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종은 이제 그만"…트럼프 협박술, 국내외서 거센 저항 직면

NYT 보도…협상결렬 선언한 캐나다에 유럽·중동도 '반기' 잇따라
美서 트럼프 압박에 법적소송 늘어…공화당 경선 영향력도 축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8.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요구를 상대방이 결국 받아들이는 '굴복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기 취임 이후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대방에게 먼저 무리한 요구를 제시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윽박질러 굴복시키는 방식을 즐겨 사용해 왔다.

지난해 벌어진 관세 전쟁에서도 트럼프는 먼저 교역국들에 전방위적 관세를 부과한 뒤, 관세 인하 협상을 벌이며 시장 개방, 대미 투자 약속 등 일방적인 양보를 받아냈다.

트럼프의 협박 외교는 캐나다와의 무역협상에서도 '50% 추가 관세'를 공언하면서 반복됐다. 그러나 캐나다는 미국이 협상 막판에 무리한 요구를 제시했다며 지난 22일 무역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우리를 소유하기 위해 우리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으며, 나는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관세 폭탄에 "달러 대 달러"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제러미 샤피로 연구원은 "카니 총리가 향후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응하는 본보기를 제시하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아첨 전략'에서 돌아선 유럽·중동…'트럼프식 외교' 한계 직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미국 등 패권국의 강압에 맞서 중견국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6.1.20 ⓒ 로이터=뉴스1

이같은 반발의 조짐은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화했다. 지난해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해 국방비 증액에 동의하고, 미국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무역 협정을 맺었다. 유럽 정상들은 미국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트럼프의 지도력을 극찬하는 '아첨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NYT는 지난 1월 트럼프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 시도를 계기로 유럽의 기류가 달라졌다고 짚었다. 당시 트럼프가 그린란드 장악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유럽 정상들은 과거처럼 그를 달래려 하는 대신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는 그린란드에 소규모 병력을 파병하기도 했다.

샤피로는 "그린란드 사태는 유럽 자체의 주권에 대한 공격이었기 때문에 전환점이 됐다. 유럽인들은 트럼프의 탐욕에 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NYT에 전했다.

메튜 크로니그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국방비를 더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과, 나토 회원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군사력 사용을 위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나고 있다. 뤼터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라고 부르는 등 외교 무대에서 그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해왔다. 2026.06.24 ⓒ 로이터=뉴스1

좌파 성향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우파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란 공습을 위한 미군기지 사용 요청을 거부했다. 크로니크 연구원은 "유럽 지도자 대다수에게 트럼프에게 맞서는 것은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며 "스페인에서 이를 가장 명확히 볼 수 있지만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중동에서도 '트럼프식 외교'가 한계에 부딪혔다. 지난 2월 말 트럼프의 결정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은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란은 반복되는 트럼프의 위협에도 여전히 저항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중동 동맹국까지 트럼프의 요구를 쉽사리 들어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의 가자지구 평화구상안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침해한다며 거절했다. 여러 걸프국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이 통행료를 부과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구상을 하루 만에 철회하도록 만들었다.

"트럼프 윽박, 美서도 꺾여…지지율 30% 붕괴시 행동 달라질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트럼프 정책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대가 집결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미국에서도 대학, 기업, 언론 등을 상대로 한 트럼프의 윽박지르기에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집권 초기 트럼프는 대학들을 위협해 다양성 프로그램을 철폐하도록 하고, 인공지능(AI)의 군사적 목적 사용을 거부한 기업을 제재하는 등 미국 사회가 자신의 정책 기조를 따르도록 강요해 왔다. 최근 들어선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하는 대신 법적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등장하고 있다.

ABC 방송은 한때 트럼프의 명예훼손 소송을 합의하기 위해 1600만 달러(약 220억 원)를 지불했지만, 현재는 자사의 방송 허가를 위협한 행위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공화당 경선에서도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들이 연이어 낙선하는 등 트럼프에 대한 견고한 내부 지지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정부의 교육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개학(Back-to-School)’ 주제 행사에 참석했다. 2026.08.24 ⓒ 로이터=뉴스1

미국의 정치평론가 제이콥 와이스버그는 예일대학교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시작했을 때 거센 비판이 일었던 사례를 들며 "굴복에 대한 대가가 높아졌다"고 NYT에 말했다.

와이즈버그는 "어느 시점에는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할 것이며, 이는 트럼프의 지지율과 연결돼 있다"며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면 (사람들이)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1·2기 통틀어 연일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4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직전에 이어 이번에도 33%에 그쳤다.

트럼프는 전날(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최근 여론조사가 "가짜 조사"라며 "공화당 지지층의 사기를 떨어뜨려 투표하러 가지 못하게 하려는, 이른바 '사기 저하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실제 여론조사는 엄청나며, 우리 국민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는 경제적·군사적 사멸 단계에 빠진 이란을 포함해 모두를 상대로 승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제 여론조사 결과는 제시하지 않았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