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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처리 물 건너간 고준위 특별법…11차 전기본 수립에도 영향

'신규 원전 추가' 전망 전기본, 특별법 협상과 맞물려 與에부담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024-03-03 06:00 송고 | 2024-03-03 10:12 최종수정
고리2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소. (한수원 제공) © News1
고리2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소. (한수원 제공) © News1

21대 국회에서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다가올 4·10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 새 국회 구성과 함께 재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준위 특별법 처리 무산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길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야당과의 '고준위 특별법'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발표 시기를 아예 더 뒤로 조율하지 않겠냐는 견해다.
3일 정치권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의 고준위 특별법 처리도 무산됐다. 22대 총선을 두 달여 남겨두고, 사실상 21대 국회 처리 마지노선이던 이날 본회의에서조차 처리가 무산되면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3개의 관련 법안들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고준위 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의 처분·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가제)'를 만들어 관리시설 부지 선정·설치, 유치지역을 지원하는 근거 등을 담았다.

당장 오는 2030년부터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여야 공감대는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8년 고리원전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원전을 운영해 왔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수 있는 전용 처분장은 없는 상태다. 현재는 각 원전 안에 있는 수조인 습식 저장조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데, 이들 원전마다 폐기물 저장 용량이 꽉 차 불과 6년 후부터는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특별법 제정에 대한 이견은 고준위 방폐장 구축 필요성에 대한 '가부' 여부보다는 '규모'에 대한 입장차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설계 수명'까지만 운용할 수준의 방폐장 건립에는 찬성하고 있다.

반면 신규 원전 건설이나 수명 연장 등을 통한 '운영 기간'을 고려해 수용 규모를 넉넉히 확보하자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결국 야당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까지만 운용할 수준의 방폐장을 건립해 자연스럽게 원전을 도태시키는 방안을, 여당은 신규 원전 건설이나 설계수명이 도래한 기존 원전들까지의 계속 운전을 고려해 수용 규모를 넉넉히 확보하자고 주장하면서 협상은 진척을 내지 못했다. 이른바 탈(脫)원전 대 친(親)원전의 논리인 셈이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 2024.2.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 2024.2.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고준위 특별법에 대한 여야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일각에선 '11차 전기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관례대로라면 지난해 말이나 늦어도 이달까지는 발표해야 할 전기본 초안 발표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갖은 추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지난 8~10차 전기본 발표는 통상 12월 말에서 1월 중에는 확정·공고해 왔다.

전기본은 국가 전력 운용의 기본 방향과 장기 전망·전력 설비 시설 계획·전력수요관리 등이 포함된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전력 정책으로, 2년 단위로 수립·시행된다. 여기에는 향후 15년간의 국가 전력정책 방향이 담기는데, 이번 11차 전기본에는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전력 수급계획이 담긴다.

전기본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한 한 배경으로는 여야의 '고준위 특별법' 협상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위 특별법 처리에 응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의 논리는 '정부·여당이 향후 원전 수명 연장을 전제로 방폐장 건설 시 수용규모를 넉넉히 확보하자는 것은 곧 원전 추가 확대를 뜻하는 것'으로 규정, 반대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과의 협상을 위해 굳이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마치 야당의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기본에 추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담는 것은 법안 처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발표 시기를 뒤로 미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이번 전기본 발표를 앞두고선 여전히 '신규 원전 건설' 포함 가능성이 다수 제기되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즉각 입장 자료를 내 "전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반박에 나서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고준위 특별법 처리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면서, 11차 전기본 초안 발표도 함께 더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우선순위에 있어 고준위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맨 앞에 두고 추진한다면, 당연히 야당이 반발할 만한 내용을 넣어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 맥락이라면 21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상황에서 11차 전기본 계획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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