으로 이어져 해안가 주민 뿐아니라 해안가에 건설되는 각종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에도 악영향을 준다. 또한 연구진은 파도가 증가하면 해안 지층 침식 뿐 아니라 얼음이 깨지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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