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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짧지만 강렬하게"…전신환의 '시간이탈자'(인터뷰)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6-05-08 10:13 송고
영화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에서 전신환의 광기 어린 눈빛은 좀처럼 잊기 어렵다. 지환(조정석 분)과 건우(이진욱 분), 그리고 윤정과 소은(임수정 분)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가던 감성 스릴러의 공기가 일순간 바뀌는 그때 만큼은 관객들이 숨죽여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들었다. "내 시선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바람에는 '시간이탈자'의 생물 선생이라는 역할이 단순한 살인범으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처음 '시간이탈자' 오디션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생물 선생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날은 아직도 그에게 생생하게 살아있던 순간이었다. 짧지만 강렬하게 자신을 각인시켰던 전신환을 만났다. 

배우 전신환이 최근 진행된 영화 '시간이탈자' 관련 인터뷰에서 작품과 처음 만났던 당시를 회상했다. © News1star / 제이아이스토리
배우 전신환이 최근 진행된 영화 '시간이탈자' 관련 인터뷰에서 작품과 처음 만났던 당시를 회상했다. © News1star / 제이아이스토리

"'시간이탈자', 내겐 선물 같은 작품"
"2년 전 8월 쯤 시나리오를 뒤늦게 받고 오디션을 보러 가게 됐어요. 생물 선생 역할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그 자리는 이미 다른 배우가 캐스팅됐을 거라 생각했죠. 아직 기억에 남는 게 영화 '박수 칠 때 떠나라' 신하균 선배님 연기를 준비해 갔어요. 연기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점이라 정말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했죠. 정말 멍한 상태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날 바로 다시 감독님을 만나러 오라는 전화가 왔더라고요. 감독님은 '네 눈이 맛이 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하셨어요. 그땐 정말 안 믿어졌어요. 그래서 제겐 선물 같은 작품이죠. 이후 마음을 잡고 역할에 맞는 영화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시간이탈자' 캐스팅이 확정되고 나서부터 전신환은 생물 선생과 유사한 역할이 등장한 영화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방화 살인이나 방독면 살인과 관련된 유명 영화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까지 애써 찾아보기도 했다. 영화는 생물 선생의 전사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지만, 전신환이 만들어간 과정이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생각 없이 연기하면 또 뻔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간이탈자'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절대 놓치고 가지 말자, 겉으로 포장하는 연기나 이미지에 치중한 연기가 아닌 정말 상황에 집중해서 하는 연기를 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제 습관들을 빼고 캐릭터에 접근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떤 캐릭터를 만들더라도 과거에서 출발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 인물의 성장 과정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생물 선생이란 인물이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나름 단서를 치밀하게 없애는 인물이라 그런 특징들도 반영하려 노력했어요. 학생들이나 선생들과의 관계가 그려졌다면 관객이 생물 선생을 단순한 사이코패스로 보는 게 아니라 일정 부분 납득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개인적인 욕심이지 상업영화를 만드는 관점에서 본다면 감독님의 선택이 맞으시죠. 연기의 스킬에 의지해서 보여준 캐릭터가 아니라 애정이 더 가는 것 같아요."
"'시간이탈자'에서 가장 많이 붙었던 배우는 조정석 선배였어요. 조정석 선배야 워낙 베테랑 배우이시라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걱정도 안 했어요. 그냥 맞춰가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아무래도 저와 붙는 장면에서 액션신이 있었기 때문에 조정석 선배가 굉장히 연기에 집중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도 방독면을 계속 쓴 채 현장에 있게 됐어요. 방독면이 얼굴을 압박하니까 그 안에 습기도 차고 힘들었긴 했어요.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요. (웃음) 조정석 선배도 제게 각목을 맞으시는 장면도 있었고 저도 선배에게 끌려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비도 내리고 겨울이라 말 그대로 '추위와의 전쟁'이었죠."

