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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는 말이야" 대신 "잘 해줘"…카카오 김범수의 리더십

"경청·공감·지지가 '좋은 어른'의 덕목" 꼽아
"카카오 10년…사회 문제 해결 방법 찾고 싶다"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 2020-04-24 12:05 송고 | 2020-04-24 14:08 최종수정
라이언과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카카오 브런치 제공)© 뉴스1
라이언과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카카오 브런치 제공)© 뉴스1

"카카오톡도 초기엔 제가 아이디어를 열심히 냈지만 지금은 입을 많이 다물죠. 담당자들이 충분히 고민을 했을테고 내 생각대로 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카카오톡 10주년을 기념해 '카카오 나우'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인 라이언과 문답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건 이렇게 하면 되지 않아?'라는 말을 삼킬 때가 있지 않나"라 묻는 말에 "지금은 기존의 경험이 현재에 적용이 되지 않는 시대"라고 운을 뗐다.
24일 카카오 나우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인터넷 세상일 때만 하더라도 나름 전문가였을 수 있지만 모바일 시대, 또 점점 바뀌고 있는 현재는 또 다르다"라며 "저보다는 사용자들과 접점이 더 있는 크루(카카오 직원)가 더 많은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있을 거라고 신뢰하기에 이제는 그냥 다 맡기고 '잘 해줘' 정도로만 이야기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왜 안되고 있을까' 하는 조급함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다리게 된다"라며 "내 생각과 다른 더 중요한 게 있을 거란 믿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관심 있는 주제로 '좋은 어른'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 의장은 "어른이라는 걸 한동안은 나이로 측정했지만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정보의 격차가 없어진 지금은 물리적인 나이가 어른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살아오면서 녹아있는 경험과 선택, 이런 것들의 총량이 결국 그 사람을 말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지혜로워진다는 의미"라며 "지혜를 갖추기 위해 중요한 건 내가 아는 선에서 충고나 비판 또는 판단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것이 '좋은 어른'의 덕목"이라며 "섣부르게 조언한다는 것은 정말 경계해야한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 아는게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카카오 브런치 제공)© 뉴스1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카카오 브런치 제공)© 뉴스1

1998년 게임포털 한게임을 창업한 김 의장은 2000년 이해진 창업자가 이끌던 네이버컴과 회사를 합병해 NHN의 공동대표가 됐다. 2007년 회사를 나와 미국으로 떠난 그는 2011년 카카오톡을 내놓았다.

연거푸 성공신화를 이뤄낸 김 의장은 자신의 인생을 지탱해줬던 명문장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의장은 "20대 때 가장 영감을 줬던 문장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라는 것이었다"라며 "자극이 온다고 무의식적인 반응을 하는 대신, 그 반응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정체성이 더욱 견고하게 쌓이는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자극은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라고 김 의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됐던 시기로 네이버를 떠날 때를 꼽으며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 만난 문장이 '배는 항구에 정박할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장이 나를 다시 이 세상 속으로 끌고온 원동력이 됐다"라며 "여기서 멈추지 말고 항해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라는 이야기에서 영향을 받았다"라고 했다.

김 의장은 현재 자신의 카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이기도 한 명문장도 소개했다. 그는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라는 문장에서 삶에 대한 전반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라며 ''진정한 성공이란 게 이런 거구나'라는걸 단비처럼 반갑게 정리해준 문장이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돕기 위해 20억원 상당의 개인주식을 기부한 그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몇년 전 부터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 기업'이라는 것을 자주 이야기했다"라며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데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카카오의 10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고, 그다음에는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데 어느정도 기여했다는 생각이다"라며 "조금 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다니고 싶은 기업 1위' 카카오를 일궈낸 그는 동료들에게 듣고 싶은 칭찬을 묻는 말에 "좋은 어른이라는 의미에서 '지혜로운 사람'이란 표현을 들었으면 좋겠지만 사실 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남기고 싶은 단어는 계속 호기심이 많고 상상하며, 그 상상을 이루려고 하는 사람. 또는 '꿈을 꾸는 사람'이란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v_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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