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국 김정은 만나려고 혈맹 韓 때려"…트럼프의 '거꾸로 세계'

오만에는 '폭격' 경고·캐나다엔 50% 관세 폭탄…동맹 홀대 점입가경
'거래적 외교' 반복에 美신뢰도 뚝…"이 악물고 버티고 있을 뿐"

2019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마치고 중앙정원 회랑을 산책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통보하고 오만과 캐나다에는 각각 폭격과 고율 관세를 위협한 반면, 적대국인 북한을 향해서는 정상외교 재개 신호를 보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동맹을 압박하고 적국에는 유화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뒤집힌 세계(Upside-Down World)'의 외교라고 평가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 구축해 온 동맹 중심의 전통적 외교 질서가 극도로 거래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압박의 화살은 동북아 핵심 동맹국인 한국을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대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3만 9000명의 군인이 주둔해 김정은(북한 노동당 총비서)을 막아주는데, 이란에서의 아주 손쉬운 작전에는 협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조사국이 제시한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 850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도 자신이 집권하기 전엔 "사실상 내지 않고 있었다"는 허위 주장을 다시 반복하며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김정은에 관해서는 "항상 나를 크게 존중해 주었다"며 재회 의지를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 올가을 김 총비서와의 정상회담 추진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세 차례 정상회담 이후에도 비핵화 대신 핵·미사일 전력을 대폭 확장해 왔다.

다른 전통적 우방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만이 이란과의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걸림돌이 된다면 폭격해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만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수년간 비공개 협상을 중재해 온 전략적 파트너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과 '관세'라는 단어, 성조기, 주가 그래프 일러스트. 2025.04.04 ⓒ 로이터=뉴스1

캐나다에는 하키 스틱과 치즈, 주류 등 500여 개 품목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캐나다를 상대로는 하키 스틱, 치즈, 주류 등 500여 개 품목에 5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벼르다 시행 시한을 불과 90분 앞두고 협상을 위해 사흘간 유예 조처를 내렸다.

극단적 위협을 가한 뒤 막판 유예와 재협상으로 양보를 받아내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다.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최고경영자(CEO)는 "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지만 글자 그대로 믿지도 않는다"며 "실행되지 않는 엄포가 누적될수록 대통령의 신뢰도와 대미 억지력은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자산과 무역 혜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맹에는 혜택이 따르고 적대국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기본 원칙이 흔들리면서 미국의 장기적 외교적 자산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동맹국들이 정면 대응하기보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형국"이라며 "미국에 대한 신뢰와 호감은 낮아졌으나, 안보상 여전히 미국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장은 "한반도 미군 배치를 전략적으로 재조정할 명분은 있을 수 있으나, 독재자와의 관계 맺기를 위해 이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활용할 명분은 전혀 없다"며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실전을 겪고 2018년보다 더 많은 미사일을 비축한 현시점에서는 더욱 위험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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