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제력에 미래 달렸다"…美·걸프국-이란 '전략적 충돌'
ISW "이란, 호르무즈 밀리면 협상카드 상실 판단"…해협 둘러싼 주도권 싸움
美·나토·걸프국, 오만 연안 우회로·에너지망 구축 추진…이란 봉쇄전략 겨냥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는 능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며 미국과 걸프 국가들의 해상 운송 통제권 약화 시도에 군사·외교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국제전략연구소(ISW)가 분석했다.
ISW는 7일(현지시간) "이란은 현재와 미래의 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영향력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키려는 서방과 걸프 국가들의 움직임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란은 그동안 해협 통제권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미국과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오만 연안 쪽 항로 이용 확대와 이란이 관여하지 않는 새로운 해상 통과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ISW에 따르면 이란 언론들은 아랍에미리트(UAE)가 국제해사기구(IMO)에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안을 제안했으며, 이란이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UAE의 제안은 다른 8개국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해당 제안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으며 IMO 이사회의 기술적 권한과 임무를 넘어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자국이 여전히 선박에 필요한 항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란 정부와 연계된 매체들은 UAE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ISW는 현재까지 다른 지역 또는 서방 매체들이 해당 계획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최근 오만이 제안한 선박 운항사가 자발적으로 해협 이용료를 내는 방식에도 반대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소속 알라에딘 보루제르디 의원은 "이란과 협의하지 않은 외국의 어떤 조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해협 내 기뢰 제거를 추진하는 프랑스 계획을 사례로 언급했다.
ISW는 이란이 외교적 반발뿐 아니라 군사 행동을 통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지난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국이 승인한 통항 절차를 따르지 않은 유조선 2척을 대상으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첫 번째 공격은 오만 리마 해안에서 약 8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운송하던 선박을 겨냥했다.
이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카타르 선박이 공격받은 첫 사례다. 카타르는 미·이란 협상의 중재 역할을 해왔다.
두 번째 공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유조선을 대상으로 했다. 이어 7일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특정되지 않은 유조선을 향해 드론 공격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ISW는 "이 같은 공격은 선박들이 오만 연안 인근의 대체 항로를 이용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ISW는 "이란은 선박을 공격하지 않을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란이 해협을 통한 물류 흐름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협상 과정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핵심 수단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움직임은 미국과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가운데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바레인·쿠웨이트·카타르·UAE 외무장관들과 호르무즈 해협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는 이란의 해협 봉쇄나 운송 방해에 대비해 에너지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SW는 "걸프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수송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재의 대치는 단순한 해상 충돌을 넘어, '누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쥐느냐'를 둘러싼 미국·걸프 국가와 이란 간 전략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공격에 대해 책임을 자처하는 세력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는 초기 징후로 볼 때 이란이 상업용 선박 2척을 향해 발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선박 피격 사건에 따른 대응 조치로 이란산 원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제재 면제 조치를 전격 철회했다. 또 이란을 겨냥한 공습을 재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보인 행동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으며,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란이 국제 수로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승선한 상선을 공격한 데 대한 무거운 책임을 묻기 위해 일련의 강력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습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 3척에 대한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며 "이란의 공격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위험한 행동이자 휴전 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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