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협상 막판 줄다리기…이란 영향력 인정 여부가 관건
이란 "해상 서비스·안보 주도할 것" vs 美 "국제 수로 통제 선례 용납 못 해"
이란 내부 갈등에 합의 '난항'…해협 개방돼도 원유 시장 정상화엔 '18개월'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임시 협정 체결에 근접했지만, 해협 관리권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커 최종 타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5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양측이 검토 중인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합의했다"며 "제3자가 방해하지 않는다면 공동 성명은 최종 검토 및 작성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NYT는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합의안에는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는 선박은 이란 해안 가까운 항로를 이용하고, 페르시아만에서 빠져나오는 선박은 오만 측 수역에 가까운 항로를 이용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N은 이를 이란이 주장하는 "중간 통로(middle corridor)"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국제 통항 체계에서 입항·출항 항로가 분리돼 있던 구조를 하나의 양방향 통항 체계로 재구성해, 이란과 오만 양국의 이해를 반영하려는 방안이다.
이란 외무부는 "오만 수역을 지나는 남쪽 항로와 이란 영해를 지나는 북쪽 항로를 양국의 이해를 반영하는 중간 항로로 전환하는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이전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승인한 분리통항제(TSS)에 따라 운영됐다. 해협을 지나는 선박이 이란 측과 오만 측 수역에 각각 설정된 폭 2해리(약 3.7㎞)의 입항·출항 항로를 이용하고, 가운데 2해리 폭의 분리 구역을 두는 방식이었다. 특정 국가가 선박 통항을 승인하거나 관리하는 구조가 아니라 국제항행 수로로 기능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은 항로 자체가 아니라 이를 누가 관리하느냐이다.
이란은 전쟁 이전처럼 어느 국가도 해협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국제 통항 체제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란 협상위원회 관계자인 사이드 아졸루는 이란 국영방송 IRIB에 "안보, 기뢰 제거, 해상 서비스는 이란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임시 합의 기간 "이란이 우위를 갖는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국제 해상 교통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앞서 "한 국가가 국제 수로를 통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는 선례를 만들면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상선이 이란의 승인 없이 자유롭게 통과해야 하며, 통행료나 사실상의 통제권을 인정하는 합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임시 항로에는 이란의 승인 절차나 통행료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은 해상 서비스 비용 문제다.
이란 측은 이를 통행료가 아닌 선박 안전, 환경 보호, 해상 관리 비용을 위한 '서비스 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이란은 선박 화물 가치의 5~7% 수준 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오만은 약 3% 수준을 논의하는 반면 미국은 어떠한 비용 부과도 반대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난항을 겪는 배경에는 이란 내부 문제도 있다.
CNN은 이란 대표단에 강경파인 혁명수비대(IRGC)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강경 세력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제한하는 합의에 반대하고 있어 최종 승인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을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이후 해협 관리 방식과 항로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중단됐다. 이번 오만 중재안은 당시 합의를 되살리는 첫 단계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단순한 해상 통항 재개를 넘어, 전쟁 과정에서 이란이 확보한 영향력을 장기적인 해협 운영 권한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한다.
트리타 파르시 퀸시책임국정연구소 부소장은 "이란은 해협 혼란을 통해 얻은 영향력을 장기적인 정치·제도적 역할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통행료보다 훨씬 큰 전략적 이익"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영향력 확대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장기간의 군사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비용과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면 미국이 결국 이란의 일정한 역할을 인정하는 타협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세계 원유 시장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해협이 재개방돼도 고갈된 원유 재고를 보충하는 데 최대 18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해협 봉쇄로 하루 약 1500만 배럴의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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