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왜 지금 이란인가'…40년전 영상으로 답한 트럼프

류정민 워싱턴 특파원 ⓒ 뉴스1
류정민 워싱턴 특파원 ⓒ 뉴스1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왜 지금인가?" "왜 트럼프는 이란과 전쟁을 하려는 건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팟캐스터 조 로건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정치평론가 데이브 스미스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감행한 이번 대이란 전쟁에 대한 의문을 거침없이 제기했다.

로건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2000만 명이 넘어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2024년 대선 막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3시간 가까이 시간을 할애했을 정도다.

조 로건과 데이브 스미스 모두 우파 성향이긴 하지만, '마가'(MAGA)와 같은 맹목적인 트럼프 지지 성향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이 던진 질문은 이번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불안한 시선, 또는 진지한 고민을 보여준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의 '에픽 퓨리'(Epic Fury) 군사작전이 어느덧 5주 차에 접어들었는데, 작전 초기 "이미 승리한 것과 다름없다"며 당장 승리 선언을 하고 물러설 것처럼 보였던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미국은 오히려 해병대와 특수부대를 증파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하르그섬이나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섬들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트럼프는 과연 지상전을 감행할지 등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은 가운데, 많은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전쟁 초기에 나왔던 "트럼프가 왜 이 전쟁을 시작했느냐"로 다시 모이고 있는 듯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이에 대한 답을 주려는 듯,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그가 정계에 입문하기 한참 전인 1980년대에 했던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40대의 트럼프는 영상에서 "이 위대한 나라가 계속해서 착취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지쳤지만, 동맹국들은 문제의 일부일 뿐"이라며 "진짜 주범은 바로 이란"이라고 지목한다.

그러면서 "이란이 공격해 온다면 즉시 쳐들어가서 그들의 대규모 석유 시설 중 하나를 장악해야 한다. 시설을 장악한 뒤 계속 점유하고 있으면서 그동안 입은 손실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뜻"이라고 거침없이 주장한다.

트럼프는 '이란과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행동과 말들에 비춰보면 40년 가까이 품었던 오래된 결심을 기어코 실행에 옮기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그는 첫 임기 때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맺었던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했고, 2020년에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미 법무부와 사법당국은 2024년 11월 이란 연계 인물들이 트럼프 암살을 모의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트럼프에게 "먼저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했을 수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는데,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을 감안하면 '공동의 적' 이란을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 정상 간 합이 맞았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1년 2개월 만에 네타냐후와 무려 7차례 대면 회담을 했고, 이는 이란에 대한 전쟁으로 이어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르그섬이나 호르무즈 해협 연안의 섬을 점령하는 지상군 작전은 차원이 다른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좁은 지역에 주둔한 미군이 미사일과 드론 전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이란의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제 미군 전사자가 증가할 경우 트럼프는 적지 않은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의 성향상 장기전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과 대화하고 있다면서도, 그들의 실체를 밝힐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그들이 이란 내에서 완벽히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이 이란과 대화하면서도 군사작전을 병행하는 것처럼, 이란 역시 대화는 하되 군사력으로 계속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미국이 지상군 투입을 실행에 옮긴다면 이란 군사력의 실체도 비로소 제대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는 이 모든 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를 위한 파병 요청 압박을 받는 것은 물론, 유가와 환율이 치솟으며 경제에도 치명타가 가해지고 있다.

정부는 31일 25조 원 규모의 '전쟁 추경'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유류 최고가 지정에 따른 손실 보전, 비축 확대, 대중교통 지원까지 동원됐다. 말 그대로 '고유가·고환율·고물가' 3중 충격을 막기 위한 긴급 대응이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한국이 받게 될 경제·안보 충격 역시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고통스럽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대비인 듯하다.

ryupd01@news1.kr