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코로나 옮는다" 인도서 의사 '불가촉천민' 취급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20-04-14 14:30 송고
11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 있는 아시아 최대 빈민가 다라비에서 의료진들이 주민들의 체온을 검사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11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 있는 아시아 최대 빈민가 다라비에서 의료진들이 주민들의 체온을 검사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인도에서 의사들이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가촉천민이란 인도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의 최하위 계급으로, '닿는 것조차 안되는 천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도 전역에서는 의료진들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도 중부 인도르의 빈민가에서는 밀접 접촉자를 추적하던 의료진들이 100여명으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고, 중부 보팔에서는 경찰이 긴급 교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의사들을 곤봉으로 때리기도 했다.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이유에서다. 

뉴델리에선 의사 한 명이 이웃 주민들로부터 아파트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지는 일도 있었다. 이웃들은 전기와 수도를 끊은 뒤에도 이 의사가 나가지 않자 그를 에워싼 채 떠나달라고 협박했고, 경찰이 출동해서야 사태가 마무리됐다. 
인도 서부 수랏시에 있는 정부 병원 의사 산지바니 파니그라히는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차별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매우 낙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례 없는 봉쇄령이 사람들을 광란과 공황상태로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대재앙(apocalypse)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13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방갈로르에서 보건 당국자들이 도로에서 통근자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 AFP=뉴스1
13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방갈로르에서 보건 당국자들이 도로에서 통근자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 AFP=뉴스1

인도에서 유독 의사에 대한 혐오감 혹은 공포증이 심한 이유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낮은 반면, 소셜미디어 상에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속도는 빠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의사의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질병이 옮는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의사들이 '새로운 불가촉천민'(New Untouchables)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에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전체 확진자 중 의료진 감염자는 약 3.8%에 불과했다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의사협회 측은 밝혔다. 

이에 인도 정부는 지난주 의사들에 대한 '낙인 찍기'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도의사협회는 의료진 공격 범죄에 보석을 허용하지 않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재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하면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14일 오전 기준 인도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만453명, 사망자는 358명이다. 인도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루 100명대에 불과했으나, 이달 들어 500~700명씩 늘고 있다. 13일에는 1248명이 새로 감염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angela0204@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