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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계도기간 끝나는데 국회서 막힌 비대면 진료…쟁점은

복지위 법안소위서 결론 못내…"쟁점 고민 부족·부작용 보완책 無"
31일 시범사업 계도기간 끝나…"이대론 안돼" 각계 부작용 우려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23-08-25 05:01 송고 | 2023-08-25 11:39 최종수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자료사진)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자료사진)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초진·수가·플랫폼 신고제 등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고 여러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이 없다는 이유로 다음 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는 지난 6월 코로나19 감염병 관련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한 것이지만, 제도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온 보건복지부로선 이번에도 법제화 단계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 초진환자 허용 어디까지…플랫폼 신고제·허가제도 화두     

이번 심사 대상에 오른 개정안은 국민의힘 이종성·김성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최혜영·신현영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6건이다.     

‘비대면 진료’ 사안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초진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현재 시범사업 계도기간 동안에는 재진환자를 원칙으로 하나 △섬벽지 등 의료기관 부족 지역 거주자 △노인 장애인 등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에 한해서는 초진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개정안에 재진환자만 대상으로 하거나 초진환자도 허용하되 제한을 두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강병원 의원은 고혈압, 당뇨, 부정맥 등을 앓고 있는 재진 환자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현영 의원은 1회 이상 대면진료를 한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최혜영·이종성 의원은 섬벽지, 교정시설, 군인, 국외거주자, 장애인, 감염병환자 등 대상 환자 기준을 정해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도록 하고 만성‧정신질환자, 수술 후 관리 환자는 재진일 경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다만 최혜영 의원안엔 주기적 대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가 담겼다.       

김성원 의원안은 비교적 파격적이다. 김 의원은 법령으로 정하는 모든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만성‧정신질환자는 재진 환자만 가능하도록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지난 5월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지난 5월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산업계도 초진 비대면 진료도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닥터나우 이사)은 “지난 3년간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져 왔지만 99%가 초진이었다”면서 “초진이 불가능하도록 제도화되면 거의 모든 이용자가 더는 이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허가제로 할 것인지, 신고제로 할 것인지도 화두다. 시민단체들은 “영리 플랫폼 허용은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꼴”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려면 공공 플랫폼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에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복지부는 이번 심사소위 전 복지위에 신고제로 의견을 냈다. 김성원 의원도 신고제로 법안을 발의했다. 신현영 의원은 비대면 진료 중개업으로 허가를 받은 플랫폼만 중개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법제화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천선휴 기자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법제화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천선휴 기자

◇ 수가 30% 더 받는 비대면진료 “이례적”…각계 “이대론 안돼”   
 

초진이냐 재진이냐, 플랫폼 허가제냐 신고제냐 문제 이외에 수가도 쟁점이다. 현재 비대면 진료의 수가는 진찰료, 약제비의 30%가 가산된다. 대면진료를 받았을 때 진료비로 1만원을 낸다면, 비대면 진료를 받을 경우 1만3000원이 든다. 수가 문제는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 사안으로 심의된다.   

시민단체도 수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강성권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30% 수가 가산은 비대면 진료 공급자들에게 불필요한 보상을 더해주는 것으로 결국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대면 진료보다 수가를 낮게 잡거나 동일하게 하는데 이는 어떠한 근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8월호 ‘비대면 진료 국내 현황 및 국외 사례’에 따르면 일본의 비대면진료 재진료는 대면 재진료와 같다. 초진료는 오히려 대면의 87% 수준이다. 중국, 영국, 미국은 대면진료와 비대면진료에 동등한 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김대중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수가 가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구성원들이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2023.5.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구성원들이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2023.5.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약 배달 허용에 관한 문제도 있다. 현재 시범사업에선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이메일 등을 통해 의약품 처방전이 전달된다. 의약품 수령은 본인 수령, 대리 수령, 재택 수령 등 환자와 약사가 협의해 결정한다. 다만 재택 수령의 경우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 질환자에 한하고 있다.     

약사회는 플랫폼 업계에 약 배송을 맡길 경우 전문성이 떨어져 환자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표준화·개방화된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 △의약품 공급불안정 해소 위한 동일성분조제 활성화 및 사후통보 간소화 △환자 중심 약국 선택권 보장 △플랫폼 개입 없는 약사 주도의 합법적인 약 전달 △비대면 플랫폼 업체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기구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도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한 환자가 두 달 동안 비대면 진료 플랫폼 4곳에서 2년 2개월치 탈모약을 사재기한 사례를 언급하며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의학적 안전성, 임상적 유용성,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사례들이 무수히 드러났다"면서 "불법 의약품 유통을 통해 전문의약품의 오남용이 발생하는 국민건강의 심각한 위해가 현실화했다"고 지적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소아청소년의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비급여 의약품 처방 관련 오남용 문제 등 의료의 본질적 역할을 수호하기 위해 의사들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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