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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완주예요. 제가 해냈어요!" 미세먼지 뚫은 4만명 마라톤 열기 [르포]

2024 서울마라톤, 광화문~잠실종합운동장 행렬 이어져
20대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 불문 오늘은 '축제' 분위기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2024-03-17 15:15 송고 | 2024-03-18 08:44 최종수정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4 서울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2024.3.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4 서울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2024.3.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훈련한다고 허벅지 통증이 심하게 와서 완주 못할 줄 알았어요. 기록은  하나도 안 중요해요. 지금 이 순간 너무 기뻐요!"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도착해 풀코스 42.195㎞ 완주 기념 메달을 들어보인 유건영 씨(62·남)는 아내와 두 딸을 부둥켜안으며 환호했다.
유 씨는 "내 나이 60이 넘었는데 이렇게 처음 성취할 수 있다는 게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감격스럽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는데 가족들이 완주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까지 달리는 '2024 서울마라톤' 행사는 올해 79개국 3만 8000명이 참석했다. 마라톤 도착 지점인 종합운동장에는 경기를 마친 가족, 친구 등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을 보였지만 마라톤 참가자들의 열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막 경기를 마친 참가자들이 들어오자 가족이나 연인이 꽃다발을 전해주면서 "수고했다"며 안아주는 모습도 보였다. 단체 참가자 중 마지막 동료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조마조마해하던 참가자들은 함께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다. 완주를 마친 참가자들은 숨을 고른 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소를 빠져나갔다.

서울 강북구에서 20여 명과 함께 참가했다는 김종산 씨(44·남)는 "원래 수영 동호회를 운영했다가 코로나19 유행 시기부터 마라톤으로 바꿔 이렇게까지 왔다"며 "회원 20명 모두 완주해서 기쁘고 지난 100일 추운 겨울에도 훈련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가서 뭉클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4 서울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최동욱 씨(80) © 뉴스1 임윤지 기자
2024 서울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최동욱 씨(80) © 뉴스1 임윤지 기자

9년째 마라톤을 해왔다는 최동욱 씨(80·남)는 "70대 초반까지 사업하느라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살다가 늦은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했다"며 "기록보다는 수년째 42.195㎞ 완주해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최 씨는 "두 발로 이렇게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매일 땀 흘리고 건강하게 살 것"이라며 "오늘 완주한 기억을 갖고 내일부터 다시 또 열심히 10㎞씩 달려보겠다"고 포부를 외쳤다.

재수를 마치고 올해 대학교 새내기로 입학했다는 양 모 씨(21·여)는 "원래 달리는 걸 좋아했는데 지난해 재수하면서 체력 관리하느라 강제로 뛰다보니 싫어하는 운동이 됐었다"며 "오늘 완주를 계기로 중압감처럼 느껴지던 달리기가 비로소 다시 즐거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덕담을 주고받고 물을 마시면서 마사지로 몸을 풀기도 했다. 카메라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시민들도 곳곳에 보였다. 인근 푸드트럭과 맛집에도 시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는 등 축제처럼 활기찬 분위기를 띠었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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