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검증' 집착하는 美, 대법원에 '연방DB 사용' 허가 요청

'국토안보부 시스템 활용한 유권자 확인은 사생활 침해' 하급심 판결에 상고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착륙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면서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6.09.0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8일(현지시간) 각 주(州) 정부가 연방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유권자 명부에서 비시민권자를 찾아내 삭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로이터통신,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미 국토안보부의 '체류자 자격 검증 시스템'(SAVE)을 주(州) 정부가 유권자 명부 검증에 활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미 국토안보부가 운영하는 SAVE는 정부 기관이 개인의 시민권·이민 신분을 조회하는 데 사용하는 연방 데이터베이스다. 주로 복지 수급 자격 등을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데 사용돼 왔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SAVE에 대용량 조회 기능과 개인의 사회보장번호(SSN) 접근 권한을 추가해 각 주가 선거관리 과정에서 유권자의 시민권 여부를 대규모로 조회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이후 공화당이 장악한 여러 주 정부는 자체 유권자 명부를 이 DB와 비교해 비시민권자로 분류된 등록 유권자들을 가려냈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4월 6000만 명 이상의 유권자 기록이 개편된 SAVE를 통해 조회됐으며, 2만 1000명이 잠재적 비시민권자로 분류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를 두고 주로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박탈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SAVE 데이터의 오류로 일부 미국 시민이 비시민권자로 분류돼 등록 유권자 명부에서 부당하게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유권자 단체의 소송 결과 지난 6월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은 개편된 SAVE가 사생활 보호법과 행정절차법 등을 위반했다며 시스템 사용을 금지하는 판결을 했다. 지난 4일 항소심에서도 이러한 판단이 유지됐다.

존 소어 미 법무차관은 이날 대법원에 제출한 서면 신청서에서 SAVE를 금지한 하급심 판결이 "다가오는 선거의 공정성을 위협한다"며 "부적격 유권자를 적발하기 어렵게 만들어 연방 선거의 공정성과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데모크라시 포워드'의 스카이 페리먼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급심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행정부는 국토안보부의 조치가 계속될 수 없다는 법의 명확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제 미국 대법원에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며 "미국인 수백만 명의 민감한 개인 정보와 선거의 공정성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요청에 따라 하급심 판결을 뒤집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대법원은 법무부의 긴급 신청을 받아들여 우편 투표 활용을 제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시행을 막았던 하급심 결정 중 하나의 효력을 정지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