배우 전신환이 최근 진행된 영화 '시간이탈자' 관련 인터뷰에서 극 중 생물 선생 역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star / 제이아이스토리
배우 전신환이 최근 진행된 영화 '시간이탈자' 관련 인터뷰에서 극 중 생물 선생 역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star / 제이아이스토리

"포기 빠른 나, 연기는 끝까지 잘 해보고 싶은 유일한 길"

전신환의 데뷔작은 지난 2010년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였다. 대학 시절 이후 줄곧 연극 무대에만 서다 처음 영화에 출연했던 때가 6년 전이었다. 3년 전엔 MBC 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 호위무사 우치 역을 맡기도 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처음 경험하면서 변화의 지점을 맞이하게 됐다. 무대와 달리 화면에서 요구하는 섬세한 결의 연기가 요구되기도 했고, 대사 한 마디가 힘들어진 때도 있었다.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시기도 이때였다. 이후 직접 발로 뛰며 프로필을 돌리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공백기 때마다 비뚤어지는 자신을 다잡으며 또 다른 준비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태권도와 검도, 브라질 무술, 승마, 펜싱 등을 배우며 준비된 배우로 성장해 갔다. 

"독립영화쪽으로 봤을 때는 신인이라 불리는 시기는 분명 지나 있었어요. 그런데 일반 관객들에게는 완전한 신인이었죠. 배우로서 도약할 수 있어야 하는 시기가 있어야 했는데 그런 기회가 없다가 지금의 회사를 만나고 '시간이탈자'에 출연하게 됐어요. 지금까지도 쉽지 않은 길을 이어오고 있지만 대학교 입시 때도 연기 만큼은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처음에 연영과 진학이 불투명했을 때 다 접을 것 같았던 제가 다시 중대 연영과 시험을 준비하고 재수해서 합격한 후 지금까지 하게 됐어요. 내성적이고 남들 앞에 나서기 싫어했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 무대를 보고 다른 사람으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봐주실 때, 더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배우 전신환이 최근 진행된 영화 '시간이탈자' 관련 인터뷰에서 영화에 비중을 두고 연기하는 이유에 대해 고백했다. © News1star / 제이아이스토리
배우 전신환이 최근 진행된 영화 '시간이탈자' 관련 인터뷰에서 영화에 비중을 두고 연기하는 이유에 대해 고백했다. © News1star / 제이아이스토리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은 이유? 어설픈 배우 되기 싫은 고집 있어"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전신환의 말 뒤에는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분명하게 전제했다. 책임감이 없다면 결국 다른 배우와 똑같은 캐릭터 혹은 자기복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 것이고, 어느 순간 자신은 배우가 아닌 연기 기술자가 돼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드라마 보다 영화에 비중을 더 두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연극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배우가 연기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왔다갔다 하다 보면 어설픈 연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스스로도 자신이 '곤조가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특정한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와 명분이 명확하다면 언제든 도전할 수 있겠지만, 그 이유와 명분이 명확하게 정립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고집을 갖고 배우의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다.

롤모델은 할리우드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다. 역할에 빈틈 없고 충실하며 매번 작품마다 다른 얼굴의 예측할 수 없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롤모델로 꼽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남쪽으로 간다'부터 '거짓말', '소셜포비아', '시간이탈자'까지 드라마틱한 연기 과정에서 보여준 전신환의 얼굴도 매번 낯설다. 이제 그가 만나고 싶은 역할은 자신의 개인성이 기반된, '딱 너 같다'는 말을 듣는 캐릭터다. 그 캐릭터의 시선을 따라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스탠리 큐브릭 '샤이닝'의 잭 니콜슨이나 스파이크 존즈 '그녀'의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했던 역할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그게 장점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더 노력하고 그 과정을 즐기겠다"고 말한 그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배우 전신환이 최근 진행된 영화 '시간이탈자' 관련 인터뷰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 News1star / 제이아이스토리
배우 전신환이 최근 진행된 영화 '시간이탈자' 관련 인터뷰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 News1star / 제이아이스토리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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