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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알고 보면 더 재밌다 ⑬ '한국 견제의 역사', 양궁 룰 변천사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6-08-02 06:01 송고 | 2016-08-02 09:11 최종수정
편집자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접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다 안다고 자신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 올림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뉴스1이 길라잡이를 마련했습니다. 각 종목의 역사나 복잡한 경기 규칙 그리고 낯선 용어들까지, 올림픽과 관련된 크고 작은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립니다. 올림픽, 알고 보면 더 재밌습니다.
지난 1988서울올림픽 양궁여자개인 금메달을 획득한 김수녕(가운데).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1 © News1
지난 1988서울올림픽 양궁여자개인 금메달을 획득한 김수녕(가운데).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1 © News1

양궁은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전통적인 '메달 밭'이다. 한국은 지난 1984년 LA 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무려 19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이 기간에 걸려 있던 금메달이 총 30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여자 양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도입된 단체전에서 7연패의 신화를 쓰고 있기도 하다. 개인전에서도 1984년 대회 이후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제외한 전 대회를 석권하는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자부의 '아성'엔 비할 바 아니지만 남자 양궁 역시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하며 최정상급의 기량을 과시한다. 이때문에 한국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쯤 되다 보니 타국가들의 '질투'가 생길 수밖에 없었고, 한국의 독주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잦았다. 1980년대 이래 세계양궁연맹(WA)에서 시도한 경기 룰의 변경은 곧 한국 양궁의 견제와도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당초 양궁은 사격과 비슷한 '기록 경기'였다. 실제로 양궁이 1972년 올림픽에서 부활한 이래 1988년까지는 사격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자는 30, 50, 60, 70m, 남자는 30, 50, 70, 90m의 거리별로 36발씩 두 번의 기록을 합산해 총점이 높은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었다. 실수가 적고 꾸준한 성적을 내는 한국에게 상당히 유리한 방식이었지만, 사실 가장 빼어난 '궁사'를 가리는 데에는 이 룰이 제격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독주가 계속되자 세계연맹은 '흥미 유발'을 이유로 룰 변경을 계속했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는 '그랜드 피타 라운드'가 적용됐다. 4개의 거리별 36발씩 144발의 예선전을 치른 뒤 이어 각 거리별 9발씩 총 36발로 4라운드를 치러 8명을 추리고 이들이 최종적으로 메달을 겨루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도 한국이 3개의 금메달을 휩쓸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아예 1대1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했다. 예선전을 통해 64명을 추린 뒤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예전보다 훨씬 이변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위세는 그대로였다.

토너먼트로도 한국의 독주를 막지 못하자 이번엔 '발수'를 줄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2004년 아테네까지는 16강전까지 18발, 8강부터 결승까지는 12발을 쏘는 방식이었지만 2008년 베이징대회 때는 64강부터 12발을 쏘기로 했다. 단체전도 27발에서 24발로 줄였다. 이 역시 화살 개수가 많아질수록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는 한국을 견제하는 차원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 개인전 2연패를 노리는 기보배. /뉴스1 DB © News1 이광호 기자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 개인전 2연패를 노리는 기보배. /뉴스1 DB © News1 이광호 기자

급기야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는 개인전에서 '세트제' 방식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세트제는 전체 점수와 관계없이 6발씩 한세트로 더 많은 세트를 따내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16강까지는 3세트, 8강부터 결승까지는 5세트로 치러지며,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을 얻는 방식이다.

이번에도 경기의 박진감을 더한다는 차원의 변경이었지만, 좋은 실력을 가진 선수가 이변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은 더욱 더 높아졌다. 실제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에 앞서 열린 월드컵 등 세계대회에서 세트제에 덜미를 잡혀 패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노골적인 '견제'속에서도 한국은 굳건했다. 한국은 런던 대회에서 오진혁, 기보배가 세트제로 열린 남녀 개인전을 휩쓸며 세계최강을 재확인했다. 남자 개인전의 경우 올림픽 첫 금메달이라는 기쁨까지 함께했다.

리우 올림픽에서도 작은 변화가 있다. 이번엔 개인전뿐 아니라 단체전도 세트제 방식으로 경기가 치러진다. 단체전은 한 명이 세트당 한 발씩 4세트를 쏴 역시 세트 득점으로 승부를 가린다.

꾸준하게 이어져 온 한국에 대한 견제. 그리고 그 속에서도 굳건히 최강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한국 양궁. 한국은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4종목 전종목 석권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에도 한국의 독주가 이어진다면, 세계연맹은 또 다른 룰을 들고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세월동안 숱한 견제를 통해 '내성'이 쌓인 한국 양궁에게 룰 변경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starbur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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