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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모순]③수정헌법 2조 지키는 '총 든 착한놈'

'총기무장 시민영웅' 등장한 텍사스 총기난사
'200년 넘은' 수정헌법 2조 아직도 유효?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7-11-11 09:40 송고
"총을 든 나쁜 놈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총을 든 착한 놈뿐이다(The only way to stop a bad guy with a gun is with a good guy with a gun)."

지난 2012년 코네티컷주(州)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자 웨인 라피에르 전미총기협회(NRA) 회장이 한 말이다. 

수정헌법 2조의 '자기 방어를 위한 총기 소지'를 의미하는 것. 

이는 곧 NRA를 포함한 총기 규제 반대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문구가 됐다. 총기난사와 같은 비극에서 '총'이 아닌, '총을 사용한 사람'에게 죄가 있다는 의미다.

라피에르 회장의 말은 최근 현실이 됐다. 지난 5일(현지시간) 텍사스 교회에서 26명을 사살한 총기 난사범이 한 시민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보수매체들은 시민영웅의 용기를 보도하며 '총을 든 착한 놈' 덕분에 사태가 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방한 중이던 7일(한국시간) 숟가락을 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미국 기자가 굳이 국내 이슈인 총기 규제 문제를 묻자 "용감한 시민이 범인을 무력화했다"며 "그 시민이 총을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수백명이 더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날에는 "총기법을 개혁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텍사스 총기범의 '정신질환'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 논란이 인다. 미국 내 총기 수에 따른 사망자 수, NRA의 기부금 등 통계가 난무한다. 가장 최근에는 58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달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이 논쟁을 재점화했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총을 든 착한 놈'이 등장한 텍사스 총기 난사 사건은 더욱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18세기 말 제정된 수정헌법 2조는 여전히 유효한가' '수정헌법 2조가 총기 소지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등이다. 

수정헌법 2조는 미국 연방정부 설립 초기, 연방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불안에 기반해 채택됐다. 각 주의 주민들이 민병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총기 보유 및 소지의 권리를 보장한다.

때문에 220여년 전 탄생한 수정헌법 2조가 오늘날 연간 수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근거가 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많은 이들이 수정헌법 2조가 총기 보유 및 소지에 대한 '전적인 찬성'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기 규제에 성공한 호주의 경우 수정헌법 2조에 대한 비판론은 더욱 거세다. 호주는 한때 총기와 관련한 일에 '불간섭 원칙'을 지켰지만 1996년 포트아서 총기난사 사건 이후 개혁을 통해 불법 총기를 모두 회수했다. 

NRA와 같은 호주 현지의 이익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보수당 출신 총리는 사면과 불법총기 매입 제도를 도입했고, 거리에서 총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 총기난사는 사라졌고 성공적인 총기 개혁 사례로 오늘까지도 회자된다.

호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수정헌법 2조는 미국의 최대 실수'란 기사에서 "소총과 혁명전쟁 시대 작성돼 낡아빠진 수정헌법 2조의 언어들은 미국이 나머지 문명세계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5일(현지시간) 텍사스 총기난사 사건에서 범인을 총기로 제압한 '시민영웅' 스티븐 와일포드. © AFP=뉴스1

반면 규제 반대자들은 텍사스 총기 난사범의 정신질환에 주목하며 수정헌법 2조의 정신을 방어한다. 총기를 범죄에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수정헌법재단의 설립자이자 '무기 소지 권리를 위한 시민위원회' 의장인 앨런 고틀리브는 USA투데이 기고문에서 "어떤 총기도 누군가를 미워할 머리를 갖고 있지 않고,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지도 않는다"며 "정신질환을 겪는 살인자는 뉴욕 테러와 마찬가지로 트럭을 공격에 이용할 수도, 보스턴 마라톤 때와 같이 압력솥 폭탄을 대량 살상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켄 팩스턴 텍사스주 검찰총장은 "나는 준법시민들의 총기 소지를 막는 법안 통과를 시도하기보다, 준법시민들을 무장시키고 그들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규제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애도'를 요청했다. 사실상 규제 문제를 피한 셈이다. 미온적인 대통령의 태도에 수정헌법 2조를 둘러싼 논쟁도 좀처럼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인디애나 주립대 모러 로스쿨의 티모시 윌리엄 워터스 교수는 '권리'가 아닌 '권리에 대한 비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명문화된 법조문을 벗어나 현실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워터스 교수는 "총기에 대한 논란은 투표·집회의 자유와 달리 심각한 의견 불일치를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수정헌법 2조를 재검토할 충분한 이유"라고 말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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