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옥수수밭이 HBM 전진기지로…SK하이닉스 美 첫 공장 가다
40억달러 투자 AI 메모리용 패키징 생산기지 구축…공정률 7%
공장부지 미식축구장 100개 규모…뉴욕-LA 왕복 철근 투입
- 이훈철 특파원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뉴스1) 이훈철 특파원 = 미국 중서부의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퍼듀 연구단지. 인디애나폴리스 국제공항에서 차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이곳에서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처음으로 짓고 있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공장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곳은 옥수수밭에 불과했지만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와 합작 투자로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한미 AI 협력의 전진기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팹(FAB)'은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후공정) 생산 기지로 구축될 예정이다. 어드밴스드 패키징은 칩 크기를 줄이는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묶거나 수직으로 쌓아 성능을 높이는 첨단 반도체 후공정 기술을 일컫는다.
2024년부터 본격 추진돼 한미 AI(인공지능) 협력의 상징적 의미를 띠고 지어지고 있는 인디애나 팹은 2026년 4월 타설 작업을 시작해 2028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한창 기초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 인디애나 공장에는 차세대 HBM 및 AI 반도체 패키징 라인(FAB)과 중앙통제센터(CUB), 연구개발(R&D)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6일(현지시간)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 공사장은 오전부터 내린 비로 인한 낙뢰 우려로 작업이 일시 정지된 상태였다. 다만 전체 16만3000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우뚝 솟은 엘리베이터 건물들과 타워크레인이 위용을 드러내면서 반도체 건설 공사 현장임을 실감하게 했다.
현재 전체 공정률은 7%로 초반 단계에 불과하지만 가장 중요한 HBM 생산과 테스트를 위한 클린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클린룸은 HBM을 양산하는 시설과 테스트 시설 등 총 3개로 구성된다.
클린룸은 1층 공사가 90% 정도 완료된 상태고 후공정 작업을 위한 메인 장비가 위치할 2층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펌프와 배기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스크러버가 위치하게 될 클린룸 1층은 기둥들이 촘촘하게 들어섰다. 2층 메인 장비와 1층 장비가 연결돼 작업이 이뤄지고 하중이 큰 2층 장비를 버티기 위해 1층 기둥이 촘촘히 박히면서 와플 구조로 구멍이 뻥 뚫린 상태로 지어지게 된다. 클린룸 건물 뒤로는 웨어하우스가 위치했다.
김현중 인디애나 팹 프로젝트 건설팀장은 "우선 크리티컬 패스인 클린룸부터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팹 건설은 복잡한 반도체 공장 건설답게 투입 인원과 장비, 자재도 상상을 초월한다. 공장 건설에 투입된 콘크리트는 인디애나 티피카노몰에서 공사 현장까지 293만 입방피트에 달하는 거리에 왕복 4차선 고속도로를 깔 수 있는 양이다. 철근은 미 동부 뉴욕에서 서부 LA까지 왕복 2635마일(4241㎞)을 이을 수 있는 양에 달한다. 철골의 무게는 2만4157톤에 달한다.
인디애나 팹의 인프라도 상상을 초월한다. 16만3000평 부지 면적은 133.5 에이커(54만㎡) 크기의 미식 축구장 100개를 합친 규모와 맞먹고 클린룸의 공간만 해도 미식축구장 3.8개를 합친 크기다. 팹의 높이는 100피트(30m)로 10층 건물 높이에 해당한다.
전체 건물의 전선 길이는 935마일(1505㎞)으로 인디애나주 둘레 길이와 유사하다. 인디애나 팹에서 사용되는 하루 용수처리량은 380만 갤런(1438리터)으로 서울올림픽 주경기장 6개를 채울 수 있는 용량이다.
김 팀장은 "건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투입 인원은 약 300명 정도"라며 "전기·설계 공사가 들어가는 내년에는 하루에 3000명 정도가 공사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에 투입되는 인력은 미국의 경우 전기와 설비 관련 반도체 공장 공사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한국 인력이 관리자를 맡아 한국 업체와 미국 현지 인력이 함께 일하고 있다. 아직까지 비자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부지다. 산과 암반이 많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드넓은 평지에 공장을 짓다 보니 땅속에 돌이 없다.
인디애나 팹 공사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에서 시작됐다. 퍼듀대학교와 R&D 협력을 위해 퍼듀 연구단지에 공장을 조성하게 됐으나 공사의 첫 시작은 옥수수밭 갈기였다.
공사 초반부터 관장해 온 김 팀장은 "처음에 여기 부지 대부분이 옥수수밭이었다"며 "옥수수를 걷어내고 표층을 걷어낸 다음에 공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다 보니 '구식 한국식' 공사 방법도 투입됐다. 김 팀장은 "보통 한국에서는 공장에서 콘크리트를 만들어 와서 조립하는 형태로 공사가 진행되지만 미국은 일단 전문가가 적고 반도체 공사 경험이 없기 때문에 콘크리트를 붓는 전형적인 거푸집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연구단지 구축을 통해 한미 간 AI 협력의 새로운 미래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정부와 퍼듀대학교, 미 정부 관계자와 38억7000만 달러(5조4180억 원) 투자협약을 맺었다. 부대비용 등을 더하면 SK하이닉스가 미국에 투자하는 규모는 4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에 달한다. 미국 측은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과 5억 달러의 대출을 통해 지원에 나섰다.
미국에서 짓는 SK하이닉스의 첫 공장인 만큼 현지의 관심도 높다. 7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답게 현지 반응도 우호적이다.
김 팀장은 "미국 현지 주민들이 어느 회사 다니냐고 물어보고 SK하이닉스라고 말하면 굉장히 호의적"이라며 "'무슨 문제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할 정도다"라고 귀띔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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