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가 투표용지에 올랐다…'K-배터리 벨트' 조지아 표심 주목

[美중간선거 D-30]②유권자 75% "관세, 투표에 중요"…물가 심판론 확산
의회 권력 바뀌면 대미 투자·관세 합의도 흔들려…한국 기업 영향 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워싱턴=뉴스1) 이훈철 특파원 = 4일(현지 시각) 기준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관세가 '물가 심판'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 한복판에 한국 배터리·자동차 공장이 밀집한 조지아주가 있다. 조지아는 민주당이 상원을 되찾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이자, 관세 부담이 전국에서 가장 큰 주 가운데 하나다.

민주당 상원 탈환의 '필수 조건'

조지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2%포인트(p) 차로 이긴 주다. 이런 주 가운데 민주당 현역 상원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는 곳은 조지아가 유일하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려면 4석을 순증해야 하는데, 조지아를 내주면 상원 탈환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공화당도 공을 들이고 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애틀랜타에서 마이크 콜린스 후보와 함께 유세하며 승리를 자신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존 오소프 의원은 유고브 조사(9월 15~18일)에서 51%를 얻어 콜린스(41%)를 10%p 앞섰다. 다만 퀀터스인사이츠 조사에서는 격차가 4%p 안팎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오소프가 애틀랜타 광역권, 콜린스가 농촌에서 강세이고 교외는 접전이다.

현대차그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HMGMA에서 아이오닉5가 생산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판매 및 DB 금지) 2025.3.27 ⓒ 뉴스1
조지아가 관세에 민감한 이유…한국 공장도 관세 사정권

케이토연구소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75%가 관세가 이번 투표에 중요하다고 답했고, 74%는 관세가 물건값을 올렸다고 봤다. 관세는 수입업자(미국 기업)가 내지만 결국 소비자 가격에 얹히기 때문이다.

조지아는 관세의 직접 피해 지역이다. 미국납세자연맹재단(NTUF)에 따르면 2025년 1월 이후 조지아가 낸 행정명령 관세는 200억 달러(약 27조 원)로, 캘리포니아·텍사스·미시간에 이어 전국 4위다. 가구당 4771달러(약 644만 원)꼴이며, 부담이 가장 큰 품목은 자동차·트럭이다. 미국 3위 심해항인 서배너항을 끼고 있고 농산물 수출도 많아 상대국의 보복 관세에도 취약하다.

조지아 유권자들은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물가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는다. 상당수는 그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며 이란 전쟁과 관세를 이유로 들었다. 2025년 3월 모닝컨설트 조사에서도 조지아 유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관세로 생필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봤다.

조지아에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와 배터리 합작공장, 한화큐셀 태양광 공장 등이 몰려 있어 관세에 민감하다. 미국 현지 공장이라도 부품을 수입하는 만큼 관세를 피할 수 없고, 한국에서 들여오는 완성차에는 15% 관세가 붙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소프 의원도 관세를 핵심 공격 소재로 삼고 있다. 의정 활동을 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철회를 촉구해 온 오소프 의원은 지난달 25일 콜린스 후보가 식료품값을 끌어올린 트럼프 관세에 거듭 찬성했다고 비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 청문회에 출석해 “보편 관세로 무역적자의 방향을 뒤집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 및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2025.02.07 ⓒ AFP=뉴스1
의회 권력이 바뀌면 통상이 바뀐다

미 대법원의 판결로 관세에 대한 법적 기반이 흔들린 가운데 향후 의회 권력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관심이 쏠린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73억 원) 대미 투자 합의도 토대가 약해졌다.

다만 자동차 등에 매긴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는 그대로이고,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정책 컨설팅사 DGA그룹은 민주당이 의회를 가져가더라도 관세 폐지 법안은 대통령 거부권에 막힐 것으로 봤다. 다만 선거 결과에 따라 관세 청문회와 조사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하원만 가져가도 관세 청문회와 조사가 본격화한다. 상원까지 장악하면 인준권을 무기로 행정부 압박이 한층 세진다. 다만 거부권을 무력화할 3분의 2 의석 확보는 어려워 232·301조 관세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공화당이 양원을 지키면 관세 기조가 강화되고 3500억 달러 투자 이행 압박도 이어질 전망이다.

조지아를 지키지 못하면 민주당의 상원 탈환 가능성은 크게 낮아지고, 의회의 견제도 하원 수준에 머물게 되는 셈이다. 공장 문을 연 지 1년여 만에 이민 단속과 관세라는 이중 충격을 겪은 한국 기업들이 11월 3일 밤 조지아를 주시하는 이유다.

프렘 쿠마르 DGA-ASG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기업들은 여소야대와 의회 권력의 의미 있는 변화 가능성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며 "하원이든 상원이든 뒤집히면 한·미 무역·투자 합의에 대한 의회 조사와 감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