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1000조 쏟아부은 빅테크, 올해만 직원 14만명 내보내"

감원 통해 비용 줄이고 AI 투자 재원 마련
팬데믹 이후 과잉채용 덮으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테크 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기업 공시 자료와 데이터 분석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초부터 미국 테크 기업들은 약 14만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에서 발표된 감원 규모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아마존·오라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4개 기업에서만 약 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이는 이들 기업 전체 사무직 인력의 약 6%에 해당한다.

이러한 감원 칼바람의 이면에는 막대한 AI 투자 계획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오라클·메타·MS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는 올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총 7250억 달러(약 1060조 원)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오라클 또한 오픈AI 같은 핵심 고객 지원을 위해 700억 달러(약 102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리시 잘루리아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돈은 어디선가 나와야 한다"며 테크 기업들이 팬데믹 시기 과도하게 채용했던 인력을 줄여 AI 투자금을 충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영진이 내세우는 'AI로 인한 감원'이라는 명분에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FT 분석에 따르면 감원 사유로 AI를 직접 언급한 기업의 주가는 발표 후 30거래일 동안 나스닥 지수보다 약 10%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AI가 아직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른 인력 감축이 오히려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 결과로 풀이된다.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엔리코 모레티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는 "테크 기업 경영진의 전형적인 태도는 자신들이 과도하게 채용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보다 AI를 통해 효율성을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이는 쉬운 핑계"라고 지적했다.

현재 테크 업계의 지각변동은 AI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인력을 줄이고 그 자원을 AI에 '올인'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모레티 교수는 "AI 분야의 고용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테크 기업들이 줄이는 것은 그 외의 모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앤트로픽이나 오픈AI 같은 AI 전문 스타트업들은 채용을 늘리며 감원된 인력을 흡수하는 등 업계 내 인력 이동도 활발하다.

다만 이런 과감한 투자가 모두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라클은 막대한 AI 투자로 인한 현금 흐름 악화와 불확실한 수익성 때문에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 바로 위 단계까지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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